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선생님의 말이 그땐 왜 이렇게 잔소리로 들렸을까

돌이켜보면 모두 나를 위한 말이었는데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스승의 은혜 中


중고등학생 시절, 스승의 날은 참 시끌벅적했다. 
등교하자마자 칠판을 빼곡히 서툰 고백들, 꽃 한 송이와 손 편지. 교실에 가득 울려 퍼지던 '스승의 은혜'까지

교복을 벗고 대학에 온 지금, 스승의 날은 어떤 풍경인가. 
학교를 졸업하면 선생님을 자주 찾아뵙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떠들썩했던 칠판의 낙서는 깨끗이 지워졌지만 우리 마음속 스승에 대한 사랑과 감사는 흐려지지 않는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스승님은 누구인가?



교실 밖에서 삶을 가르쳐주신 박제범 선생님

박기태,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운전시스템공학과 23학번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선생님께서 저희 반 수업을 담당하지 않으셨기에 처음엔 접점이 전혀 없던 사이였어요. 하지만 방송부 PD로 활동하며 영상 촬영을 할 때마다 선생님께서 늘 발 벗고 참여를 도와주신 덕분에 가까워질 수 있었죠. 다들 카메라 앞을 어색해할 때도 선생님은 오히려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이끌어주시는 최고의 출연자이자 든든한 지원군이셨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축제나 수학여행 같은 평범한 추억조차 만들기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선생님의 권유로 연극 무대에도 서보고 직접 학교 축제를 기획하며 남들은 쉽게 해보지 못할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삭막하게 지나갈 수도 있었던 고등학교 시절이 훨씬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어요.

연극부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려 했던 시기가 있었다고요. 그때 선생님께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요?
고등학생 시절, 영상 연출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꿈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취업을 위해 '기관사'라는 목표만 바라보던 제게 선생님은 "목표는 하나가 아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다른 길도 함께 갈 수 있다"라며 가능성의 씨앗을 심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지금도 대학교 방송부 활동을 이어가며, 기관사라는 진로와 영상 제작이라는 꿈을 함께 붙잡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용기를 처음 알려주신 분이 바로 선생님이셨습니다.

기관사 수업 들을 때 모습

졸업 후에도 선생님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계시는데요.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순간은 어땠나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게 되어 한동안 뵙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성인이 되던 해에 연락드려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술잔을 기울이며 선생님께서 건네신 첫마디를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3년 무사히 지내줘서 정말 고맙다."

학업을 마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저와 달리, 27년 차 교직 생활을 해오신 선생님께서는 가정 형편이나 개인적 방황으로 학업을 중단하려는 아이들을 수없이 지켜봐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조금 웃긴 행동을 해서라도 단 한 명의 제자라도 더 붙잡아 고등학교 시절에만 쌓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으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을 보며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끼셨나요?
솔직히 선생님처럼 오랜 시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무언가를 사랑할 자신은 없거든요. 그래서 한때는 따라가지도 못할 것 같으면 아예 그 길 자체를 바라보지 않으려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는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매사에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입니다. 학생들을 향한 선생님의 진심이 있었기에 긴 세월 동안 늘 열정적으로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선생님처럼 제 마음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스승’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다."  학창 시절에는 교과목을 가르쳐주신 스승님이었다면, 지금은 인생의 가치관과 인간관계, 사회생활에 대해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시는 제 인생의 영원한 멘토이십니다. 



