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400년을 헤맨 한 사람의 외로운 고백

잔향처럼 길게 남은 뮤지컬 〈드라큘라〉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끝’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해줄 때 완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영원한 삶에 갇혀 한 사람만을 쫓아온 드라큘라에게 그 이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화려한 판타지의 겉껍질 속에 사랑과 집착, 영원이라는 저주, 그리고 놓아주는 용기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숨겨두고 있었다. 오늘은 무대 위에서 직접 마주하고 온 그 이야기를 풀어본다!


사진제공. 오디컴퍼니(주)


괴물의 잔혹극이 아닌, 과거에 갇힌 자의 외로움


흔히 '드라큘라'라고 하면 피를 튀기는 공포물이나 괴물을 물리치는 영웅담을 떠올린다. 줄거리를 미리 공부하고 갔음에도, 뻔한 판타지 이야기일까 봐 절반은 의심하는 마음으로 객석에 앉았다.


첫 소절이 터져 나온 순간 의심은 의미가 없어졌다. 무대 위 드라큘라는 잔혹한 괴물이라기보다, 가장 행복했던 과거에 혼자 갇혀버린 불쌍한 사람에 가까웠다. 4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죽지 못하고 과거를 헤맬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깊은 외로움이 먼저 와 닿았다.


사진제공. 오디컴퍼니(주)

당신의 모든 전생, 나를 위한 삶. 내게로 와요, 나와 함께
넘버 〈She〉 중

드라큘라는 왜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는다. 단지 핏빛 욕망이 아니라, 잃어버린 전생의 사랑을 미나에게서 다시 찾아내려는 그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평온한 삶을 살던 미나 역시 그 애절한 고백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두 사람 사이를 흐르는 비극적인 운명의 무게가 무대 위를 빽빽하게 채웠다.


사진제공. 오디컴퍼니(주)


그대의 눈빛 속에 내가 살고 있듯, 내 마음속엔 오직 그대만이 넘쳐나.
넘버 〈Loving You Keeps Me Alive〉 중

이 작품의 진가는 메인 넘버에서 드러난다. 단순히 멜로디만 좋은 사랑 노래가 아니라, 두 인물의 감정이 정면으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400년을 기다려온 드라큘라의 애원과, 평온한 일상을 지키려다 흔들리는 미나의 혼란이 팽팽하게 맞선다. 지독하게 직진하는 남자와 갈팡질팡하는 여자의 대립이 극의 몰입도를 확 올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이 장면의 잔향이 가장 오래 남았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선택이 정답은 아니니까


사진제공. 오디컴퍼니(주)

드라큘라에게는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지만, 그의 이기적인 행동 앞에서는 문득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무리 애절한 기다림이라 해도 상대의 삶을 마음대로 뒤흔드는 게 정말 사랑일까. 곁에 두려는 탐욕은 순애일까, 아니면 사랑이라 이름 붙인 집착일까.

하지만 마지막 순간, 드라큘라의 선택은 인상적이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대신, 상대의 삶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서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영원이라는 저주 속에서 상대를 위해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그 희생이야말로 그가 보여준 가장 진정한 사랑이었다.

첫 뮤지컬이 〈드라큘라〉라 다행이다!




말로 다 담지 못하는 감정이 음악을 타고 곧장 꽂히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다. 400년 동안 한 사람만 바라본 드라큘라의 사랑은 '뮤지컬'이라는 낯선 선율 속에서 깊은 여운을 주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늘 적당히 거리를 두던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계산 없이 솔직했던 적이 있었나.’




뮤지컬 <드라큘라>



  • 기간: 2026.07.10 (금) ~ 2026.10.18 (일)
  • 시간: 화·목·금 19:30 | 수 14:30, 19:30 | 토 14:00, 19:00 | 일 13:00, 18:00 (월 공연 없음)
  •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 출연: 신성록·김준수·전동석·고은성 (드라큘라), 조정은·박지연·김환희 (미나) 등
#뮤지컬#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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