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연락할래 말래? 종강하면 멀어지는 대학 친구들

어떤 멀어짐은 그저 시간이 흘렀기에 찾아오는 것
"얘들아, 한 학기 동안 수고했고 나중에 개강하면 보자~”

학기 중엔 매일 붙어 다녔지만, 종강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조용해지는 단톡방. 어떤 멀어짐은그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방학이라는 기점 앞에서, 우리는 대학 인간관계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대학생 크리에이터 3인의 솔직한 인터뷰를 만나보았다.




18만 유튜버 '대학생 민두'의 슬기로운 복학 생활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22학번 이찬민



최근 복학하셨는데 다시 돌아온 캠퍼스는 어떤가요?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예전보다 관계가 느슨해진 분위기였습니다. 1, 2학년 때는 설계실에서 같이 밤도 새고 한강도 갔는데, 3학년이 되면서 그런 문화가 사라졌더라고요.
특히 전역한 복학생과 무휴학 여학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무리가 나뉘며 어색함을 느꼈고, 전반적으로 대학 내 단체 생활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 것 같았습니다.

대학 시절 "평생 갈 친구"라고 믿었지만, 종강이나 휴학 후 자연스럽게 멀어진 경험이 있나요?
1학년 때 강의실을 아지트 삼아 매일 모이던 25명의 '고정 멤버' 단톡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대, 복학, 사소한 오해 등으로 지금은 완전히 죽은 단톡이 되었고, 결국 마음 맞는 9명만 남고 16명은 어색한 사이(어사)가 되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의 "어떤 이별은 그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찾아온다."라는 한 줄 평처럼, 별 이유 없이 멀어지기도 하는 게 대학 인간관계 같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정병이 오기도 했는데(웃음), 대학은 언제든 나와 잘 맞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더라고요.
사실 멀어진 친구들 자체가 그립다기보다, 그 시절의 좋았던 추억을 그리워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과거 영상에서 대학 친구가 '비즈니스'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하셨는데, 실제 대학 생활에서 이를 강하게 체감했던 순간이 있나요?
1학년 과대 시절, 저와 팀플을 같이 하자고 해서 팀이 된 동기 A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여사친과 술을 마셨는데, A가 다른 테이블에서 저를 보곤 뒤에서 "조원들은 버려두고 여자랑 논다"라며 뒷담화를 한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친구가 나중에 제 유튜브 채널이 성장하니 밥을 사달라며 연락이 왔습니다.
대학 사회가 '가면무도회' 같다고 느낀 결정적 계기입니다. 앞과 뒤가 다르다는 갭 자체가 굉장히 비즈니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종강 후 외로움을 겪는 대학생에게 한 마디를 전할 수 있다면?
한 드라마의 제목을 빌리자면, 저는 ‘모두가 자신의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관계는 누군가 한 명이 먼저 손을 내밀면 이어질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작은 연락 한 번만 해보길 권합니다. 먼저 연락하기 어렵다면 공감할 만한 릴스를 보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에 굳이 연연하지 않아요"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22학번 박현아



대학 생활에서, 친했던 친구 사이가 멀어질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 편인가요?
새내기 때에는 매우 속상하고 슬펐었던 것 같아요. 제 삶에서 친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거든요.
하지만 휴학 기간에 알바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인간관계의 흐름을 파악하게 된 것 같아요.
저와 잘 맞는 사람은 곁에 남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멀어지더라고요. 이젠 누군가와 관계가 멀어져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습니다.


은둔 생활에 대한 릴스가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혹시 이때의 경험이 이후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줬다고 느끼시나요?
네,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3학년부터 20살까지 은둔 생활을 했고, 이후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오랜 시간 타인과 단절되어 있다 보니 인간관계가 서툴렀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과하게 행동해 ‘흑역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경험들이 있었고, 그런 일들이 지금까지도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 친구의 잦은 연락이 부담스럽게 느껴진 적이 있나요?
네. 특히 하지 않은 사람의 연락은 피로하게 느껴질 때가 많고, 때로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특히 목적만을 위한 단기적인 연락은 더 부담스럽게 느끼는 편입니다.


깊게 친해지기 직전에 스스로 거리를 둔 경험도 있었나요?
매우 많았습니다. 저는 관계를 맺기 전에 먼저 선을 긋는 경향이 있는데, '어차피 멀어질 거야' 혹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같은 생각 때문에 스스로 거리를 두곤 했습니다.

학기 중에 자주 보던 사람들과도 종강 이후에 멀어지기도 하는데요. 심리학도로써 대학생들의 그런 심리는 무엇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회심리학 개념 중에 ‘단순 노출 효과’라는 효과가 있는데요. 특정 대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그 대상에 대한 호감도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심리적 현상을 뜻해요.
이 효과처럼, 우리가 대학 친구와 학기 중에는 매일 마주치니 자연스레 친밀감이 유지되지만, 종강 후에는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감정적 거리도 함께 멀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자연스러운 거죠.


대학교에서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한 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간관계를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스스로를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너무 벽을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나에게 해가 되는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단호함도 필요합니다.
결국 관계에서는 타인보다 자신의 마음과 삶을 먼저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두와 깊은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어요"

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21학번 주민영



종강하면 대학 친구들과 연락을 잘 하지 않는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잘 안 하는 편입니다. 원래 대학 친구들과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학교 이야기인데, 방학이 되면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공통된 화제가 줄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연락이 끊기는 듯 이어지는 느슨한 관계를 선호하는 편인 것 같아요. 학기 중에도 특별한 용건이 없으면 계속 연락을 이어가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현실적으로 연락이 뜸해지는 건 서로가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게 꼭 나쁜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지, 수단으로 대하는지 느끼게 되고, 그에 따라 연락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가장 큰 이유는 뭐였나요?
대학생이 되면 이미 각자의 가치관과 성격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상태에서 만나게 되잖아요. 그래서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과 상대방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다를 때가 많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런 차이를 보면 누가 맞고 틀린지를 따지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인간관계의 갈등은 악의보다는 기준과 기대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제작하신 영상에서 “비즈니스와 진짜 관계는 공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본인이 경험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1학년 때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다 보니 학과 친구들을 정말 많이 사귀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보이더라고요. 학교 관련 정보를 물어볼 때만 연락하고, 그 외에는 먼저 밥을 먹자거나 놀자는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친구를 보면 ‘아, 이건 비즈니스적인 관계에 가깝구나’ 싶었습니다.
반대로 학교 정보도 많이 나누지만, 맨날 같이 밥을 먹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공강 시간에 서로를 먼저 찾게 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런 친구들이 저에게는 진짜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람마다 관계의 형태가 다를 뿐이지, 대학 친구가 모두 비즈니스 관계라는 말은 제 경험상 조금 단정적인 표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비즈니스와 진짜 관계는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는 모두와 깊은 관계가 되려 하지 않는 태도가 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모든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그런 부담을 내려놓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은 20년 넘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잖아요. 그러니 다양한 사람과 두루두루 지내다가, 잘 맞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깊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건강한 방식이라고 봅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할 수도 있고, 저 역시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의 인간관계가 인생의 전부도 아닙니다. 학에서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날 수많은 사람 중 일부를 먼저 만나보는 것뿐이죠.
그러니 인간관계 때문에 자신을 너무 깎아내리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세상은 넓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거예요.
저는 휴학하고 다녔던 회사 두 곳에서 또 정말 오래 볼 잘 맞는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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