소심했던 나를 세상 앞으로 이끌어준 강이석 선생님

주호연, 한림대학교 경영학과 24학번


선생님은 학창 시절 당신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제 '고등학교 생활 그 자체'였습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저는 사람들 앞에 서는 걸 힘들어할 만큼 소심했어요. 고등학교에 와서도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에 아무 대꾸도 못 하고 속으로 삭히곤 했는데, 선생님께서 그런 제 모습을 보시고 많이 챙겨주셨습니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경험이 있었다고요. 
졸업식 무대에서 GD의 ‘삐딱하게’를 불렀던 순간이 가장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당시 외빈들도 많이 와 계셨고, 전교생 앞에서 공연을 해야 했어요.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었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하나도 떨리지 않았고 그 순간 자체를 즐기고 있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자신감이 넘치는 공연이었다. 대단하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뿌듯했는데, 선생님께서 옆에서 열렬히 응원해 주신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후로 선생님께서는 저와 함께  노래 커버 영상, 뮤직비디오 촬영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소중한 기회를 계속 선물해 주셨어요.
 
선생님 덕분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훨씬 조용하고 소극적인 학생으로 남아 있었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반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으셨거든요. 보통은 반 친구들이라고 해도 무리가 생기기 마련인데, 선생님의 유쾌한 에너지 덕분에 저희 반은 단합력이 최고였습니다. 


한 번은 종례가 끝난 뒤 반 친구들 모두가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를 마련해주시기도 했어요. 졸업 후에도 직접 MT를 열어주실 만큼 학생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주신 덕분에, 흩어진 친구들과도 꾸준히 연락하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된 지금, 선생님께 전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쌤 덕분에 많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 생활에서도 프로젝트를 이끌거나 조장을 맡는 성향이 생긴 것 역시 선생님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군 복무 중이고, 선생님은 중국 국제학교에 계셔서 당분간 뵙기 어렵겠지만, 한국에 오시고 제가 휴가를 나가게 되면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선물해 주신 정아름 선생님

최지호, 동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 25학번


당신에게 선생님은 어떤 어른으로 기억되나요?
선생님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신 분입니다. 2학년 때 입시와 진로 고민이 많았고, 성적이 낮았던 탓에 대만에 유학하러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중화권 국가 내에서만 진로를 펼쳐야 한다는 이유 모를 강박에 모든 수행평가 주제를 중국과 엮으려 애쓰던 시절이었죠.

이런 고민을 말씀드리니, 선생님께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너의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제야 정해진 전공에 따라 진로를 설계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우물 안의 개구리로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항상 어른들의 조언을 잔소리로만 듣던 저였지만,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던 선배님이자 인생을 먼저 경험하신 선생님의 조언은 마치 인생의 꿀팁을 얻은 것처럼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헤어지는 날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하셨는데요. 그 순간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평소 선생님은 학생들이 애교를 부리며 “사랑해요”라고 표현해도 크게 반응하지 않으시고 덤덤한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그런데 헤어지던 날 방학식에서 선생님께서 직접 만드신 영상을 틀어 주시며 그동안 표현을 잘하지 못해 미안했다는 진심을 전해주시더라고요.

영상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시더니 결국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늘 단단하고 이성적이라고 느껴지던 쌤이었는데, 그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선생님이 우리 반에 얼마나 큰 애정을 지니고 계셨는지 헤어지는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던 거 같았습니다. 


선생님을 다시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단단함과 감사함입니다. 저희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았음에도 선생님의 기준과 가치관이 분명했고, 그 기준을 말로만이 아니라 매일의 성실함으로 보여주셨어요. 당시에는 든든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모습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어른다움’에 가까웠다는 걸 더 분명히 느끼게 됩니다. 

가끔 선생님 생각이 나면, 저도 선생님처럼 기준을 지키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성인이 됐어도 위와 같은 사람이 다 되지 못한 것 같지만, 선생님을 롤모델 삼아 살아가고 있답니다.

대학생이 된 지금, 선생님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전공에만 목 매이지 않고, 항상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느끼고자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점점 제 꿈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언제나 존경하고 응원하겠습니다!



1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선생님을 만났다. 

나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신 선생님,
사소한 고민도 진지하게 들어주시던 선생님,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던 재미있는 선생님까지.


그땐 미처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그 순간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번 스승의 날엔 학창 시절 선생님을 다시 떠올리며 감사와 안부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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