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마지막이래."
대운동장 신축 캠퍼스 착공을 앞두고 맞이하게 된, 홍대 축제의 마지막 페이지. 매년 이맘때면 당연하게 찾아오던 청춘들의 들썩임 위에 이제 몇 해 동안은 만날 수 없는 기약 없는 쉼표가 얹혔다. 영원할 줄 알았던 우리의 낭만에도 끝이 있다는 걸 마주했을 때, 다들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래서 이번 콘텐츠는 단순히 화려했던 공연 라인업이나 프로그램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언젠가 다시 축제가 돌아왔을 때,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 마지막 밤을 지나왔는지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금의 홍대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이 계절을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대학내일 학생 리포터들이 직접 경험한 축제의 생생한 기록이다.
파란 하늘 아래, 축제의 시동을 거는 방법
수업이 끝나자마자 홀린 듯이 걸음을 옮긴 대운동장은 이미 파란색 천막과 매트로 청량하게 물들어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밤 주점이 시작되기도 전인 대낮이었지만, 축제의 온도를 미리 느끼고 싶어 모여든 학생들로 운동장은 이미 활기가 가득했다.
맑은 5월의 하늘 아래로 부드럽게 퍼지는 시끌벅적한 소음들을 가만히 듣고 있으니, 해가 채 지기도 전인데 마음이 벌써부터 기분 좋게 설레기 시작했다.

운동장 한가운데서 커다란 눈으로 우리를 반겨주던 거대하고
귀여운 풍선의 정체는 홍익대학교의 마스코트 ‘와우’다. 홍대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단 마주치면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이 마성의 포토존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환한 얼굴로 인증샷을 남기며 낮의 유쾌한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이 귀여운 비주얼을 참지 못하고 리포터도 슬그머니 줄을 섰다. 커다란 ‘와우’ 벌룬 앞에서 냅다 브이도 그려보고, 캠퍼스를 서성거리던 귀여운 인형 탈을 발견하자마자 호다닥 달려가 셀카까지 야무지게 성공!
멀리서 보면 평범한 파란 천막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홍대생 특유의 유쾌한 ‘광기’가 가득했다. 공룡을 타고 주점을 홍보하는 학생부터 갓을 쓰고 진지하게 메뉴판을 건네는 선비, 시선을 사로잡는 메이드 카페까지. 과별로 영혼을 갈아 넣은 독특한 컨셉들을 구경하느라 부스 골목을 지나가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축제에서 사랑을 찾아서
대운동장 한편에는 축제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달달한 온기가 맴돌고 있었다. 깨알 같은 손그림과 조심스러운 소개글이 적힌 소개팅 보드, 노란색 폴리스 라인 뒤로 ‘소개팅 중’이라는 유쾌한 경고장을 붙여둔 주점은 대낮의 캠퍼스를 은근하게 달구고 있었다.
파란 천막 사이, 독보적인 아우라


부스 골목을 걷다 보면 파란 천막들 사이에서 유독 시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나무 구조물을 마주하게 된다. 나무 목재를 하나하나 직접 짜 올려 프레임부터 지붕까지 완벽하게 세운 건축학과의 부스다. 며칠 전부터 뚝딱뚝딱 직접 공간을 지어 올렸을 이들의 공력을 생각하니, 주점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마저 든다.
낮에는 투명한 천막 사이로 햇살이 은은하게 들이치는 이 근사한 뼈대가, 밤이 되어 화려한 조명을 입으면 또 어떤 힙한 아지트로 변신할지 대낮부터 설레게 만드는 비주얼이었다.
이토록 뜨거운 밤의 열기를 그저 눈으로만 담고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축제 골목을 서성이던 중, 멀리서도 유독 핑크핑크한 컨셉이 눈에 밟히던 시각디자인학과의 주점 <슈가러시디>로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키치한 '친구 연결소 실존?!' 포스터가 붙은 천막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체다치즈가 가득 올라간 바삭한 나초를 곁들이며 축제 한복판의 낭만을 즐겼다.
[Mini Interview] 축제 뒤편, 주점을 만드는 사람들
주변의 기분 좋은 왁자지껄함에 자연스레 취해가다 보니, 문득 우리 옆에서 이 근사한 판을 짜기 위해 낮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을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신현서, 영어교육과 22학번
우리 부스는요, 항공사 컨셉으로 한국(불닭), 미국(핫도그), 일본(타코야키) 등 각 나라의 대표 음식을 기내식처럼 파는 주점이었어요!
주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학생회들은 축제 내내 주점에서 요리하고 서빙하느라 정작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축제 마지막 날 밤, 저희 과 주점 바로 앞에서 마침 축제의 단골 MC인 ‘철와우’ 님의 특별 무대가 열린 거예요. 밤 12시에 주점 정리는 일단 제쳐두고, 뿜어져 나오는 물을 맞아가며 다 함께 신나게 뛰어놀았어요. 흠뻑 젖은 채로 늦은 뒷정리를 해야 했지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가장 낭만적인 순간이었어요.
