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엄미새부터 언미새까지, 가족이 최애가 된 우리
동결건조를 외치는 Team엄미새, 언미새 모두 모여라
"엄마랑 또 놀러 가?", "언니랑 또 카페 갔어?"
요즘 SNS를 보다 보면 친구보다 엄마, 연인보다 언니가 더 자주 등장한다. 함께 맛집을 가고, 전시를 보고, 여행을 떠나는 일상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들에게는 '엄미새(엄마에게 미친 사람)', '언미새(언니에게 미친 사람)'라는 재치 있는 이름까지 붙었다.
'엄미새', '언미새'. 가볍게 웃고 넘기는 밈 같지만, 그 안에는 가족과의 시간을 기꺼이 선택하는 20대들의 새로운 관계가 담겨 있다. 가족이 가장 편한 사람이 된 20대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 봤다.

너무 엄마 얘기만 해서 가족들이 서운해 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어.
난 엄미새니까.
정우연,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24학번
평소 엄마와 어떤 데이트를 즐기나요?
저희 모녀의 특별한 데이트가 있는데, 바로 '시험 데이트'입니다. 토익 같은 시험을 보러 가면 엄마가 꼭 시험장까지 같이 가주고, 근처 카페에서 기다려 줍니다. 시험 보는 장소를 일부러 매번 다르게 지정하니까, 저희는 항상 새로운 동네에서 데이트를 하는 거죠.
어느 날은 시험이 끝나고 저를 한결같이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 꽃을 선물한 적이 있어요. 꽃을 선물한 지 6개월이 넘어간 지금은 드라이 플라워가 되어 부엌에 매달려 있답니다.
엄마와 데이트를 자주 다니시는 만큼 에피소드도 정말 많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엄마가 살던 동네에서 즉석 떡볶이 먹은 날엄마가 즉석 떡볶이를 좋아해서, 종종 데이트 가는 곳에 있는 즉석 떡볶이 가게를 찾아가요. 어느 날은, 엄마의 모교도 구경하고, 그 동네에서 즉석 떡볶이를 먹으러 갔어요. 그런데, 저희 옆 테이블이 엄마의 동창이셨던 거예요. 학생이었던 두 사람이 각자 가족을 이뤄 추억이 담긴 동네의 떡볶이 가게에서 만났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친구와 보내는 시간과 비교했을 때, 엄마와 보내는 시간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파워 내향형에,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심한 스타일이에요. 사람이 많은 곳이나 빽빽하게 찬 약속들을 잘 즐기지 못하죠. 그런데 엄마랑 노는 건 침대에 누워있는 것처럼 충전이 돼요. 비록 그 장소가 용산 아이파크몰일지라도요(웃음).

엄마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안정감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엄마한테 여러 걱정을 털어놓은 후 "괜찮다", "원래 다 그런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어요. 가끔은 이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엄마가 대답해줄 때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더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된 엄마와의 헤어짐을 상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사실 저는 할머니가 된 엄마와의 헤어짐은 굳이 상상하지 않으려고 해요. 최근에 읽은 책에서 이런 말이 있었어요.
"우리는 아름다운 날들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쳐 보내다가 나쁜 날들이 올 때가 되어야만 그것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사람은 매일 다짐하고 매일 까먹지만,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단 나을 거라고 믿어요. 지금 이 평범한 일상이 언젠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걸 항상 다짐해야죠.
그래서 미래의 헤어짐을 미리 걱정하기보다 지금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습니다. 많이 웃고, 많이 놀고, 많이 사랑하면서요.
엄마가 귀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나요?
저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바람에 저희 엄마는 반강제 MZ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정보 댓글을 달기도 하고, 저랑 서로 릴스를 주고 받기도 해요. 최근에 유행했던 셋로그까지 하는 멋쟁이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알려주면 귀찮을 법도 한데, 최선을 다 해서 함께 해줄 때 엄마가 너무 귀엽게 느껴져요.
모녀의 귀여운 셋로그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자고 하면 진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아하세요. 평소에는 소녀 같은 성격을 별로 볼 수 없는데, 이럴 땐 "너무 좋앙!"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20대인 엄마를 만난다면 같이 해보고 싶은 일이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식상하게 "나를 낳지 말고 엄마 자유를 찾아!"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엄마를 만나고 싶거든요(웃음). 그대신 우리가 앞으로 엄청 많은 일을 함께 하게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20대의 엄마와는 친구일테니까, 놀이공원에서 무서운 놀이기구도 타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보고 싶어요.

