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방학 때는 그냥 좀 쉬면 안 될까요?
'갓생' 대신 '쉬었음'을 선택한 3인의 대학생들
'그냥 쉼', '쉬었음', '숨 고르기 청년'에 이르기까지. 청년을 부르는 이름은 계속 늘어나지만, 정작 쉬고 싶은 마음을 대변하는 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방학은 이런 청년들이 쉬어가는 시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의 대학생들은 '쉬고 싶은데 쉬면 뒤처질 것 같다'는 마음으로 인턴, 대외 활동, 자격증 준비로 또 다른 학기를 보내곤 한다.
그래서 세 명의 대학생에게 물었다. 우리, 방학 때는 정말 쉬어도 괜찮을까?방학은 이런 청년들이 쉬어가는 시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의 대학생들은 '쉬고 싶은데 쉬면 뒤처질 것 같다'는 마음으로 인턴, 대외 활동, 자격증 준비로 또 다른 학기를 보내곤 한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밤새 얘기하는 방학을 보내고 싶어요"
신혜윤,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22학번
방학처럼 휴식할 수 있는 시기여도, 아무것도 안 하면 불안감이 들곤 하잖아요. 혜윤 님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휴학을 오래 한 후 방학 같은 시기를 길게 보내며 이런 불안을 크게 겪었어요.쉬려고 선택한 휴학이었지만, 막상 쉬려니 '남들은 학기를 보내니 나도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들더라고요.
특히 SNS에서 대외 활동이나 인턴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꾸 비교하게 됐고, 그게 불안감을 더 키웠던 것 같아요.
그런 불안감 때문에 무리하게 활동을 채웠다가, 번아웃을 겪으신 적도 있나요?
네. 한 달 동안 대외 활동 3개에 아르바이트, 동아리 공연 준비까지 병행하며 번아웃을 겪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시기가 끝났을 때, 허무하게도 저한테 남은 게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작했지만, 결국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마음이 더 지치더라고요.
혹시 이번 방학에는 '이것만큼은 꼭 해야지'보다 '이건 하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내려놓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방학에는 한 번에 여러 개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았어요. 여러 일을 벌였다가 모두 놓치는 것보다, 하나라도 진득하게 집중해 제대로 된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만약 외부의 시선과 압박을 완전히 꺼둘 수 있다면, 혜윤 님이 진짜로 보내고 싶은 '완벽한 방학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우선 전날 밤 침대에서 편안하게 스르륵 잠들었다가, 알람 없이 적당한 오전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걸로 시작하고 싶어요. 낮에는 친구들을 만나서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낼 거예요.
이때만큼은 취업이나 일, 공부 얘기는 전부 접어두고, 각자 요즘 빠져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만 밤새도록 얘기하는 거죠.
그러다 문득 "우리 이거 할래?" 하고 뜬금없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하면 해!"라는 마음으로 계획 없이 무작정 도전해 보고 싶어요.
집에 돌아와서는 온전히 저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요. 집 청소를 깔끔하게 해두거나 혼자 좋아하는 게임을 실컷 한 뒤, 자기 전에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스르륵 잠드는 하루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에 대해 만족하면서요!
'방학인데 이대로 쉬어도 될까?' 하고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으신가요?
요즘 대학생들이 ‘이대로 쉬어도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 이유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무조건 앞으로만 달려가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
만약 그런 의문과 조급함이 든다면 “뭐라도 해야 해”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진짜 뭘 해보고 싶은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방향을 찾고 시작하는 새로운 경험은 분명 여러분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직접 겪어보니 정말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더라고요. 남들이 다 하니까 하는 것 말고, 내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것에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으니, 한국외국어대학교 국가전략언어계열 26학번

혹시 스스로도 '나 왜 이렇게 쉬고 있지?' 하며 괜히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나요? 그때는 어떻게 넘기셨나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이런 생각을 자주 했어요.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계속 누워 있기보다 샤워하거나, 요리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작은 행동이라도 바로 해보는 편이에요. 계속 누워 있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더 일어나기 싫어지더라고요.

