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공부는 안 했는데, 바쁘긴 했어
시험공부가 싫어서 난 이것까지 해봤다!
시험 기간만 되면 이상하게 더 바빠지는 느낌,
다들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공부하기 전에 인스타그램 릴스 투어는 기본이고 괜히 책상 정리 한 번 해주는 것까지가 필수.
공부 대신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거나, 외국에 나가는 것, 좋아하는 아이돌의 팬미팅에 가는 상상은 어떤가. 대학생들의 상상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책상 앞에 절대 앉고 싶지 않은 날, 공부 빼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날에 대범한 일탈에 나선 대학생 3인을 만나봤다.
비트의 매력에 빠져 디제잉까지
김지윤,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25학번

어쩌다 시험 기간에 디제잉을 배우게 됐나요?
그때가 마침 동아리에서 디제잉 파티를 주최하는 기간이었어요. 사실 저는 홍보나 디자인에만 관심이 있었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디제잉 파티를 하는구나...' 정도의 인지만 있었어요.
어느 날, 디제잉 팀장님께서 디제잉을 한 번 배워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리곤 디제잉을 직접 보여주셨는데, 평소에는 디제잉을 그냥 분위기를 띄우는 장치 정도로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비트가 점점 겹치고,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곡이 되는 걸 듣는 순간, 그 쾌감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시험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참이라, 도파민이 확 오르면서 홀린 듯이 디제잉을 배우기로 결심했어요.

디제잉을 배우고 무대에 섰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도 궁금해요.
거의 3주 안에 디제잉을 배우고 무대에 서야 했어요. 파티가 끝나고 바로 며칠 후엔 시험 기간 시작이었고요. 저는 그때 박자 세는 법만 아는, 정말 초보 중에 초보였어요. 개인 속성 과외처럼 매주 3~4일 동안 팀장님께 배우고, 나머지 시간에는 계속 복습을 했어요.
셋리스트도 직접 짜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시험 공부 하는 것보단 훨씬 재밌으니까요.(웃음)
파티 당일,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정말 떨렸는데 막상 제 차례가 되니까 즐기게 되더라고요. 설레기까지 했어요. 한 쪽 귀로는 모니터링을 하고, 다른 한 쪽으론 관객 소리를 직접 들으니까 제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 순간 만큼은 시험을 아예 잊었던 것 같아요.
이후의 시험 결과는 어땠나요?
시험 결과는 예상과 비슷했어요. 정말 정직하게,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과목은 잘 나왔고, 그렇지 않았던 과목은 잘 안 나왔어요. 그래도 파티 이후 벼락치기 하는 동안에는 '디제잉까지 해봤는데, 난 다 할 수 있어.' 하는 독기 품은 마음을 갖고 더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네, 저는 무조건입니다.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고, 항상 리스너로 살아왔기 때문에 음악을 뒤에서만 쫓아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디제잉을 통해 드디어 음악 옆에 설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시험 기간에 도파민도 얻고, 제 니즈도 채웠던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내가 없는 팬미팅은 상상할 수가 없어서..
홍다현(가명),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25학번

어쩌다 시험 기간에 팬미팅에 가기로 결정했나요?
시험 바로 전 주 주말이 팬미팅이었는데, 사실 예매 자체는 한 달 전에 해놨습니다. 예매 당시에는 '미리미리 공부해두면 충분히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 팬미팅은 제가 오랫동안 좋아한 트와이스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어요. 저에게는 단순한 공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팬미팅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선택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팬미팅에 갔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도 궁금해요.
막상 팬미팅이 가까워지자 상황은 예상과 달랐어요. 과제는 물론이고 과외 보강 일정까지 겹치면서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평소에도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대비해왔어서 걱정이 별로 없던 편인데, 팬미팅은 가야 하고 여러 일정까지 들이닥치니 순간적으로 부담이 정말 컸어요.
팬미팅에 가는 길에도 '이게 맞는 선택이었나'하는 고민이 계속 들었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어요. 오랜 시간 좋아해 온 대상과 함께하는 순간 자체를 온전히 즐겼고, 그 시간 만큼은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공연이 끝난 후에는 기분이 정말 날아갈 것 같았고, 오히려 '이 에너지를 가지고 돌아가서 더 집중해서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팬미팅 이후 올렸던 인스타그램 스토리이후의 시험 결과는 어땠나요?
충분히 쉬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벼락치기 공부를 이어가다 보니, 집중력도 서서히 떨어지고 피로가 누적되더라고요. 마지막 교양 한 과목은 거의 버리다시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콘서트장에서 역조공으로 받은 간식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네. 누군가는 공부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아이돌을 보러 가는 걸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거의 9년 넘게 좋아해 온 그룹이라 그만큼 의미가 컸어요.시험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대학생의 본분이 단순히 공부에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다시 돌아가도 몇 번이고 팬미팅에 갈 것 같습니다.
시험 피해서 캐나다 어학 연수 갔다가, 뉴욕 자유 여행도 갔다 온 썰
강하윤, 한국외국어대학교 남아프리카어전공 24학번

