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농촌에서의 우리의 여름
도심을 떠나 하나의 마을로, 농촌에 모인 대학생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심의 일상. 그 숨 가쁜 궤도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은 낯설고 투박한 풍경 속으로 뛰어든 이들이 있다. 여름방학의 꽃이자 캠퍼스 라이프의 로망, 바로 농활(농촌봉사활동)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서툴러서 더 눈부셨던 며칠간의 시간. 함께라는 단단한 온기를 꽉 채워 돌아온 네 명의 청춘들을 만났다. 팍팍한 현실을 든든하게 버티게 해줄, 이들의 뜨겁고도 청량한 여름의 조각들을 지금 펼쳐본다.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늙지 않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완성하고 왔어요."
안예빈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25학번
활동 지역: 경상북도 의성
주요 업무: 고추 수확 🌶
기간: 4박 5일

처음 농촌에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당시에는 8월 중순이었는데,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으로 쑥 들어온 것 같았어요.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아래, 초록색 논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거든요. 매일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팍팍한 도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큰 힐링이 되었습니다.
고추밭에서의 노동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힘든 노동을 유쾌하게 이겨낸 비결이 있다고요?
꽉 찬 고추 자루를 옮기는 게 진짜 무겁고 고됐어요. 그래서 저희끼리 소소하고 엉뚱한 내기를 하며 버텼어요. 벌칙이 '생고추 먹기', '썩은 고추 베어 물기', 심지어 '풀 뜯어 먹기'나 '목장갑 핥기'였거든요. (웃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 내기 덕분에 배가 아플 정도로 깔깔 웃으면서 일했어요. 참고로 저는 내기에 져서 목장갑을 핥았는데, 짜고 강렬한 고무 맛이 났습니다.
그날 봤던 밤하늘 사진이에요.이번 농활에서 가장 선명한 여름의 한 장면을 꼽는다면요?
일과를 마치고 동기와 조용히 마을 산책을 나갔던 밤이요. 공기에서 짙은 여름 냄새가 났고, 동네 고양이들이 발끝을 맴돌았어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공기가 맑아서 별이 쏟아질 것처럼 빼곡하더라고요. 다 같이 "우와!" 탄성을 지르며 밤하늘을 사진에 담던 그 여름밤의 고요하고 반짝이던 실루엣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팍팍한 노동도 시트콤으로 바꾼 팀원들. 예빈님에게 '함께'란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혼자였다면 그냥 고통스러웠을 밭일도, 동기들과 다 같이 "아이고, 힘들어!" 엄살을 부리며 웃다 보니 어느새 유쾌한 놀이처럼 바뀌었거든요. '함께'라는 건, 고됨을 나누는 걸 넘어 다 같이 웃을 일이 몇 배로 늘어난다는 의미란 걸 깨달았어요.
농활이 끝난 지금, 그날의 기억들은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농활이 끝났다고 해서 그날의 즐거움까지 끝난 건 아니더라고요. 지금도 그때 같이 갔던 동기들을 만나면, 당시 이야기를 꺼내며 한참을 웃고 행복해하거든요. 일상을 기분 좋게 버티게 해주는, 영원히 늙지 않을 청춘의 한 페이지를 든든하게 완성하고 온 기분입니다.
"고된 시간이었지만, 이 며칠의 땀방울이 제게 자신감을 남겨줬어요."
김보민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2학번
활동 지역: 경상북도 문경시 점촌마을
주요 업무: 파종, 잡초 제거 🌱
기간: 4박5일
처음 농촌에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농활은 대학 시절에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로망이라 생각해 망설임 없이 참여했어요. 하지만 막상 도착한 농촌의 첫인상은 제가 그린 로망과는 조금 달랐어요. 시골 환경도 낯설지만, 함께 배정된 팀원들이 그날 처음 본 사이라 어색함이 컸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함께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을 흘리다 보니, 그 어떤 모임보다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파종과 잡초 제거 등 만만치 않은 작업을 맡으셨어요. 뜨거운 밭에서의 노동은 어땠나요?
낮에는 햇빛이 너무 강해 주로 새벽 일찍 일어나 오전 작업을 해야 했어요. 매일 새벽 알람을 들으며 일어날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이더라고요. 가장 큰 복병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불쑥 튀어나오는 벌레였습니다. 처음엔 너무 돌라서 고함도 지르고 밭에서 도망 다니기도 했어요. (웃음) 물론 며칠 지나니 완벽히 적응해서 묵묵히 밭일하게 되었지만요.

