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나 아직 이렇게 어린데 늙크크라고?

나이 먹은 것도 억울한데 늙은이 소리까지 듣는 20대 중반 대학생들
사회에 나가면 "완전 아기네!" 소리를 듣는 20대 중후반. 하지만 대학교 정문만 통과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순식간에 '화석', '늙크크', '어르신' 취급받죠.

동기들보다 조금 늦게 입학했거나, 오랜만에 캠퍼스로 돌아온 대학생들의 현실은 꽤 짠 내 납니다. 어린 후배들 눈치를 보며 밥을 먹고, 팀플에서는 묘한 학번의 무게를 견뎌야 합니다. 학교 밖에서는 그 누구보다 파릇파릇한 청춘인데, 왜 캠퍼스 안에서만 우리는 늙은이가 되어야 할까요?

나이 때문에 위축되고 씁쓸했던 순간들을 유쾌하게 이겨내고 있는 세 명의 대학생을 만나봤습니다.



2001년생, 26살의 졸업 전 대학 생활

털복숭(닉네임) 한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0학번




커뮤니티에 릴스 주인공으로 박제되며 학우들의 큰 관심을 받으셨어요.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어느 날 커뮤니티에 '같은 강의실인데 저 사람 콘텐츠 찍는 것 같다'라는 글이 올라왔더라고요. 처음엔 정말 부끄럽고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집단지성으로 나를 찾아내면 어떡하지?'하고 무서웠습니다. 근데 다행히 얼굴을 대놓고 공개하지 않고 릴스를 찍어서 그런지 신상이 크게 털리진 않았어요. 막상 겪어보니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웃음)

'찐따 복학생' 콘텐츠가 공감을 많이 얻었죠. 캠퍼스에서 복학생으로 살아남는 게 힘들진 않았나요?
사실 저는 원래 혼자 무언가를 하는 걸 편안해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타격이 크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먹고 싶은 메뉴 마음대로 고르고, 듣고 싶은 수업 눈치 안 보고 맘 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점이 컸어요.

다만 가끔은 조금 아쉬웠어요. 수업 끝나고 날씨가 좋을 때 놀러 가고 싶잖아요. 그때 당장 부를 친구가 없었거든요. 낭만 가득한 캠퍼스의 청춘을 집에서만 보내는 게 아까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나이 많은게 벼슬인데, 유독 대학교에서만 나이 적은게 벼슬 같아요.

학번과 나이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도 컸을 텐데요. 복학 후 캠퍼스에서 본인의 체감 나이는 어땠나요?
완전 아저씨가 된 기분이었어요. 제가 코로나 학번이라 휴학 전에는 캠퍼스를 제대로 못 누렸어요. 복학 후 처음 학교에 가보니 마음은 여전히 새내기였죠. 하지만 현실은 고학번이라 더 위축됐습니다.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학교라는 소속 집단과 멀어지는 기분도 들었고요.

특히 팀플 할 때 다른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나잖아요. 그래서 더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어린 친구들이 저를 어려워하거나 불편해할까 최대한 낮은 자세로 소통하려 노력했습니다.

사회로 나갔을 때 체감하는 나이의 온도차도 클 것 같아요. 본인 나이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캠퍼스에서는 완전 고인물이었는데, 사회에 덩그러니 놓이니 다시 아기가 된 기분이에요. 사회 초년생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되어 새롭고 기뻤어요. 그러면서도 20대 중반이 넘어가니 조급함이 밀려오더라고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사회에 나간 친구들도 있잖아요. 그 친구들은 벌써 경력을 쌓았을 텐데 말이죠.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더 급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의 '진짜 마음의 나이'는 몇 살에 멈춰 있다고 느끼시나요?
아직 19살에 멈춰 있는 것 같아요. 20대 중반이면 이젠 내 선택을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나이잖아요. 그런데 아직 독립을 못 해서인지 사소한 일들도 자꾸 부모님께 기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진짜 어른이 되었다?'하고 물어보면 아직은 스스로 그렇게 느끼진 못하고 있어요.


지금도 캠퍼스 어딘가에서 나이 때문에 위축되어 있을 동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초·중·고등학교나 사회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존중받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대학교라는 공간에서는 그 반대인 것 같아요. 후배들 사이에서 눈치 보며 주눅 들어 있는 동년배들이 많을 텐데, 절대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의 시선은 잠시 묻어두고, 각자의 자리에서 이 열정적인 20대를 후회 없이 즐기시길 응원합니다!



2002년생, 25살 복학생의 대학 생활

최인탁 서울예술대학교 영상전공 21학번



이제는 제가 1인분을 해내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 되었어요.

캠퍼스 내에서 본인의 체감 나이는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 학교는 워낙 다양한 연령대의 학우분들이 다니십니다. 그래서 25살이라는 나이 자체는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학번이 주는 벽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과에서 학생회비 납부자를 대상으로 간식 행사를 했어요. 그래서 간식을 받으러 갔는데 제 이름이 명단에 없는 거예요. 알고 보니 학생회비 유효기간이 5년이더라고요. 부학회장님께 재납부가 가능하냐고 물었죠.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이제 곧 졸업인데 또 내시려고요?ㅎㅎ"였어요. 그때 '나 진짜 화석 다 됐구나'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전공 특성상 팀플이 잦을 것 같아요. 조별 과제를 하며 학번의 무게를 실감한 적도 있나요?
한 번은 영상 제작 수업이 있었어요. 후배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형은 당연히 잘해야죠. 학번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이제는 제가 1인분을 해내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 된 거죠. 무조건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하는 학번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어린 후배들과 섞여 지내다 보면, 나이나 학번 때문에 억울하거나 난감했던 적도 많을 것 같아요.
후배들이 장난으로 자주 놀려요. "아무래도 오빠는 21학번이니까", "25살이니까" 하면서요. 그럴 때면 진짜 할 말이 없어집니다. '내 나이가 학교에서는 진짜 늙은이인가?' 싶어지고요. 그러다 보니 느 순간부터 자기소개를 할 때 학번을 빼고 말하게 됐어요. 제 학번을 듣고 사람들이 놀랄까 봐 미리 방어하는 거죠.

