대학내일

대학을 바꾸면 나도 바뀔까? 새로운 학교를 마주한 편입생들

고학번이지만 새내기 같은 그들의 이야기
왜 사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고통도 이겨낼 수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편입은 단순히 학교를 옮기는 과정이 아니라, 나만의 '왜'를 찾아가는 치열한 여정이다. 삶의 목적이 분명하다면 과정에서의 고단함은 목표를 향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여기, 각자의 '왜'를 품고 새로운 캠퍼스에서 자신의 길을 그려가고 있는 세 명의 편입생을 만났다.



"고작 입학 전형으로 결정되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22학번 김수진(가명)



합격 통보를 받은 순간, 여러 감정이 오갔을 것 같아요.
연세대학교 편입학은 1차 합격과 2차 합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차 합격 때는 막연히 기쁘다는 감정보다는 감동적인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났어요. 1차를 한 번 겪고 나니, 2차 때는 오히려 의연해져서 생각보다 감정 기복이 크진 않았어요.

명문대로의 편입인 만큼 기대도 컸을 것 같은데실제 학교생활은 기대와 얼마나 일치했나요
생활 자체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경영대의 시설이 굉장히 좋아서 만족스러웠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환경이나 기회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그에 상응하여 학생들의 꿈의 크기도 커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편입생으로서 겪었던 부당함이나 심리적인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부당함은 없었지만, 스스로 느끼는 불안감은 있을 듯합니다. 한 사람이 어떤 집단에 적응할 때, 그 집단과 내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불편해지기 마련이니까요.
편입이라는 게 그런 차이로 사람을 나누지 않겠다는 전형이기도 할 텐데남은 몰라도 내가 아는 이 차이가 내면을 좀먹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이를 약점 삼는 부류의 인간상도 분명 있었고요.


그러나 그런 마음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 같아요결과적으로 보면, 편입생도 결국 그 학교가 원했던 인재였던 거니까요.
헤세의 말을 빌리자면, 믿음은 의심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의심하기보다, '고작 입학 전형으로 결정되는 인간은 없다'라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새로운 환경의 자원을 활용해 내가 가진 바를 풍요롭게 하고자 노력하는 게 더 좋은 전략이지 않을까요?

경영학과는 팀플이 많기로 유명하잖아요. 낯선 동기들과 과제를 수행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전적대에서도 경영학과였기 때문에 환경 자체는 낯설지 않았어. 팀플을 잘 해내는 팁이 있다면, 역할 분담에만 매몰되지 않는 거예요. 요즘은 팀원 모두가 전 과정에 같이 참여하면서 계속 의견을 주고받는 게 중요해졌거든요
그리고 어떤 자료가 좋은지, 어떤 PPT가 이해 잘 되는지, 어떤 발표가 설득력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것도 도움이 많이 돼요.
저는 기존에 잘된 프로젝트들을 많이 찾아보고, 그걸 팀원들이랑 공유했던 게 꽤 도움이 됐어요.


상경 계열 편입은 경쟁률이 매우 치열한데본인만의 합격 전략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출제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상경 계열 편입은 사회 논술을 보는데요. 이게 명문가를 뽑겠다는 뜻은 아니에요직관적으로 해독되지 않는 영문 텍스트그래프표 등에서 핵심 정보를 도출하고, 이를 응용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묻는 시험입니다.

이런 능력은 대학에서 공부할 때 요구되는 역량과 비슷해요. 지문에서 정확한 근거를 찾아 서술해야 하는 답이 있는시험이라고 할 수 있죠이처럼 출제 의도를 알고 시험을 대비한다면, 논술에 대한 막연함이 조금이나마 사라지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확실히 느꼈던 때는 언제였나요특히 연대는 아카라카가 유명하잖아요.
아카라카와 같은 큰 행사도 좋았지만교내 학회나 동아리처럼 보다 작은 집단에 소속될 때 더 큰 소속감을 느꼈습니다저는 관심 분야의 학회에 가입했는데단순히 대학교라는 큰 공동체에 속해 있을 때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그 안에서 선후배 간 교류를 이어가다 보니 학교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같은 편입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세상이 어렵기만 한데같은 고민을 하는 이름 모를 동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저도 학우님께 그런 사람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항상 건승하세요.
 


"새로운 곳에서 나를 표현하는 법을 배웠어요"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1학번 신지연



이전 전공과는 다른 국어국문학과로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전에 다니던 학과는 국제금융학과였어요. 그 과에서 1등도 해 볼 정도로 성적도 잘 나오고 잘 적응했지만, 이 전공을 통해 진로를 결정한다고 생각했을 때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래서 편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학창 시절, 국어 성적이 좋았던 편은 아니라 걱정이 있긴 했어요. 그러나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국어와 달리, 국문학은 사고의 힘을 기르는 예술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평소 제 생각을 드러내고 싶은 갈망이 컸던 저는 ‘언어’라는 가장 쉬운 수단으로 저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죠. 그래서 선택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높습니다.