고된 새벽 작업의 피로를 싹 날려준 치트키가 있었을까요?
마을 주민분들이 챙겨주신 새참이요! 특히 작업 중간 그늘에 돗자리 펴고 둘러앉아 먹은 수박을 잊을 수 없어요. 뙤약볕 아래서 땀을 쏙 빼고 베어 문 그 맛을 잊지 못해요. 장담하건대 제 25년 인생에서 가장 달콤하고 시원했던 수박이었어요.

이번 농활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낭만적이었던 찰나가 궁금해요.
한낮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잠시 작업을 쉬고, 다 같이 근처 계곡에 뛰어들었던 순간이에요. 물속에서 게임도 하고, 잠수 대결도 하며 정신없이 놀았어요. 마침, 타이밍 좋게 시원한 소나기까지 내렸어요. 빗속에서 다 같이 웃고 떠들던 그 순간이 정말 한 편의 청춘 영화 같았어요. 대충 물기만 털어내고 다시 오후 작업하러 가는 발걸음마저 낭만적이더라고요.
새로운 사람들과 낯선 공간에서 부대끼며 친해졌어요. 보민님에게 '함께'란 무슨 의미로 남았나요?
고된 작업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다 같이 "내일도 힘내보자"라며 으쌰으쌰 기운을 북돋아 줬어요. 입소부터 퇴소까지 24시간 내내 모든 순간을 공유하다 보니 상상 이상으로 끈끈해졌죠. 제게 '함께'란, 아무리 고된 일도 웃으며 버티게 해주는 든든한 원동력이에요.
다시 도심으로 돌아온 지금,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꽤 어려워해서, 이번 농활 자체가 크나큰 도전이었어요. 하지만 돌아보면 '도전'이란 말이 어색할 만큼 좋은 추억만 가득 찼죠. 몸은 무지하게 힘들었지만, 덕분에 "하고자 하면 안 될 게 없다"라는 값진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변화예요.
"평상에 앉아 노을을 보던 저녁은 힘들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명장면이에요."
이의진 성공회대학교 영상콘텐츠학과 24학번

활동 지역: 전라북도 익산시 구룡마을
주요 업무: 요리 🍳
기간: 7박 8일
처음 농촌에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제가 서울 토박이라 농촌에 대한 경험이 없었어요. 그래서 벌레도 무섭고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 곳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게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숙소인 마을회관은 생각보다 협소했고, 화장실 문도 잘 잠기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었죠. 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저희를 정말 따뜻하게 환대해 주셨어요. 그 다정한 환영 덕분에 막막함이 금세 설렘으로 바뀌었답니다.

18명의 삼시 세끼를 책임지는 주방 요정으로 활약하셨어요.
집에서도 요리를 자주 했었어요. 하지만 대용량 조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더라고요. 매번 밥양 맞추는 것도 일이고, 남는 식재료 없이 알뜰하게 쓰는 데 집중했어요.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박스째 쌓여있던 감자였습니다. 매일 새벽부터 쉬지 않고 감자를 깎았어요. 발바닥이 저릴 정도로 고된 단순노동이었죠. 서울에 돌아온 지금도 감자만 보면 저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온답니다.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단연코 7일 차 마을 잔치 때 만든 닭칼국수예요. 요리부 3명이 무려 40인분을 해내야 했거든요. 인터넷 레시피를 뒤져가며 땀을 뻘뻘 흘렸죠. 좁은 주방에서 양파를 까다가 눈물이 터지기도 했어요. 근데 밑에서 닭살을 발라내던 친구가 더 펑펑 우는 거예요. 그 모습이 시트콤 같아서 다 같이 박장대소했어요. 이렇게 우당탕 완성된 요리를 마을 분들과 학우들이 맛있게 비워주셔서 엄청 뿌듯했답니다.
좁고 바쁜 주방에서 셋이 합을 맞추며 '함께'의 의미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사실 저희 요리부 셋은 연극 동아리를 같이 하는 끈끈한 사이예요. 그래서인지 바쁜 주방에서 눈빛으로도 호흡이 척척 맞았죠. 결과물이 식당처럼 완벽하진 않았지만, 땀을 흘리며 요리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 진정한 연대란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번 농활에서 가장 선명한 여름의 한 장면을 꼽는다면요?
모든 일과를 마치고 평상에서 다 같이 고기 파티를 하던 저녁이요. 저희는 주방에서 요리하느라 제일 늦게 평상으로 합류했어요. 그래서인지 빨리 눕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큰 나무 아래에서 붉은 노을을 보며 잔잔한 노래를 들었어요. 그 순간 마법처럼 피로가 바람에 날아갔습니다. 노을과 살랑이는 여름밤의 바람결까지 힘들 때마다 떠올리고 싶은 장면이에요.
다시 도심으로 돌아온 지금,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식재료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밥을 먹을 때마다 농민분들의 바쁘고 고된 하루가 그려지거든요. 쌀 한 톨, 채소 하나에 정직한 땀방울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일상에서 나태해지지 않고 단단하게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후 먹는 밥맛. 그건 진짜 겪어본 사람만 아는 맛이에요."
송아름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25학번

