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대학생활에서 멈춰두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세 명의 대학생의 이야기

대학 생활은 이상하게도 늘 ‘지금’일 때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없이 과제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시험을 치르다 보면 어느 순간 학기는 끝나 있고 계절이 바뀌어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시간을 그대로 잠시 멈춰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최근 SNS에서는 ‘지금 이 순간을 동결건조해 두고 싶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스쳐 지나가는 하루를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이 표현은, 어쩌면 끝이 정해져 있는 대학 생활을 보내는 우리에게 더 크게 와닿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지금 어떤 순간을 가장 동결건조해 두고 싶을까.


졸업을 앞둔 4학년부터, 대학 생활을 지나온 대학원생, 그리고 한창 학교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재학생까지. 서로 다른 시간 위에 서 있는 세 명의 대학생에게 그 순간을 물어봤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4학년입니다”



최현진ㅣ성신여자대학교 소비자산업학과 23학번

현진 씨에게 4학년은 단순히 ‘취준’이라는 단어로만 정의되는 시간이 아니다. 그녀는 요즘 자신의 대학 생활을 ‘끌어차기’ 중이라고 말한다.


지난 3년 동안 하고 싶은 활동이 생기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던 시간들을 한데 모아, 현실적인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동력으로 삼는 중이다. 마지막 중간고사와 마지막 벚꽃 사이를 지나는 지금, 그는 어느 때보다 비장하고도 다정하게 자신의 마지막 해를 사랑하고 있다.


대학 생활에서 유독 ‘멈춰두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캠퍼스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요. 새내기 땐 혼밥이나 혼강이 두려웠는데, 이제는 완벽히 적응했거든요. 여대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예쁜 카페를 찾거나 뷰 좋은 곳에서 학식을 먹는 소소한 행복이 정말 커요. 직장인이 되면 절대 누리지 못할 이 '혼자만의 여유'를 꽉 붙잡아두고 싶어요.

졸업반이 되니 친구들 얼굴 보기도 예전 같지 않죠?
약속 한 번 잡으려면 두 달 전엔 연락해야 할 만큼 다들 빽빽하게 살고 있어요. 제 본가가 마산이라 왕복 10시간은 잡아야 하니 더 쉽지 않죠. (웃음) 친구들 보기가 힘들어졌지만, 그래서 가끔 만날 때가 더 소중해요.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것처럼 수다를 떨다 보면 이 친구들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현진 씨가 생각하는 ‘대학생의 특권은 무엇인가요?
내 시간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내 선택으로 공강을 만들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 정하는 자유가 정말 좋았어요. 공강 날 야구 보러 광주까지 떠나기도 하고, 알바로 모은 돈으로 이번에 유럽 여행도 가거든요. 국제 학생증 할인까지 야무지게 챙기려는 제 의지, 느껴지시나요? (웃음)

이 소중한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현진 씨만의 '동결건조'법이 있나요?
매일 다이어리를 써요. 오늘 먹은 음식이나 수업 중 생긴 작은 에피소드처럼 사소한 일들을 기록하죠. 쓰기 귀찮은 날도 있고, '휴학하고 싶다'는 말만 가득한 날도 있어요. (웃음) 하지만 나중에 읽어보면 '이때 이런 고민을 하며 단단해졌구나' 싶어 뿌듯해요. 이런 사소한 기록들이 모여 결국 행복한 1년이 된다고 믿거든요.


마지막으로, 지금 캠퍼스를 함께 걷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무서워하지 말고 다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홍보대사부터 전과까지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돌아보면 여전히 못 해본 것들이 아쉬움으로 남거든요. 결과가 어떻든 그 경험 자체가 다음 선택의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는 건 확실해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지금 이 시간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즐기시길 바랄게요.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학부생 때는 미처 몰랐던 대학생의 소중함"



김서연ㅣ경희대학교 융합생명의약학과 석사과정

서연 씨에게 캠퍼스는 이제 익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선 공간이다. 학부 시절 정신없이 과제를 하고 시험을 치르며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지금’들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했는지, 한 번의 마침표를 찍고 나서야 비로소 또렷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시작된 그의 대학원 생활은 이전보다 훨씬 차분하고 단단하다. 무작정 달리기보다 나를 정리하고, 매일의 공부를 기록하며, 전문성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향해 자신만의 속도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대학생활에서 ‘멈춰두고 싶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동기들과 따로 약속 잡지 않아도 늘 만날 수 있던 순간들이요. 학부 땐 학생회, 홍보대사, 학술제까지 맡은 역할이 정말 많았거든요. 시험 기간에 동기와 밤새워 공부하다 야식을 먹고 갑자기 무계획으로 놀이공원에 놀러가고 '회의'라는 핑계로 모여 수다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 시절요. 돌아보니 특정 장면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가던 그 '과정' 자체를 멈춰두고 싶어요


학부생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예전엔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동기들과 캠퍼스에서 마주치고 대화하는 게 당연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서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얼굴 보기조차 어려워졌어요. 예전 영상들을 보면 회의 끝에 다 같이 치킨을 먹거나 축제 부스를 구경하는 별거 아닌 장면들이 많은데, 지금 보니 그게 바로 '청춘'이었더라고요. (웃음)

돌아보니 “그때라서 가능했다” 싶은 무모하고도 열정적인 순간도 있었나요?
체력과 기회의 폭이요! MT 가서 밤새 놀고 새벽 첫차로 돌아와 바로 면접 의전을 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절대 못 할 일인데 그땐 어떻게 해냈는지 몰라요. (웃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역할에 망설임 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환경, 그 자체가 대학생만의 가장 큰 특권이었던 것 같아요.


