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에게 주식은 투자일까 경험일까
언제부터인가 친구들과의 대화에 ‘주식’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섞여 들기 시작했다. 거창한 자산가가 되겠다는 목표까지는 아니다. 남들 다 하니까 궁금해서, 혹은 커피 몇 잔 아껴 딱 1주만 사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접 내린 경제적 선택의 무게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막상 내 돈 몇만 원이 묶이는 순간, 일상의 온도는 묘하게 달라진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경제 기사를 한 번 더 눌러보게 되고, 멀게만 느껴졌던 국제 뉴스도 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슷한 이유로 시작했지만, 그 이후의 경험은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매수 버튼을 눌러 본 세 명의 대학생을 만나, 그들의 솔직하고 웃픈 주식 이야기를 들어봤다.
“버핏 형, 내가 미안해... 뛰어넘겠다는 건 취소할게.”
(주식을 시작하기 전엔 정말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투자 스타일 : “일단 차트 보고 진입각부터 잽니다. 기업 분석은 매도 타이밍을 위한 후공정이에요."
주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당시 가졌던 기대는 무엇이었나요?
초등학교 때 경제 책을 읽으며 주식을 처음 알게 됐고, 고등학생 때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뉴스에 주식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궁금해서 경제 책도 몇 권 더 찾아 읽었는데, 그때부터 주식이 꽤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당시 책에서 연 10% 수익이면 대단한 거라고 하던데, 제 눈에는 너무 쉬워 보였습니다. “내가 하면 50%는 벌겠는데? 버핏 형님 수익률이 20%면 금방 뛰어넘겠네?”라는 생각까지 했죠.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에 가능했던 오만한 기대였던 것 같습니다.
원래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게임도 열심히 하는 편이었거든요. 오버워치랑 배틀그라운드도 상위 500위까지 올라갔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식도 게임처럼 하면 금방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고,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성인이 되자마자 주식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이돌 팬덤 앱 '버블'을 만든 '디어유'였습니다. 당시 걸그룹 '여자친구' 팬이라 직접 앱을 써봤는데, 팬들의 충성심이 엄청나서 큰 사건 없이는 이탈이 없겠더라고요. 연예인 라인업이 늘수록 소비력 있는 팬들이 유입되어 회사가 크게 성장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가장 기분 좋았던 ‘수익의 기억’과 뼈아픈 ‘손실의 기억’은?
대학 등록금 1년 치를 미리 받아 주식을 시작했는데, 이것저것 해보다가 하루에 100%, 200%씩 오르는 급등주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러다 VTGN이라는 종목이 임상 성공 소식으로 크게 급등하면서 한 번에 550만 원 넘게 벌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까지 잃었던 돈을 한 번에 다 복구했던 경험이라 아직도 가장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VTGN 급등으로 약 550만 원 수익을 기록한 화면.

이후 다시 수익을 쌓아 2025년 10월쯤에는 이전 손실을 모두 복구하고도 남는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자신감이 과해진 상태에서 CES 관련 레버리지 종목에 전 재산을 투자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약 –87%까지 하락하며 큰 손실을 경험했습니다.
25년 10월 수익 / 25년 11월 손실 기록 화면.‘투자 50 : 경험 50’의 단계에 있습니다. 시작 전에는 주식도 게임 티어처럼 명확한 실력 기준이 있을 거라 자만했거든요.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주식은 100번의 성공보다 단 1번의 실수가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잘하는 사람'보다 끝까지 '생존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매매법을 찾기 전까지 겪는 시행착오는 전부 성장을 위한 '수업료'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수많은 시도 끝에 이제야 저만의 길을 발견한 단계라, 아직은 투자의 확신만큼이나 배울 것이 많은 경험의 영역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급해져서 시작하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처음부터 절대 큰돈으로 시작하지 말라”는 겁니다.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기 전에 큰돈을 넣으면 시장의 변동성을 버티기 어렵거든요.
대학생이라면 10~20만 원 정도를 ‘경험치 쌓는 비용’이라 생각하고, 그 안에서 해보고 싶은 시도를 다 해보며 본인만의 노하우를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초심자의 행운으로 수익이 조금 났다고 바로 시드를 늘리는 게 가장 위험해요.
저처럼 등록금을 태우고 복구하느라 시간을 오래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급함만 버티면 기회는 계속 옵니다. 살아남아야 돈 벌 기회도 옵니다. 다들 성투하세요!
“주식한다고 하면 괜히 경제 좀 아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죠.”
(현실은 상장폐지도 맛 봤지만요...)