활동 지역: 제주시 조천읍
주요 업무: 마늘 수확 및 밭 정비 🧄
기간: 1박2일
처음 농촌에 도착했을 때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끝없이 펼쳐진 마늘밭을 보고 막막했어요. 저희가 작업해야 할 밭이 생각보다 너무 넓었거든요.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고 착잡했지만, 평소엔 절대 해볼 수 없는 낯선 경험이기에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마늘밭에서 노동의 고됨을 잊게 해준 순간이 있었나요?
점심으로 먹은 제육볶음이요. (웃음) 뙤약볕 아래서 쉼 없이 밭의 비닐을 걷어내는 건 난생처음 겪는 강도의 노동이었어요. 노동 후 먹은 제육볶음은 제 인생 최고의 제육볶음이었어요. 땀을 흘리고 흙먼지를 잔뜩 마신 뒤에 다 같이 둘러앉아 먹었거든요. 그 순간의 밥맛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땀방울 사이로 비친 가장 선명한 여름의 한 장면이 궁금해요.
다 같이 진분홍색 꽃무늬 작업 모자를 쓰고 마늘 줄기를 다듬던 순간이에요. 처음 모자를 받았을 땐 서로의 모습이 너무 촌스럽고 웃겨서 한참을 놀렸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 모자를 쓰고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풍경이 묘하게 벅찼어요. '아 지금 우리가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구나' 싶었죠.
낯선 환경에서 단체생활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아름님에게 '함께'란 무슨 의미로 남았나요?
혼자였다면 아마 첫날 금방 포기했을 거예요. 같이 땀 흘려주는 팀원들이 있으니 마지막 날까지 즐겁게 해낼 수 있었어요. 서로 말없이 물을 건내주고, 숨이 턱 끝까지 찰 때 "조금만 더 하면 돼!"라고 건네는 한마디가 큰 원동력이 되었어요. '함께'라는 건 단순히 옆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가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힘이더라고요.
다시 도심으로 돌아온 지금,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전 원래 끈기가 부족한 편이었어요. 조금만 힘들면 무의식중에 금방 놓아버리곤 했죠. 그런데 이번 농활을 통해 내 한계를 넘어 끝까지 해내는 경험을 얻었습니다. 이제 일상에서 벅찬 과제나 힘든 일을 마주쳐도 쉽게 도망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정도쯤이야 한 번 더 버텨보자는 맷집이 생겼거든요.
며칠간의 뜨거웠던 시간이 지나고, 네 명의 청춘들은 다시 도심 속 일상으로 복귀했다. 뙤약볕 아래서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뻐근했던 종아리의 근육통은 금세 희미해질 것이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다 함께 땀 흘리며 다져진 마음의 체력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대학 생활의 진짜 낭만은 한 줄의 완벽한 스펙을 채우는 것보다, 서투른 모습 그대로 다 같이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크게 웃어보는 시간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농활#농촌봉사활동#봉사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