앞으로 입학할 후배들에게 '마지막 축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그때 우리가 했던 마지막 축제는, 끝이라서 더 빛났던 홍대의 밤이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내년엔 4학년이라 임용고시 공부를 하고 있겠지만, 지난 축제 사진들을 들춰보며 이때를 오래도록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출처: 인스타그램<cortis>
저녁 8시를 조금 넘기자, 주점 골목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무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무대 주변은 어느새 서로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낭만적인 밤의 열기로 북적이고 있었다.
마지막 홍대 축제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코르티스, 다이나믹 듀오, 프로미스나인까지 축제에서 쉽게 보기 힘든 이름들이 라인업에 오르자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사람들의 표정에는 들뜬 기색이 가득했다. 무대 조명이 켜지는 순간 모두 함성을 터뜨렸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축제의 열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열기의 중심에는 ‘홍대 What’s up’의 주인공! 코르티스가 있었다. 멤버들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여기저기서 앓는 듯한 반응이 쏟아졌고, 모두들 '영크크'를 외치기 시작했다.
붉은 조명 아래 노래가 이어질수록 사람들은 코르티스의 춤을 따라 추기도 하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재학생들 구역까지 내려와 팬 서비스를 해주는 순간에는 공연장이 완전히 뒤집어졌고, 엄성현은 리포터들을 봐주기까지 했다(진짜로).
코르티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홍대 축제의 비공식 교가라 불리는 우원재의 ‘시차’가 대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홍대 출신인 로꼬, 그레이, 우원재가 무대에 오르자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연호했고, 첫 소절이 시작되자마자 만 명이 넘는 인파가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넌 이 밤을 꼭 기억해야 돼”라는 노래 가사처럼, 누구보다 세차게 뛰어노는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이 뜨거웠던 홍대의 마지막 밤을 마음속에 영원히 꾹꾹 눌러 담으려는 간절한 마음이 읽혔다.
[Mini Interview] 뷰파인더 너머, 축제의 온도를 비추는 사람
화려한 무대 조명이 비추는 곳 바로 뒤편에는,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숨죽인 채 학우들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3년 동안 교내방송국 스태프로서 누구보다 뜨겁게 축제의 밤을 지켜온 한 학우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양지선, 경영학과 24학번
카메라 너머로 바라본 축제는 100% 마음 편히 놀 수는 없지만 막상 마지막이라고 하니 유독 아쉬움이 큰 공간이에요. 이번엔 주관 무대 총연출과 카메라 중계 스위칭 업무를 맡아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축제 뒤편을 지켰습니다.
무대 바로 뒤 콘솔에서 축제를 중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마지막 날 홍대 출신 아티스트인 로꼬 선배님이 ‘시간이 들겠지’를 부르실 때였어요. 무대 조명이 암전되자 학생분들이 일제히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떼창을 시작했는데, 중계 화면으로 본 그 풍경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여서 다 함께 감탄했죠. 이어서 우원재, 그레이, 로꼬 선배님과 특별 게스트까지 무대 밑으로 내려와 ‘시차’를 무한 열창하던 순간, 화면 가득 번지던 학생들의 행복한 표정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입학할 후배들에게 '마지막 축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우리의 마지막 축제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어”라고 말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 ‘다시 만날 땐 여기 끝이 아닌 시작에 서 있다고 네게 말해줄래’라는 문장이 있거든요. 흙먼지 날리던 모래 운동장과 함께한 홍대 축제의 1부는 여기서 끝나지만, 새 캠퍼스에서 후배들이 만들어갈 더 찬란한 축제의 2부가 시작될 테니까요.
홍대 축제에만 있다는 EDM 클럽, WOW DJ FESTIVAL
공연이 끝난 뒤에는 홍대 축제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WOW DJ FESTIVAL(와디페)’에 가봤다. DJ 부스에서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자 운동장은 순식간에 야외 클럽으로 변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같이 뛰어놀고, 술잔을 들고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춤추는 모습까지. 다들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즐기고 있었다.
다들 숨이 찰 정도로 뛰어놀다가도 익숙한 노래가 나오면 다시 미친 듯이 춤을 췄고, 리포터들도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 섞여 함께 뛰고 있었다. 마지막 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운동장에는 끝까지 신나게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Mini Interview] 처음이자 마지막, 새내기가 마주한 밤
화려한 부스 골목을 지나 다 함께 떼창을 부르던 무대 앞 관객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 온몸으로 축제를 즐기며 이번 '마지막 축제'를 온전히 마음속에 새기고 있던 새내기 학생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형민, 경영학과 26학번
홍대축제는 SNS에서 보던 것처럼 모두가 하나 되어 노래 부르는 낭만적인 공간이었어요. 실제로 마주한 현장은 그 상상보다 훨씬 뜨거웠고, 각 학과의 개성이 담긴 부스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축제 마지막 날, 동기, 선배들과 무대 앞에서 함께 열광했던 순간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어요. 특히 로꼬 선배님이 마지막 축제를 위해 준비해 주신 여러 이벤트 덕분에 현장의 열기가 새벽까지도 식지 않았거든요. 무대가 끝난 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밤새도록 이어졌던 뒤풀이까지, 제 대학 생활의 첫 축제는 정말 완벽함 그 자체였어요.
앞으로 입학할 후배들에게 '마지막 축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그때 우리가 했던 마지막 축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홍대생들에게 마지막 축제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리포터들은 직접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마지막 축제를 보내고 있는 재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