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낭만은 어떻게 밥벌이가 되었나

김희원,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17학번
"그림은 못 그려도, 썰 푸는 건 자신 있습니다."

대학 시절 그가 배운 것은 전공지식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힘이었다.
그저 재미로 시작한 동아리 활동, 오직 낭만과 추억을 위해 뛰어들었던 도전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웹툰 작가이자 글 작가, 그리고 버튜버.
자신만의 방식으로 종교와 역사, 문화를 풀어내는 싱압둘 압둘와헤구루(@singh_abdul_)를 만났다



현재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이신데요, 대학 전공은 전기전자공학부셨다고 들었습니다. 
전기구이통닭은 좋아하지만, 전기에는 일절 관심 없습니다. 점수에 맞춰 갈 수 있는 곳 중에서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선택했습니다. 

취미를 좋아하는 평범한 오타쿠 대학생이었고요. 남들이 과팅을 가거나 축제를 즐길 때, 저는 동아리방에 있는 게 더 편했던 것 같아요. 
 
그림 동아리에서 2년 정도 활동하셨다고 들었는데요.
1학년 때부터 만화를 중심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동아리에서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그림을 잘 그리는 분들에게 배우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때 그린 작업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꾸준히 올렸는데요, 그러다 보니 출판사나 웹툰 관련 쪽에서 함께 작업해 보자는 연락을 받게 됐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였을 것 같아요. 그림은 예전부터 잘 그리셨나요?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교과서에 낙서하던 친구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계속 그리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림이나 글,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게 된 거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는 걸 보면서 ‘이걸 업으로 삼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막연하게라도 가능성이 느껴진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낭만이라 생각합니다.


청춘에게는 낭만도 필요하죠. 철학이나 ‘커리 손으로 먹기 연구회(커손연)’ 같은 동아리 활동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커손연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졸업 전에 추억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축제에서 음식을 팔아보자는 생각이었죠.



처음에는 여건상 직접 요리를 하기 어려워서 레토르트 커리를 활용해 간단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직접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이상한 재료들을 가져와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보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음식이 많은데, 왜 커리를 선택하셨나요?
대학교 처음 들어왔을 때 선배가 커리를 사줘서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었습니다. 학교 앞에 커리집이 많은데 맛도 좋아서 자주 먹게 됐고요. 
 

원래 역사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게 문화 쪽으로 확장되면서 인도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보기에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라서 더 흥미를 느꼈던 것 같네요.
 
조금 웃긴 질문일 수 있는데요, 부스에 가면 정말 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웃음). 축제에서도 젓가락이랑 숟가락을 같이 제공하고 있답니다. 축제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메뉴이다 보니, 외국인분들도 흥미롭게 즐겨주시고 한국인분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습니다.
 
홍보 포스터나 활동사진을 보면 이 동아리에 진심인 분들이 많아 보이는데요.


한 번은 학교 광장에서 숯불을 피워 요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학생처에서 오셔서, 이후로는 숯불 사용이 금지됐습니다(웃음). 그래도 다행히 동아리 자체가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민주광장에서 열린 동아리박람회

워낙 이전에 없던 형태의 동아리다 보니, 사이비나 낚시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상한 단체로 보시는 분들도 있고요.

이 말을 전하고 싶네요. "수상하지 않으니 걱정말고 넘어오시오."
 

독자들이 한 번쯤 경험해 볼만한 음식이나 장소가 있다면요?
커리집은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어서 특정 맛집을 꼽기는 어려운데요. 대신 현지 음식을 파는 곳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태원 이슬람 사원 근처에는 파키스탄 음식점들이 있어서 니하리(Nihary), 빠야(Paya) 같은 현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동대문 쪽에는 네팔 거리나 중앙아시아 거리도 있어서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경험이 지금의 작업에도 영향을 준 것 같은데요. 지금의 ‘싱압둘 압둘와헤구루’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압둘 이름의 탄생 과정을 설명하려면 너무 길어지는데, 우선 ‘싱압둘’은 제 모습을 직접 그려서 만든 캐릭터입니다.
이 주인공을 활용해 역사 만화나 일상 만화를 그려왔고, 웹툰이나 책 작업도 역사·종교 같은 인문학 분야를 다뤄왔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주제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 풀어내게 된 것 같습니다.

 
유튜브 썸네일들
 
연재하신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시리즈 있다면요?
그림쟁이를 괴롭히는 가장 좋은 행위는, ‘과거에 그렸던 거 보여주기’라는 것을 아십니까? 저는 제가 그렸던 모든 콘텐츠들을 다시보면 ‘못 그렸네’라는 생각밖에 안 합니다. 그래도 성장했다는 증거겠죠?


‘세계종교사: 예루살렘에서 암리차르까지’가 그래도 역사와 종교 이야기를 가장 잘 녹여낸 작업이기도 하고, 지금의 작업 방향을 만드는 데에도 영향을 준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곧 졸업을 앞두고 계신 데요. 작가가 되기까지 쉽지 않던 순간도 많았을 거 같습니다.
프리랜서는 결국 돈과 안정성 문제가 가장 큽니다. 꿈을 막는 것도 대부분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제목이 있잖아요. 언제든 이 길이 아닐 때 돌아갈 수 있도록, 저도 제 전공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어느 정도 보험처럼 남겨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꿈꾸는 대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한쪽에서는 “너희도 하고 싶은 걸 해봐라. 좋은 미래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랬다가 취업 장려금 받으면서 살 수도 있다”고 말하는, 두 자아가 싸우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한쪽만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낭만과 현실은 항상 함께 간다고 생각합니다. 젊을 때는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도 나중에 돌아보면 다 의미가 됩니다. 할 수 있을 때 패기 있게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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