이동휘, 성신여자대학교 서비스디자인공학과 23학번
투자 닉네임 : #주식_찍먹좌
스무 살이 되자마자 아버지께서 “주식 같은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라고 권유하셨어요. 마침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모은 적금이 있었는데, 쥐꼬리만 한 이자가 늘 아쉬웠거든요. 자기계발도 하고 도전도 해보자는 명목으로 시작했죠.
사실 로망도 있었어요. 컴퓨터 전공생이 “나 개발해” 하면 해커처럼 보이는 것처럼, “나 주식해”라고 하면 뭔가 경제를 꿰뚫어 보는 멋진 지성인처럼 보일 것 같았거든요. (웃음)
크루즈 기업인 '카니발(CCL)'이었습니다. 당시 엔데믹 소식이 들려오던 터라 크루즈 수요가 폭발할 거로 생각했죠. 예상대로 이득을 보면서 ‘주식 좀 되는데?’라는 기분 좋은 시작을 했습니다.
적금해두었던 돈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열심히 주식을 하던 때가 있었어요. 매일은 아니지만 아침엔 지하철에서 경제 뉴스를 보고, 오후에는 국장을 확인하고, 밤에는 미장까지 챙겨볼 만큼 나름 진심으로 들여다보던 시기였죠. 그렇게 1년 정도 지나고 보니 총 순수익이 약 200만 원 정도 남아 있더라고요. 그때 정말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따라오더라고요. 1년 동안 벌었던 그 돈을 한 종목에 투자했다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그대로 손절하게 됐습니다. 손절 시점도 늦었던 것 같고요.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왜 ‘몰투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몰투로 인해 220만 원의 원금이 손실로 확정된 순간.100% ‘경험’ 입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땐 주식만 하면 경제를 꿰뚫어 보는 지성인이 될 거라는 로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니 주식은 생각보다 여론과 운이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더라고요.
한번은 랭킹 상위권에 뜬 등락률 높은 종목을 보고 ‘나도 떡상각?’ 하는 마음에 ''한국테크놀로지'를 딱 10주 샀는데, 그대로 상장폐지가 됐습니다. (웃음) 단돈 5,000원이긴 하지만 주식이 한순간에 종잇조각이 되는 허무함을 맛보며 ‘이게 실전이구나’를 뼈저리게 느꼈죠.
비록 지금은 이런 황당한 경험들을 쌓아가는 단계지만, 이 실전 감각에 나중에 제대로 된 공부를 더 한다면 그때 비로소 진정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내 돈 깎이는 세상, 확률이 높은 타이밍에 승부를 겁니다.”
(물론 그 확률이 항상 제 편은 아니더라고요.)

강경모,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24학번
투자 닉네임 : #사모펀드형_개미
기본적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컸던 건 ‘손해를 보기 싫다’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서 자산 형성에 관심이 생겼는데, 금리가 내려가고 물가가 오르는 걸 보며 현금을 그대로 들고 있는 것도 하나의 리스크라고 느꼈거든요. 그러다 연금 개혁 논의나 고령화 같은 구조적 변화를 보면서, 이런 흐름을 조금만 더 빠르게 읽을 수 있다면 기회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식을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비교적 합리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분석만 잘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죠. 하지만 실제 시장은 가치보다 수급이나 심리에 훨씬 더 크게 흔들리더라고요.
특히 2차전지 열풍 당시 제 분석과는 정반대로 폭등하는 주가를 보며 그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조언을 구했던 친구에게 제 예상이 빗나갔던 경험은, 주식 시장이 단순히 분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군 전역 후 적금을 태워 본격적으로 투자했을 때가 가장 짜릿한 수익의 기억입니다. 주가가 조금만 움직여도 한 달 용돈 급 수익이 계좌에 찍히는 걸 보며 ‘내가 진짜 돈을 벌고 있구나’ 하는 생생한 감각을 느꼈죠.

반대로 뼈아픈 기억은 첫 미국 주식 투자 때였어요. 분명 수익(+60만 원)을 보고 팔았는데 잔고를 보니 -10만 원이 찍혀 있더라고요. 환율과 수수료 계산법에 제대로 당한 건데, 증권사조차 명확한 답을 못 주더군요. 금액은 적었지만 ‘보이는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실전의 매운맛을 제대로 본 당혹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투자 70 : 경험 30’입니다. 처음에는 분석만 잘하면 정답을 맞힐 수 있는 논리적인 게임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시장은 수급과 심리가 훨씬 과격하게 움직이는 곳이더라고요. "맞는 분석을 했다고 해서 곧장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라는 걸 느낀 뒤로 투자 스타일도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기업을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 분석이 시장에 반영될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주식은 정답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확률이 높은 구간을 기다렸다가 기회가 왔을 때 선택하는 훈련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돈을 버는 수단인 동시에, 확신이 아닌 확률로 세상을 판단하는 법을 익히는 값진 경험인 셈이죠.
너무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려고 하지 마세요. 고민만 하는 것보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직접 부딪쳐보는 게 훨씬 빠르게 배우는 길입니다. 처음에는 실수도 하고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결국 여러분만의 단단한 기준을 만들어줄 겁니다.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니, 우리 같이 경험하며 성장해 봅시다!
사실 주식이라는 세계에 정해진 정답이나 절대적인 옳고 그름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불확실한 숫자 위에 자신의 신념을 베팅해 본 이들의 고민만큼은 모두 뜨거웠다는 점이다. 그들의 솔직하고 ‘웃픈’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거친 시장 앞에서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아직 젊다. 당장 계좌에 찍히는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며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실패조차 나만의 데이터로 남길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젊음’이라는 가장 강력한 밑천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파도 위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워보는 그 치열한 고민의 시간.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주식 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인생 배당금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