어쩌다 시험 기간에 어학 연수를 가기로 결정했나요?
다들 시험 기간에는 공부 빼고 다 재밌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공부는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는데, 그렇다고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괜히 교내 공지 사항을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하계 영어권 어학 연수 모집 공고'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해외에 길게 살아본 경험이 한 번도 없어서, 외국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제 모습이 무척 매력적인 상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졸업하기 전에 꼭 한 번은 넓은 세상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 속 깊은 바람을 실천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험 기간의 작은 일탈처럼 시작된 호기심이 저를 캐나다로 이끌었어요.
시험 기간 도중에 어학 연수 시험도 함께 준비한 건가요?
네, 맞아요. 따로 면접이나 시험이 있었던 건 아니고 평점 평균 50점에 수학 계획서 50점 반영이었습니다. 당시 학점은 평균 이상이었기 때문에, 수학 계획서에 특히 공을 많이 들였어요.
시험 기간 중 일탈로 결정한 어학 연수였지만, 단순히 영어 실력을 높이겠다는 목적보다는, 제 자신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학문적 성취'만을 꿈꾸는 사람인지, 아니면 낯선 환경이 주는 '감각적인 경험'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이 계획서에 잘 녹일 수 있도록 정말 오래 고민했어요. 시험 기간에 계획서까지 작성할 생각까지 하느라 평소보다 더 바빴던 것 같네요. 저의 치열한 고민이 잘 드러났는지, 덕분에 1지망이었던 토론토대에 선발되었어요.
캐나다로 갔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도 궁금해요.
막상 어학 연수에 붙고 나니 모든 게 다 걱정이었어요. 타국에서 긴 시간 혼자 지내보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길을 잃어버리진 않을지, 수업에는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밤잠을 설칠 정도로 두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부딪혀 보니 생각보다 저는 더 씩씩한 사람이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 분위기에 완벽히 적응했고, 골목의 로컬 스팟까지 찾아다니며 맛있는 걸 먹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특히 한국에서는 낯 가리느라 절대 안 했을 '스몰 토킹'도 자연스럽게 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신기했습니다.
어학 연수로 간 토론토 대학교에서도 공부하기 싫어서 뉴욕 자유 여행도 갔다 왔는데요. (웃음) 뉴욕에서의 2박 3일도 정말 밀도 있게 보냈어요. 공부하다가 오니까 1분 1초가 소중해서 알차게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제가 보고 싶다며 서프라이즈로 달려와 준 남자친구까지 함께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뉴욕 여행이 됐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당연하죠! 토론토대에서 수업을 들으며 만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은 제게 정말 소중한 자산이 되었거든요. 국경을 넘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는 게 가끔은 신기하기도 해요.

또, 토론토 뿐만 아니라 벤쿠버, 오타와, 퀘벡, 몬트리올, 뉴욕까지 많은 도시를 여행했던 기억은 지금 꺼내봐도 가장 행복한 조각이에요. 매일 강의가 끝나자마자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고민하며 설레던 그 기분이 아직도 생생해요. 지역마다 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과정도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온종일 영어로만 소통하며 지내다 보니 이전보다 영어가 훨씬 편해졌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큰 수확이에요. 낯선 세상에 저를 던져본 여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생에게 시험 기간은 어쩌면 공부를 가장 안 하면서도, 가장 많은 것을 해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공부하기 싫어도, 누가 그렇게까지 해."에서 그 '누'가 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큰 성장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법.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각자만의 후회 없는 낭만과 무모함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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