편입 과정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편입에는 일반 편입학사 편입이 있어요. 일반 편입은 2학년까지의 과정을 수료한 학생이 지원하는 제도이고, 학사 편입은 다른 학교의 학사를 취득했거나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를 취득한 학생이 지원하는 제도예요.
그중 제가 선택한 건 가장 경쟁률이 높은 일반 편입의 문과였어요. 문과 시험은 수학까지 준비해야 하는 이과와 달리 영어만 공부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하루에 11시간 이상 영어만 공부해야 한답니다…

네이버 카페 <독편사>

특별히 집중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학교마다 유형과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학교의 모의고사를 풀어보면서 자기와 맞는 학교를 찾는 게 중요해요.
1차 시험 이후 학업 계획서나 면접을 보는 학교도 있지만, 무엇보다 영어, 수학 성적이 가장 중요해요. 2차 전형은 1차 합격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 우선은 필기시험 공부에 매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인만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떨어지거나 높아지는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당장 내 위치를 확인하고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 모의고사 점수를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경쟁이라는 의식이 드는 순간 당장 옆자리에 앉은 친구도 이기지 못한다는 괴로움 때문에 공부가 손에 안 잡힐 수도 있으니까요.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저는 이런 경쟁심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편입 준비 기간 동안 편입과 관련된 아무 친구도 만들지 않았답니다. 한 번 결심한 일에 독한 마음은 필수니까요.


어문 계열의 소수과는 끈끈한 분위기로 알려져 있는데, 편입생으로서 소외감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게 해준 계기나 인연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중고등학교 때와 달리 대학은 수업도 각자 듣고 동아리 같은 곳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기 때문에 과 친구 자체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그래도 새로운 학교에서 과 내에 친구가 있으면 좋다는 생각에 처음엔 과 행사 이곳저곳에 참여했지만, 그 안에서 겉핥기식의 인간관계가 반복됐던 거 같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원래 과에 있던 친구들은 굳이 편입생까지 친해질 이유가 없기 때문에 편입생이 과에서 친구를 만드는 일은 어려워요. 하지만 저는 그 안에서도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 현재까지 잘 지내고 있어요. 원래 과의 일원처럼 지내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내 대학 생활의 일부분을 기억해 주는 친구를 만드는 건 성공한 셈이죠. 원래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던 것을 가지고자 집착하기보다는 가질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새로운 전공 수업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처음엔 국문과 특유의 감성적이고 섬세한 수업 분위기가 낯설었어요. 그래서 제가 배우려고 노력한 건 과 친구들의 '사고의 흐름'이었어요. 새로운 환경에 들어왔는데 정작 나 자신을 바꾸려 하지 않으면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하기 위해 1등 친구를 따라 했던 것처럼, 과에서 닮고 싶은 친구의 태도나 생각을 따라 해 보세요. 그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과의 학생이 되어있을 겁니다.

편입생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외부인으로 바라보는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미 편견이 있는 분들께 몇 마디로 생각을 바꾸라고 말씀드리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다만 각자가 자신의 선택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조금 더 열린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편입은 선택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4학번 심승우



합격 통보를 받은 순간의 감정은 어땠나요.
저는 단국대학교 합격을 예비 2번으로 받게 되었는데요. 마감 마지막 날, 발표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붙잡은 채 잠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합격 통보 연락을 받았을 때, 어머니와 함께 기쁨을 나누며 크게 안도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대학 진학에 투자했기 때문에 더욱 벅차게 다가왔습니다.

경쟁률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편입 경쟁률은 기본적으로 20:1을 넘고, 모집 인원이 적으면 100:1까지 높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편입은 수능 재수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제도적으로 편입 재도전 인원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편입생으로서 불편했던 점은 없었나요?
다른 친구들의 경우에는 제약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5학년까지 다니거나, 계절학기를 통해 인정받지 못한 학점을 추가로 이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환학생을 갈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학점 인정을 대부분 받아 큰 불편은 없었지만, 주변 사례를 보며 제도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편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까요.
편입에는 분명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우선 합격 가능성이 낮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20대의 1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과를 바꿔 하향 지원할 경우, 졸업까지 5학년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더 배우고 싶고, 더 많은 기회를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편입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현재 학교에 대한 불만만으로 선택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는 자격증, 대외 활동, 성과 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학교 자체가 큰 한계로 작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학원 진학을 통해 방향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편입의 난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학교 변경을 위한 선택으로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해외에는 대학조차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많으니,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것은 폭이 좁은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남들과의 비교나 타이틀에 매여 소중한 시간을 버리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고작 입학 전형으로 결정되는 인간은 없다'는 말은 비단 편입생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전공으로, 누군가는 성적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려 애쓰지만, 결국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태도가 진정한 나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이든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그 선택이 나만의 '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과정은 충분히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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