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도망치는 건 의외로 도움이 된다
모종의 이유로 축제를 가지 않는 대학생 3인방의 이야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공연, 잔디밭을 가득 메운 사람들, 열기와 함성.
대학 축제는 흔히 꼭 즐겨야 하는 청춘의 관문처럼 소비된다.
그런데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청춘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세 명의 학생에게, 왜 축제에 가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세 명의 학생에게, 왜 축제에 가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시끄러운 공간이 싫고, 현생 살기도 바빠서요."
조현우, 상명대학교 휴먼AI공학전공 21학번

그동안 축제 참여 횟수가 어떤지 궁금해요.
대학 축제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우리 학교와 친구 학교의 축제에도 가본 적이 없답니다.
왜 축제를 가지 않았나요?
모르는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기 때문에, 관심이나 흥미가 생겨본 적이 없어요. 붐비는 축제 현장은 있기만 해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잖아요. 조용한 곳을 훨씬 좋아해서 평소에도 사람이 몰리는 ‘핫플’은 거의 가지 않는 편이에요.
21학번이면 ‘코로나 학번’이네요.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못 간 영향도 있을까요?
어느 정도는 맞아요. 신입생 때는 코로나로 축제가 없었고, 군대로 2년을 휴학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코로나는 끝났지만, 대학에 대한 로망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거든요. 오히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스터디와 학술 동아리를 알아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코로나 학번이 아니었어도 축제를 가진 않았을 것 같아요. 축제 기간이 보통 여러 외부 행사나 발표회, 공모전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늘 바빴거든요. 그리고 팀플이나 대외 활동, 데이트처럼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밖에 잘 나가지 않는 편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집에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축제를 가지 않아서 발생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축제와 수업이 겹쳤던 날, 수업 도중 뭔가 이상한 것 같아서 뒤를 돌아보니 학생의 절반 정도가 ‘출튀’를 한 적이 있었어요. 밖에서는 노랫소리가 크게 들리고 푸드트럭 음식 냄새가 강의실 안까지 들어올 정도였어요. 결국 교수님도 평소보다 수업을 빨리 끝내주셨고, 학생들 모두가 좋아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축제에 가지 않고 바로 집에 갔어요.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서 신나게 애니를 봤답니다…
하나 더 있어요. 제가 작년에 신입생들에게 프로그래밍 멘토링을 했었는데요. 활동 회차 중 하나가 축제 기간과 겹쳤었어요. 저는 별생각 없이 축제와 겹치는 날도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후배들의 거센 반발로 해당 주에는 멘토링을 취소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생각하는 축제의 의미와, 1학년이 생각하는 첫 대학 축제의 의미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축제 기간, 붐비는 캠퍼스 때문에 불편을 겪은 적이 있나요?
버스 정류장 옆에 푸드 트럭들이 주차되어 있어서 줄 서는 길이 복잡해져요. 건물 앞에 행사 부스가 많아서 다니기 불편하고, 도서관에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려 집중이 어려웠던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1년에 몇 번 없는 아주 잠깐의 해프닝이니 이 정도의 낭만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덕분에 재밌는 구경도 하고, 놀지 못하더라도 함께 기분이 들떠서 좋아요. 그리고 사실 푸드 트럭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웃음)

축제에 관심이 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평소 연예인에 관심이 없다 보니, 유명한 아이돌이나 가수가 와도 누군지 모르거나 감흥이 없어서 축제 자체에 관심이 안 생겼어요. 올해 축제도 라인업이 떴지만 잘 모르고, 주변에서 라인업이 좋다는 반응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애초에 갈 생각이 없어서 누가 오더라도 상관이 없답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는데요. 이제 4학년이라 졸업과 취업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서 진로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아니라면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게 되는 것 같아요. 축제 라인업보다 인턴 공고가 올라온 회사 라인업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청춘은 젊음, 열정, 자유 같은 이미지로 대변되기에 축제를 참여하지 않는 건 젊음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시선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시선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을 들려주세요.
빛나는 방법에는 다양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친구들과 같은 노래를 들으며 뛰는 것만큼, 밤새 무언가에 열중하는 시간도 빛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낭비의 측면에서 보자면 축제를 가는 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요? (웃음)
반대로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도 억지로 참아가며 공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크든 작든 결국 못해본 경험은 후회로 남으니까요!
"통학러라 학교가 너무 멀고, 집이 더 편해서요"
서연우(가명),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3학번

