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차단 vs 언팔 vs 맞팔, 우리는 어떻게 헤어졌을까?

우리 헤어져도 서로 차단하진 말자
한때 사랑했던 애인과 인스타그램을 끊어야 할까.

언팔을 하자니 너무 매정한 것 같고, 그대로 두자니 스토리 하나에도 하루 종일 마음이 흔들린다.


연애를 정리한 대학생들은 전 애인과 SNS를 어떻게 정리했을까.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남이 된 관계

야옹이(여) | 22세 | 연애 1년 8개월 (이별 4개월 차)

ⓒ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

사실 너를 좋아했는데, 관심 없어 보여 다른 여자에게 애프터 신청했어
X와의 첫 통화에서 나온 말

새내기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미팅을 나갔지만, 결과는 모두 ‘꽝’이었다. 두 번째 미팅을 마지막으로 ‘미팅에선 연애를 못 하겠구나’ 싶었는데, 한 달 뒤 그 미팅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라는 디엠이 왔다. 술에 취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사실 널 좋아했는데, 관심 없어 보여 다른 여자에게 애프터 신청했어"였다. 이게 무슨. 그동안 다른 여자를 만나며 간을 본 건가 싶었다. 친구로 지내자고 선을 그었지만, 왕복 3시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모습에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만남이 이어졌다.

그래서 더 원망스럽다. 시작도 끝도 그 사람이었으니까. 본가에 내려가 있던 어느 날, "시간을 갖자"라는 연락이 왔고, 돌아왔을 때 이별을 말했다. 번아웃이 온 남자친구는 지쳐 있었나 보다. 싫은 전화를 받고 밤에 혼자 소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러 나가던 뒷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 내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달랐을까. 지독하게 싫어하던 담배 연기였는데.


우린 언팔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전 남자친구는 "응원하는 사이로 남자."고 말했지만, 나는 미련이 남아 재결합하는 법, 다시 연락이 오게 하는 법 같은 영상을 찾아보며 일주일 내내 울었다. 시간이 흘러 헤어진 지 6개월쯤,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생겼다. 군필에 담배도 피우지 않는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그 무렵부터 이상하게도 전 남자친구가 매일 꿈에 나왔다.


겁이 나서 혼자 언팔했다. 새 남자를 만나려고 한 것도 아니라, 이미 끝난 관계를 붙잡을까 봐서였다. 결국 썸붕 엔딩이기도 했고. 이 글을 쓰다가 문득 계정을 검색해 봤다.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고, 디엠 창을 열어보니 보이는 건 'Instagram User', 한때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게 차단당했다. 우리 관계는 그렇게 끝나는 게 맞았던 것 같다. 이별하고도 내 곁에 머물기를 바란 건, 어쩌면 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그 사람을 떠올려도 아프지 않은 날이 오겠지.


X에게 받은 DM




후회를 안고 떠난 관계

노을(남) | 24세 | 연애 2년 5개월 (이별 6개월 차)

ⓒ 영화 <먼 훗날 우리>

전역만 하면 우리 더 행복해질 줄 알았어
X에게 들었던 가장 미안한 말

약 3년 전 무더운 여름, 캠퍼스를 걷다 한눈에 반한 여자에게 번호를 물어봤다. 살면서 처음 부려본 용기일 만큼 마음에 들었다.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대에 갔지만, 훈련소 시절에는 매일 편지가 왔고, 면회가 가능해진 뒤에는 왕복 두 시간 거리를 꾸준히 찾아와 주었다. 방학이면 매주, 개강하면 격주로.


그런데 사람은 참 간사하다. 넘치는 사랑을 받다 보니 그게 당연해지더라. 흔히 말하는 '일말상초'에 권태기가 찾아왔고, "헤어지자", "그만 만나자"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전역을 하고 나니 아주 오만한 자신감마저 생겼다. '굳이 이 사람이 아니어도 되지 않나.'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재수 없다. 만나서 말하면 붙잡힐 것 같아 카카오톡으로 이별을 통보했다. 그래도 만난 정이 있으니 "힘들면 연락해"라고 했다.


인스타그램은 그대로 두었지만 스토리에 올라오는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결국 두 달쯤 지나 언팔했다. 남자는 이별 직후에는 후련하고, 시간이 지나면 후회한다고 하지 않나. 나도 그랬다. 생일 무렵, 한참 연락창만 들여다보다가 생일을 핑계로 연락을 보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친구처럼 안부를 주고받았던 거 같다. 취업 준비는 어떤지, 밥은 잘 챙겨 먹는지, 그런 시시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다 괜한 미련에 연락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다. 있다고 하더라. 좋은 사람이냐는 내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지난 연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서로 눈가가 붉어졌다. 다 끝난 줄 알았던 마음이 다시 흔들린다고 했고,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면, 내가 다시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다시 만나자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새로운 사람이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 같았다. 내가 뱉은 헤어지자는 말에 책임을 져야 했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X에게 보냈던 DM



이별마저 사랑한 관계

달빛(여) | 22세 | 연애 1년 6개월 (이별 4개월 차)

ⓒ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다시 마주했을 때 서로의 마음이 여전하다면, 예전처럼 함께하자
X의 마지막 편지 속 내용

"삿포로에 갈까요?" *홋카이도는 눈 때문에 고립되는 일이 잦아, 온종일 둘만 함께 있고 싶다는 의미

오빠가 나에게 고백했던 말이다. 좋아하는 문구라고 스치듯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꺼낸 말이었다. 그렇게 공부하러 들어간 대학교 스터디에서 만나 연애를 하게 됐다.