이 소중한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서연 씨만의 '동결건조'법이 있나요?
여전히 영상을 찍고, 배우고 싶은 건 미루지 않아요. 예전처럼 자주 올리진 못해도 중요한 순간은 꼭 영상으로 남겨요. 시간이 흘러 다시 보면 그때의 공기까지 생생하게 떠오르거든요. 또, 학부 때 전공 상관없이 148학점이나 들으며 졸업했던 것처럼 지금도 궁금한 과목은 일단 수강해요. 어렵긴 해도 ‘내가 왜 이걸 배우고 싶어 했는지’를 다시 확인하며 느끼는 만족감이 정말 커요.

<서연 SEOTEON>, 실제로 그녀가 일상을 기록하는 계정이다

대학 생활의 한 페이지를 먼저 넘긴 선배로서, 지금 캠퍼스에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보세요. 저 역시 학기 계산을 놓쳐 교환학생을 못 갔던 게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록’ 하세요. 사람은 결국 잊어버리니까요. 별 계획 없이 떠났던 여행이 지금까지 선명한 건 그 순간을 남겨두었기 때문이에요. 완벽한 선택보다 중요한 건, 직접 부딪히고 남겨둔 기록들이 결국 ‘나’를 설명해준다는 사실입니다.



“스쳐 지나가기엔 아쉬워서, 지금의 시간을 더 붙잡고 있는 중이에요.”



박지연ㅣ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24학번

지연 씨의 시계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돌아간다. ‘사회과학대학 부 학생회장’으로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과제와 업무를 쳐내다 보면, 어느새 학기가 끝나 있고 계절이 바뀌어 있기 일쑤다.


하지만 그는 그 분주함에 매몰되기보다, 오히려 그 소음 속에 숨겨진 찰나의 가치를 붙잡으려 노력한다. 지연 씨에게 대학 생활은 ‘스쳐 지나가기엔 너무 아쉬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비록 몸은 고단할지언정 기꺼이 책임감을 짊어지고 선택과 집중을 반복하는 이유도, 훗날 이 시간을 돌아봤을 때 후회 없이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어서다.


대학생활에서 ‘멈춰두고 싶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활동했던 ‘케어뱅크 보미 서포터즈’를 마무리하던 때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2주에 한 번씩 어르신들을 만나며 쌓은 정이 생각보다 깊었거든요.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는데, 더 이상 자주 뵐 수 없다는 생각에 슬펐던 기억이 있어요. 단순한 활동을 넘어 진심으로 안부를 묻던 그 따뜻한 관계들을 그대로 기억하고 싶어요.



강의실에서 책으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어르신들을 만나는 것은 느낌이 달랐을 것 같아요.

맞아요.(웃음) 이론으로만 배우던 것들이 실제로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걸 보면서, 제 전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처음으로 실감했어요.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온몸으로 느꼈던 그 벅찬 감정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귀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1학년 때부터 줄곧 학생회로 지내오셨잖아요. 학생회로 보낸 바쁜 시간들이 지연 씨에게 학교를 어떤 공간으로 남겼나요?
행사 하나에 들어가는 수많은 노력을 알게 된 뒤로 학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제 제게 캠퍼스는 단순히 수업만 듣는 곳이 아니라, 학우들과 함께 일궈가는 ‘공동체’예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살피며 정성을 쏟다 보니, 평범한 풍경도 그냥 스쳐 지나가고 싶지 않은 특별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이 소중한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지연 씨만의 '동결건조'법이 있나요?
주변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는 거예요. 학생회장으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결국 가장 오래 곁에 두고 싶은 건 함께 고생한 사람들의 온기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고 말하며 그 순간을 정성껏 마무리하다 보면, 그냥 지나칠 뻔한 하루도 마음속에 아주 선명한 장면으로 남게 돼요. 제게 감사 인사는 소중한 인연들을 변하지 않는 진심으로 간직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단순히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기회들을 포기하지 마세요. 저는 지난 2년의 절반 이상을 학생회에 쏟으면서도 대외활동과 공모전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쳤거든요. 때론 버거웠지만, 그 치열한 경험들이 결국 저만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인연이 되었어요. 조금 바쁘더라도 스스로를 움직여보세요!




대학 생활은 늘 지나온 뒤에야 또렷해진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특별할 것 없던 순간들이 어느 날 문득 소중한 장면으로 되살아나곤 한다.


오늘 만난 세 사람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그 찰나를 붙잡고 있었다. 함께했던 시간, 전공이 현실과 맞닿았던 순간, 그리고 곁에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까지. 자리는 달랐지만, 세 사람 모두 ‘지금의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큼은 같았다.


어쩌면 대학 생활은 붙잡아 둘 수 없기에 더 소중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들은 공통적으로 조언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마음껏 부딪히고, 그 시간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꼭 기록해 두라고. 사진을 찍고, 마음을 전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을 기억하려 애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젠가 다시 이 시간을 떠올릴 때, 지금의 하루는 그때의 우리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장면이 될 것이다. 우리의 계절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 모든 순간은 충분히 오래 기억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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