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30대에 늦깎이 신입생으로 대학에 뛰어든 이유

늦었다고 생각해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20대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이상하게 자꾸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 아직 충분히 어리다는 걸 알면서도 사회적인 시선 때문인지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무언가 늦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떠올릴 때면 설렘보다 ‘지금 시작해도 될까?’라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그런 두려움보다 자기 자신을 믿고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학생증을 받고, 스무 살 사이로 들어간 30대의 대학생들. 

이들은 왜 다시 대학교로 돌아왔을까? 그리고 무엇이 이들에게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작을 선택할 용기를 주었을까?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대학에 들어왔어요

장지연(크리에이터 어리), 제주대학교 간호학과 24학번



34살 늦깎이 대학생 어리입니다. 현재 제주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24학번으로 들어와 동기들과는 띠동갑입니다(웃음).

이번 대학 생활이 처음인가요?
아니요. 사실 20대 때 경희대학교에서 체육을 전공했어요. 당시엔 체육학과에는 군기 문화가 남아 있었는데, 저는 그 분위기를 버텨내지 못했죠. 늘 도망치듯 학교에 다녔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마음 한편에는 언젠가 다시 대학 생활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었어요. 

20대의 어리님은 어떤 모습이셨나요?
제 20대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표류'였던 것 같아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 꿈이 간절했던 건 아니였어요. 늘 '완벽하게 준비가 되면 도전해야지'라는 말을 핑계처럼 붙잡은 채 도전을 미뤘죠. 그렇게 아나운서 준비생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방향 없이 떠다니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정작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채, 20대를 흘려보냈습니다.


30대에 다시 대학교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코로나 시기를 겼으며 다시 대학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의료진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불안한 채 표류하듯 살아가기보다 이제는 제 몫을 해내고 싶었어요. 그 마음이 저를 대학으로 그리고 간호학과로 이끌게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제주살이를 통해 제주에 대한 애정이 커져 여기서 계속 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고요(웃음). 


다시 대학에 들어가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역시 '나이'가 가장 큰 걱정이었죠. 제 주변 30대 친구들은 이미 직장에 자리를 잡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정말 많이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대학에 들어가면 너무 뒤처진 것은 아닐까?', '내 일상을 포기하고 다시 시작할 만큼의 간절한 꿈이 맞을까?'라고요.

30대에 신입생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요?
동기들과의 교우 관계가 가장 어려웠어요. 늦깎이 대학생은 정말 애매한 포지션이거든요. 10살 차이 나는 친구들과 지나치게 어울리려고 하면 '나잇값 못한다'라는 말을 듣고, 그렇다고 너무 거리를 두면 '꼰대 같다'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웃음). 

그래서 억지로 먼저 다가가려 하기보다, 제 역할을 잘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학생회 활동도 해보고, 대외활동도 한 학기에 15개나 할 만큼 정말 교내 활동에 집중했죠. 신기하게도 그렇게 교내 활동을 성실하게 해내다 보니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는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주더라고요.


띠동갑인 24학번 동기들과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었나요?
동기들이랑 사진을 찍을 때마다 제 포즈가 이미 한물간 포즈라고 놀림받기도 해요(웃음). 가끔은 줄임말이나 은어를 아냐고 장난스럽게 물어볼 때도 있고요. 나이가 많다고 놀릴 때마다 속으로는 '너희도 언젠가 내 나이가 되면 이 감정을 느끼게 될 거야'하고 짓궂게 생각하곤 합니다.

지금의 20대 대학생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요즘 대학생들은 정말 영민하고 생각보다 훨씬 당당한 것 같아요. 제 20대 때와 달리, 도전을 망설이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저에겐 이제 없는 '젊음'을 맘껏 누리는 게 부럽기도 해요. 덕분에 저도 그 친구들 곁에서 새로운 감각들과 생각들을 많이 배우게 되고,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졸업 후에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계신가요?
간호학과와 체육, 두 전공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단순히 누군가를 치료하는 역할을 넘어서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쪽으로 나아가고 싶거든요. 예방의학이나 재활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요. 그리고 지금처럼 제 도전의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대학교를 30대에 들어온 게 별것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미 늦었다'라고 생각해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늦었다는 건 결국 상대적인 기준인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30대의 평범한 삶'에 스스로를 맞춰보면 뒤처졌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잖아요? 그 긴 시간 안에서 보면 결코 지금의 시작이 늦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평범'이라는 한자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뜻이 '평평하고 예사롭다'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인생이 계속 평평하기만 해야 할까요? 오르막길이어도 내리막길이어도, 때로는 오솔길이나 우회로여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내 인생에서 우리는 언제나 1등이니까요. 각자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리고 언제나 도전하는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다시 대학교에 재입학했어요

강소명,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25학번



약 10년 만에 다시 서울대학교로 돌아온 31살 대학생 강소명입니다.
현재 체육교육과에 25학번과 함께 2학년으로 재학 중이에요. 