25살이면 굉장히 젊고 어린 나이잖아요. 캠퍼스 안팎의 온도차에서 오는 괴리감이 클 것 같습니다.
완전 크죠. 복학을 앞두고 제 나이와 학번 때문에 진지하게 복학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 고민을 밖에서 이야기하면 선생님들이나 선배들은 다들 비웃으셨죠. "야! 25살이면 완전 아기야! 부럽다!" 하시면서요. 당시에는 저보고 어리다고 하는 그 반응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어요. 캠퍼스 안에서는 완전 화석 취급을 받으니까요.


그런데도, 지금 이 나이 이 학번이라 오히려 멋있고 좋은 점도 있을까요?
예전에는 인간관계 하나하나에 엄청나게 집착했어요. 그런데 휴학하면서 인간관계가 한 번 싹 정리되는 경험을 했죠. 덕분에 이제는 사람에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학교생활을 하면서 두려운 일도 거의 사라졌고요. 남들 눈치도 덜 보게 된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금도 캠퍼스 어딘가에서 나이 때문에 위축되어 있을 동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나이 많은 것보다, 많다고 눈치 보면서 여유를 잃은 모습이 더 짜치는 겁니다. 나이나 학번 때문에 주눅 들지 마세요. 눈치 보지 말고, 캠퍼스에서 하고 싶은 거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2003년생, 24살의 다시 돌아온 새내기 생활

이신현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25학번



아예 나잇값 못하는 어리바리한 새내기가 되기로 했어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캠퍼스 라이프를 시작하셨어요. 입학 당시 동기들과 나이 차이가 어느 정도였나요?
당시 동기들과 3살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저는 전적 대학이 있어서 20살에 신입생을 해본 경험이 있어요. 당시 20살의 저는 2살만 많아도 나이 차이가 엄청 커 보였거든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새내기 시절, 동기나 선배가 나보다 어려서 당황했던 순간도 있나요?
선배와 밥약을 할 때였어요. 그 선배는 저보다 두 살 어렸습니다. 선배가 사주는 자리인 걸 알았지만, 한참 동생에게 얻어먹는 게 마음이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끝내 결국 결제해 버렸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예 나잇값 못 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어요. 듬직한 형보다는 어리바리한 새내기 포지션을 택했죠. 그래서 다행히 다들 저를 편하게 대해줍니다. 한 번은 짐을 옮길 때 "형은 늙었으니까 쉬어요" 하길래 넙죽 쉰 적도 있어요.

나이 때문에 동아리나 학과 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거나 씁쓸했던 적도 있나요?
한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일입니다. 나중에 동아리 임원진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 나이 때문에 합격을 망설였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새내기들이 저를 불편해할까 봐 걱정했대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잖아요. 그때 참 씁쓸했습니다.

사실 스스로도 학과 개강총회나 술자리 참석을 주저했어요. 동기를 사귀고 싶으면서도 망설여지더라고요. 제가 20살 신입생 때는 다가와 주던 선배들이 참 불편했거든요. 돌아보면 그 선배들도 딱 제 나이였습니다. 그때 제가 얼어붙었던 기억이 나서, 과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려웠어요.


24살이면 굉장히 젊고 어린 나이잖아요. 캠퍼스 안팎의 온도차에서 오는 괴리감이 클 것 같습니다.
맞아요. 학교에서는 늙은이 취급을 받아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가거나 밖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나이를 밝히면 다들 엄청 어리다고 하세요. 그래서 사회에서는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학교에서는 제가 나서면 어린 선배들에게 불편함을 줄까 봐 주저하게 되네요.

그러면 반대로 늦게 입학해서 오히려 다행이거나 좋았던 점도 있을까요?
나이가 좀 차서 그런지, 차라리 고학번 선배들과 어울리기엔 편했었습니다. 선배들에게 새내기로서 이해받고 챙김을 받을 수 있거든요. 취업전선에 있는 선배들에게 친구처럼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지금도 캠퍼스 어딘가에서 나이 때문에 위축되어 있을 동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을 홀로 하기 외롭더라도, 너무 겁먹지 마세요. 우리가 나이가 있어도 결국 다들 다가와서 손을 내밀어 주더라고요. 그때를 여유롭게 기다리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MT 가서 쭈그리고 있는 늦깎이 동기들, 우리 다 같이 힘냅시다!



캠퍼스 안에서는 늙은이 취급 받지만, 학교 밖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여전히 눈부시게 젊고 어린 청춘입니다. 20대 중후반은 결코 구석에서 눈치를 보며 숨어 지낼 나이가 아닙니다. 대학이 만들어낸 나이의 잣대에 갇혀 지금의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와 학번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을 모든 대학생을 응원합니다. 남들의 시선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의 대학 생활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주저 없이 부딪혀볼 수 있는, 찬란한 20대니까요.


#화석#고인물#복학생#재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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