저희 엄마는 28살 때 저를 낳았어요. 지금의 저보다 고작 5살 많은데, 정말 어떻게 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자식을 위해 모든 걸 양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해주고 싶어요. 서로 번갈아가면서 져주는, 그래서 결국은 비기는 관계가 되고 싶어요. 저는 언제든 엄마한테 져줄 수 있거든요.

"제가 한 것도 없는데 그냥 언니가 누구보다 자랑스러워요."
김민정, 크리에이터 '만찐두빵(@manjjin_zip)'
언니와의 관계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해왔나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저희 둘이 있을 땐 언니가 엄마 역할을 해왔고, 저는 언니를 많이 의지했어요. 둘이 방도 같이 썼어서 언니랑 잠 들 때까지 이야기하는 게 일상일 정도였답니다.
중, 고등학생 시절, 언니의 대학 입시가 다가올수록 둘이 뭐만 하면 싸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언니가 자기 전에 숨죽여 울더라고요. 그때 언니의 학업 스트레스를 처음으로 알게 돼서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습니다. 이 날 이후부터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언미새' 콘텐츠에서 네이버 아이디에 언니 생일을 넣었다고 하셨는데요. 언니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이메일은 초등학생 때 처음 만들었는데요. 고민하다가 '0221(언니 생일)'과 'alswjd('민정'을 영어로 그대로 친 것)'의 조합으로 결정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번뜩 바로 생각나는 게 이거였어요(웃음). 나중에 언니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어이없어하면서도 뿌듯해 하는 눈치였어요. 최근 제가 올린 언미새 콘텐츠를 봤을 때도 굉장히 뿌듯해 하더라고요.
내 생일인 줄 알았어 언니..여담으로 저희 언니 네이버 아이디는 011로 시작해서 무슨 뜻인지 물어보니 아빠의 옛날 번호가 011로 시작해서 그랬다네요. 저는 제 생일이 8월 11일이라 내심 기대했는데 자의식 과잉이라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언미새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 동네에서는 대부분 경상여고나 성화여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 고등학교를 진학했는데요. 언니가 당시 경상여고를 다니고 있어서 저도 1지망으로 경상여고를 적고 싶었어요.
그런데 언니가 "나 이제 3학년 올라가는데, 네가 학교에서 돌아다니는 걸 보면 공부에 방해되니까 성화여고에 가라."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성화여고는 안중에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언니가 방해된다고 해서 바로 성화여고를 1지망으로 적고, 그곳을 다녔답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이해되는 언니의 모습이 있나요?
대학교 졸업 전에 "자격증 따라.", "학점 더 높여라." 등의 말들이 잔소리로 느껴졌어요. 그런데 취업준비생이 되어 보니까, 학생 신분일 때와 다르게 '내 한 몸,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고요. 언니의 조언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언니도 나랑 같은 어린 애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멋쟁이같이 보이고, '언니는 이미 어른이구나.'라고 생각했답니다.
언니에게 가장 고맙거나 미안했던 순간이 있나요?
제가 중학생 때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공부를 아예 놓고 전교 등수가 100등 넘게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빠가 화나서 엎드려뻗쳐를 시켰는데, 몇 시간동안 그러고 있으니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아빠가 화장실 간 사이에 휴대폰 챙길 틈도 없이 눈에 보이는 5천원을 들고 전속력으로 뛰쳐나갔어요.
그런데 언니가 절 잡으러 왔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빠가 시험을 이틀 앞둔 언니한테 저를 잡아오라고 해서 언니와 저만의 술래잡기가 시작됐어요. 제가 언니보다 달리기가 훨씬 빨라서 계속 쫓아오는 언니를 피해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언니의 시험 공부를 방해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네요.
10년, 20년 뒤에는 언니와 어떤 관계로 남고 싶나요?
전 사실 언니랑 멀리 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최근에 주변인들이 결혼을 하는 걸 보면서, 언니가 결혼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걸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상상만 해도 너무 싫더라고요(웃음). 둘이서 쌓아 온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웃는 시간이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10년, 20년이 지나도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언니의 자식과 제 자식들도 서로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어요. 언니와 서로 힘내면서 오래오래 일상을 공유하며 노는 사이로 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언니, 그냥 죽는 것도 같이 죽자..
'엄미새', '언미새'라는 단어는 자칫 가볍고 귀여워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의외로 우직하다. 가장 편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고, 좋은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것.
어쩌면 가족이 '최애'가 된 건 새로운 문화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의 소중함을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 시대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엄미새#언미새#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