SNS에는 갓생 콘텐츠도 많잖아요. 그런데 으니님처럼 '오늘도 아무것도 안 했다'는 콘텐츠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합니다. 대학생들이 이런 콘텐츠에 끌리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사람들은 자기를 자랑하는 데 진심이잖아요. 전시된 '갓생'을 보면서 순수하게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내 자신과 비교되는 순간도 있을 거예요.
사실 사람들은 자기를 자랑하는 데 진심이잖아요. 전시된 '갓생'을 보면서 순수하게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내 자신과 비교되는 순간도 있을 거예요.
반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콘텐츠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과 경험을 담고 있어 쉽게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담 없이 뇌 빼고 볼 수 있는 편안한 콘텐츠는, 비교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거 아닐까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시나요?
당연하죠! 며칠간 영상 제작이나 브랜드와의 협업에 전념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어져요. 특히 조회수나 브랜드 측의 연락을 신경 쓰며 긴장된 시간을 보내고 나면, 휴대폰을 보는 것조차 귀찮아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낮에 암막 커튼을 치고 휴대폰을 멀리 둔 채,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이번 방학, 쉬는 것만으로도 괜찮을지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방학 동안 소위 말하는 '갓생'을 살아도 좋고, 푹 쉬면서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만 '남들도 하니까',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서'라는 불안 때문에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내가 진짜 원하는 꿈이나 방향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늘 바쁘게 살던 저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어요"
이윤지,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23학번
출처: JTBC 드라마 <청춘시대>평소 방학에는 자격증이나 어학 공부처럼 학기 중 미뤄뒀던 일들을 하며 바쁘게 보내셨다고 하셨습니다. 올해 방학은 그동안과 달리 '쉬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번아웃이 올 만큼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학기 중에는 학점이랑 과제, 방학에는 자격증과 봉사활동 등 취업 준비를 쉬지 않고 이어오다 보니 피로가 조금씩 쌓였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방학마다 '뭐라도 하나는 해놔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늘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달렸지만, 방학이 끝날 때마다 완전히 방전된 기분이었죠. '내가 뭘 위해 이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이번만큼은 그런 강박을 내려놓기로 했어요. 무조건 무언가를 해내는 시간이 아니라, 저를 제대로 쉬게 하고 다시 채우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휴식을 결심하고 나서는 어땠나요? 마음이 편했는지, 아니면 '정말 쉬어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더 컸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지금도 편안함보다는 '정말 이렇게 쉬어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더 커요.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게 아직도 낯설고, 하루를 그냥 보내면 괜히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아 조급할 때도 있고요. 쉬는 것조차 이렇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마음 편히 쉬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출처: JTBC 드라마 <청춘시대 2>혹시 쉬는 동안에 친구들의 '갓생' 소식을 보며 조급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럴 때는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당연히 있었어요. 졸업을 앞둔 시기이다 보니 친구들의 인턴 합격이나 대외 활동 소식을 보면 순간적으로 '나만 제자리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그럴 때마다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줍니다. 이번 방학의 목표는 스펙이 아니라 회복이라는 걸 계속 되새기려고 해요. 남들의 속도에 맞춰 무리하면 결국 더 크게 지친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거든요.

바빴던 학기 중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하루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하루를 계획표가 아니라, 그날의 제 컨디션에 맞춰 보낸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알람과 과제 마감에 맞춰 하루를 쪼개 썼다면, 요즘은 알람 없이 일어나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또, 그동안 바빠서 미뤄뒀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고 있어요. 시험 때문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세상 사람들과 연결되는 감각이 좋아서 영어 스피킹 모임에 나가요. 발 닿는 대로 동네를 산책하고, 상상만 해왔던 기타도 배우고 있어요. 꼭 생산적인 일만 해야 하루를 잘 보낸 건 아니라는 걸 요즘 조금씩 깨닫고 있답니다.
출처: JTBC 드라마 <청춘시대 2>원래 '방학'은 쉬어가는 기간인데, 이제 대학생에게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 시기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불안한 미래와 치열한 취업 시장을 마주한 대학생들이 방학을 자기 계발의 시간만으로 보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가장 걱정되는 건 '쉼' 자체를 게으름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예요. 기계도 계속 쉬지 않고 돌아가면 결국 고장 나듯, 인간 역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온전한 휴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계발을 하는 이유도 결국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서인데,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면 주객전도잖아요.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만 따라가기보다,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출처: JTBC 드라마 <청춘시대>쉬고 싶은데, 쉬면 뒤처질 것 같은 마음으로 방학을 보내는 대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그 마음을 저도 너무 잘 압니다. 주변은 다 달리는 것 같은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으면 정말 불안하죠. 하지만 지친 몸과 마음으로 계속 달리는 건 결국 나를 더 크게 무너뜨릴 뿐입니다.
휴식은 포기나 낙오가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해요. 잠시 쉰다고 해서 여러분이 쌓아온 노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강한 채찍질이 아니라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온전한 휴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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