그러다 작년 여름 오빠가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 떠나기 전 오빠는 연애를 유지하는 것과 정리하는 것의 장단점을 담담하게 이야기했고, 나는 감당해 보겠다고 했다. '딱 1년만 버티면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났지만, 우리의 대화에는 "미안하다"는 말이 점점 많아졌다. 연락을 자주 못 해서 미안하고, 혼자 두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기약 없는 장거리 연애와 타지 생활에 지쳐 있는 오빠를 붙잡는 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선택했다.


오빠가 잠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마지막 날짜를 정해두고 2주 동안 시한부 연애를 했다. 어차피 끝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알면서도 평소처럼 밥을 먹고, 데이트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헤어지는 날은 내 전부였던 마지막 밴드부 공연 날이었다. 오로지 오빠만 초대해, 오빠를 바라보며 연주했다. 공연이 끝난 뒤 오빠는 꽃다발과 편지를 건네며 "하고 싶은 말은 꽃으로 대신할게." 라고 말했다. '리시안셔스: 변치않는 사랑' 그렇게 연애 550일째 되는 날, 오빠는 내가 가장 사랑받는 방식으로 이별을 건넸다.


오빠는 SNS에서 내 흔적을 정리했지만, 나는 하이라이트도, 소개 태그도 그대로다. 얼마 전에도 누군가 헤어졌냐고 물었지만 선뜻 그렇다고 말하지 못했다. 악동뮤지션의 노래 제목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이별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위해 내린 선택이니까.

X와의 마지막 DM



일곱 번의 이별로 끝난 관계

노랑(남) | 26세 | 연애 4년 6개월 (이별 1개월 차) 

ⓒ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어차피 우린 결혼할 테니 지금 헤어져도 상관없어.
여섯 번의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며 X가 했던 말

대학교 소모임 첫 회식이 끝난 다음 날, "해장하러 갈래?"라고 연락했고 그 한 끼가 연애의 시작이었다. 정작 그 뒤로 크로키 소모임에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으니 운영진 입장에서는 '연애하러 왔나?'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유머 코드도 잘 맞았고, 친구처럼 웃고 떠드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


하지만 불안형이었던 여자친구와 회피형이었던 나는 정말 많이 싸웠다. 연락 문제로 다투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여자친구는 "어차피 우린 결혼할 테니 지금 헤어져도 상관없어"라고 말했다. 졸업하고 돈만 벌면 바로 결혼할 사람이라 생각할 정도로 사랑했고, 이별도 잠시 쉬어가는 과정쯤으로 여겼다.


그렇지만 사랑만으로 안 되는 현실이 있나 보다.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미래를 이야기하게 됐다. 나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몇 시간이고 이야기했고, 직장에 먼저 자리 잡은 여자친구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 좋겠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왜 나를 믿어주지 않을까. 서로의 다름을 온전히 직시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연애를 왜 붙잡고 있지?' 그려지지 않는 미래,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지쳐버린 관계. 그야말로 관계의 족쇄였다.


결국 헤어지자고 말했다. 일곱 번째 이별이었다. 끊기 어려운 관계를 드디어 끊었다는 해방감도 조금은 있었다. 헤어지고 나서는 늘 그랬듯 언팔했다. 재결합은 이제 하면 안 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가끔 온라인 스토리 보기 사이트에 들어가 상대방 스토리를 염탐하기도 했다. 미련이라기보다, 전 남자친구로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까웠다. 보고 나면 늘 후회가 남았다. 우리가 같은 미래를 바라봤다면, 결말도 조금은 달라졌을까.


일곱 번째 이별 후 DM


믿음이 무너진 순간 끝난 관계

블루(여) | 23세 | 연애 11개월 (이별 6개월 차)

ⓒ 영화 <벚꽃 같은 나의 연인>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겠지
헤어지자는 말에 이어진 X의 말

이별하고 SNS를 차단할지, 언팔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나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안 좋게 헤어졌는데 그런 생각조차 귀찮다. 언팔 안 하는 남자 심리, 차단 안 하는 여자 심리 같은 걸 검색해 봐도 결국 정답은 없지 않나.

동아리에서 만난 선배와 연애했다. 굳이 숨길 필요를 못 느껴서 SNS에도 자주 올렸고, 겹지인들은 웬만하면 다 알고 있는 연애였다. 나는 연락이나 표현에 조금 무심한 편이었고, 선배는 섬세한 성격이라 나를 많이 배려해 줬다. 가끔 다툴 뻔한 적은 있었지만, 서로 피하지 않고 바로 이야기하는 편이라 크게 싸운 적도 없었다. 그래서 오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 한 명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나 이 말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보통 그런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좋은 경우가 없다. 그날 처음 알게 된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상대의 행실이었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고, 나중엔 그냥 귀찮아졌다. 해명을 들을 생각도 없어서 그냥 '아, 헤어져야겠네' 싶었다. 그 선배도 인정했고, 우리는 바로 깔끔하게 끝났다.

SNS도 바로 정리했다. 함께 찍은 사진을 지우고, 언팔도 망설이지 않았다. 더 이상 내 일상에 그 사람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동아리 행사도 한동안은 최대한 나가지 않았다. 혹시라도 마주칠까 봐 조마조마했고, 괜히 어색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과하지만 않다면 럽스타 정도는 괜찮다는 마음으로 별생각 없이 올렸었는데, 앞으로는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SNS에는 전시하지 않을 것 같다. 헤어지면 럽스타는 흑역사로 남으니까. ^^

X에게 보낸 마지막 DM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예외 없이 속수무책이 되곤 한다.

그래서 맞팔도, 언팔도, 차단도 정답이 될 수 없다.


그저 우리가 덜 아프기 위해 선택한 이별의 방식일 뿐.


#이별#연애#SNS#언팔#맞팔#차단#연인#애인#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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