이번 대학 생활이 처음인가요?
25년에 재입학을 했어요. 6살 때부터 15년 동안 발레를 했고, 20대에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했었죠. 그런데 한 번 완전히 무너졌던 시기 때문에 학교를 포기하게 되었어요. 입학과 동시에 발목 수술을 하게 됐고, 6개월 동안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거든요. 

다행히 다시 학교로 돌아가긴 했지만, 예전처럼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어요. '나는 이제 뭐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결국 이 생각을 견디지 못한 채 도망치듯 학교를 떠나게 됐어요.


30대에 다시 대학교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해요
사회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계속 제 정체성이 흔들렸어요. '나는 뭘 잘하는 사람이지?'라는 질문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죠. 처음에는 무용이 싫어 도망치듯 학교를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학교 밖에서 여러 일을 경험해 보니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더라고요. 결국 저에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발레란 걸 깨달았죠. 그래서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요.

다시 대학에 들어가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사실 가장 걱정했던 건 하나였어요. '애들이 나한테 90도로 인사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요(웃음). 그래서 첫 등교 날, 정문으로 들어가는데 심장이 정말 미친 듯이 뛰었어요. 다행히도 90도로 인사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5학번인 동기들과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었나요?
첫 수업 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스무 살 사이에 혼자 30살이다 보니 교수님들이 유독 저를 눈여겨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첫 수업 때마다 "왜 다시 학교에 왔어요?", "그동안 뭐 하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럴 때마다 강의실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저에게 향했고, 25학번 신입생들 사이에서 혼자 인터뷰를 받는 느낌이었달까요... 쉽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웃음).

아무래도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인생의 선배로서 동기들이 조언을 구할 때도 있는데, 워낙 영민한 친구들이라 오히려 제가 말을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20대만큼은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자기만의 방향을 믿고 끝까지 가보라는 말을 항상 해주고 있어요.

지금의 20대 대학생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처음에 캠퍼스에 들어왔을 때는 학교가 꼭 양떼목장 같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공부하러 바글바글 모인 모습이 그래 보였거든요. 그런데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니 다들 자기 방향을 알고 움직이는 양들이었더라고요. 사실 그 나이에 정확한 진로나 목표를 정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도 각자의 길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30대에 신입생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가장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체육교육과이다 보니 몸을 쓰는 수업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같은 수업을 들어도 회복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어떤 날은 실기 수업을 따라가려고 무리하다가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한 적도 있었어요. 병원에 갔더니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받았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졸업 후에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계신가요?
아직 졸업 후 제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체육 교사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스포츠를 이어갈 수도 있겠죠.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는 직업으로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고 움직임을 통해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겐 단 한 번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미 늦었다'라고 생각해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저는 한 번 도망쳤던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누구보다도 ‘늦었다’라는 감정이 얼마나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드는지 잘 알아요. 그런데 살아보니까 인생은 생각처럼 한 번에 완성되지 않더라고요. 돌아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길로 흘러가기도 해요.

중요한 건 남들보다 빠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결국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올 용기를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 조금 늦었다고 느껴지더라도 너무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로 자기만의 길 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늦었다’라는 말은 결국 남이 만든 기준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언제 시작했는지가 아니라 결국 자기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는지 아닐까.

오늘 만난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이유로 '대학생'이라는 새로운 시작에 한 발을 내디딘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간호학과에 들어갔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장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 다시 체육교육의 길로 돌아왔다.

이들이 전한 이야기는 공통적이었다. 늦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너무 겁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단 한번 부딪혀 보라는 것.

혹시 지금 ‘이미 늦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조급해하기보다 우선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인생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남아 있고 새로운 시작은 언제든 가능하니까 말이다.


#30대대학생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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