그동안 축제 참여 횟수가 어떤지 궁금해요.
낮에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는 정도로만 구경했습니다. 밤까지 있었던 적은 딱 한 번, 1학년 때 학생회를 하면서 주점을 잠깐 운영했었어요. 그 외 연예인을 보거나 오랜 시간 축제에 참여했던 적은 없어요. 다른 학교 축제도 아예 가본 적이 없고요.
왜 축제를 가지 않았나요?
경기도에 살고 있어서 학교까지 오는 것 자체가 힘이 들고 통학하는 길에서 이미 진이 빠져요. 또 막차가 있고, 경의중앙선을 타야 해서 못해도 10시-10시 반 정도에는 학교에서 출발해야 했었어요. 그래서 애초에 축제에 참여할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공간을 싫어하는 성향도 한몫한 것 같네요.
축제 기간에 학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나요?
네. 완전요. (웃음) 제가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언제나 사람이 많고 북적이는 곳에 가면 혼이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어린이대공원역에서 나와 건국대학교 후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인파에 질색하고서 바로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축제에 가지 않는 동안 뭘 했나요?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았습니다. 강의가 있는 날에는 수업에 참석한 후 사람들 사이를 수영하듯 헤치면서 바로 집으로 향했고, 없는 날에는 사랑하는 제 침대와 강아지와 함께 집에 있었습니다. 그냥 저의 시간을 보냈어요.
주변 친구들이 축제 이야기를 할 때 소외감을 느낀 적은 없나요?
조금 있었어요. 저랑 친한 친구들은 거의 기숙사에 살아서 저만 통학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늦게까지 축제를 즐기고, 또 축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누군가 연락하면 금세 나와서 즐길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한번 집에 가면 다시 학교에 가기 힘들었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기가 빨리기도 하고, 지금 가봤자 뭐하냐는 생각으로 그냥 집에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일이지만 친구들이 축제 얘기를 할 때면 종종 부럽기도 하고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었어요. 제 성향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했었습니다. (웃음)

대학 축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연예인 공연을 즐기는 모습인 것 같아요. 축제의 꽃 같은 것이니까요. 그거 말고 다른 것들은 잘 생각이 안 나요. ‘대학 축제에서는 뭘 하고 놀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는데 연예인 공연을 보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서고, 무대를 보면서 함께 노래 부르고 즐기는 모습만 떠오르더라고요.
‘이런 축제라면 가보고 싶다’ 하는 조건이 있나요?
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축제의 떠들썩하고, 활기차고, 들떠 있는 이미지가 제 머릿속에 박혀 있어서 가고 싶어지는 모습의 축제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학 축제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강아지, 고양이 축제가 있다면 가보고 싶어요. 동물을 정말 좋아해서요.
"우리 학교 축제가 재미없게 느껴져서요"
정서윤, 부산대학교 무역학과 23학번

축제에 가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부산대 축제에 가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체험 부스 수 자체도 적고 규모나 분위기가 제가 고등학생 때 웹툰 보면서 상상했던 대학 축제와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1학년 때 딱 “아, 내가 생각했던 대학 축제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서 그 뒤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축제인데 참가자가 성인인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연예인들이 부산까지 오려면 돈이 더 많이 들어서 그런가?”, “왜 우리 학교는 참여 부스 수가 이렇게 적지?”, “축제 기간인데도 학교 분위기가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네…”, “인서울 학교였으면 좀 달랐을까?” 같은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에서 접했던 대학 축제 특유의 규모감이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부산대 축제에서는 느끼지 못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대학 축제가 ‘대학생들의 축제’라기보다 연예인 중심의 공연 문화로 변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연예인 중심의 공연 문화로 변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산대에 위너 왔을 때 진짜 재밌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같은 말을 많이 하거든요. 연예인 공연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추억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부산대처럼 지방에 있는 대학의 경우에는 예산이나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섭외할 수 있는 연예인이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 라인업이 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면, 대학생 참여형 프로그램 기획에 더 힘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학생들이 부스를 내는 정도를 넘어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기면 볼거리도 많아지고, 학생들 체류 시간도 길어지고, 자연스럽게 학교 전체 분위기도 더 축제답게 바뀔 것 같거든요.

주변 친구들이 축제 이야기를 나눌 때 소외감을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친구들 스토리에 연예인 공연 영상이 올라와도 진심으로 소외감을 느낀 적은 없어요.
저는 축제가 3일이라면 그중 하루 정도만 친구들이랑 부스 체험하고 돌아다녀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편입니다. 사실 제가 원래 쇼핑이나 소품샵 구경 같은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축제처럼 무언가를 구경하러 다니는 행위 자체를 조금 귀찮아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윤 님은 평소 다양한 대외 활동과 일정으로 바쁘게 지내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만약 시간이 충분히 여유로웠더라도 축제에는 여전히 가지 않으셨을 것 같나요?
네. 저는 바빠서 안 간 게 아니라 정말 흥미가 없어서 안 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흥미가 없는 이유에는 부산대가 제 지망 학교가 아니었던 점도 꽤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상태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연예인 라인업과 재미없는 부스를 경험하다 보니 “부산대 축제는 노잼이다”라는 인식이 더 굳어진 것 같고요.
그런데 3학년 때부터 여러 대외 활동과 사회활동을 하면서 ‘부산대 정서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보니까, 오히려 “부산대만 한 학교가 없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부산대생이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이런 축제라면 꼭 가보고 싶다” 싶은 조건이나 분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콘서트를 보러 갈 때처럼, 설레고 기대되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축제였으면 좋겠습니다. 콘서트에 가면 같은 가수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현장에서 강한 소속감을 느끼게 되잖아요.
최근 부산 지역 학생회들이 학교별 축제 유니폼을 제작해서 판매하는 문화가 생기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이것도 굉장히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만들어준다고 느끼거든요.
그리고 부산대는 학칙상 주점을 하지 못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주점도 허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술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점만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돌이켜보면 제가 웹툰 속 대학 축제에 환상을 느꼈던 이유도 사실 그런 장면들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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