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낭비를 통한 낭만
효율보다 행복을 좇는 대학생들의 이야기
투자와 절약, 부자가 되는 방법이 알고리즘을 장악하는 요즘. 우리는 점점 '낭비하지 않는 삶'을 정답처럼 여긴다. 그리고 시간도 돈도 아껴야 잘 산다는 기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기에 앞서 그것이 가져다줄 효율을 계산한다.
하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낭비는 오래 기억에 남고, 지금의 나를 완성한다. 누군가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낭비일 수 있지만, 자신의 삶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기꺼이 낭비를 선택한 세 명의 대학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누구나 꿈꾸는 해외 한달살이, 당연히 해봐야죠."
정병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22학번

일본 한달살이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누구나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은 때가 있잖아요. 그때 망설이지 않고 어디든 떠나고 싶었어요.
일본 한달살이를 하며 가장 낭비했던 순간이 무엇인가요?
시간도 돈도 크게 낭비했죠. (웃음) 계획 없이 그때 하고 싶은 거 하고, 가고 싶은 도시로 옮겨 다니다 보니 더 낭비했던 것 같아요. 열차 예매를 뒤늦게 해서 추가 비용이 든다거나, 막차가 끊겨서 신주쿠에서 밤을 새기도 했네요. 지루한 시간도 많았고요.
여행 중 만난 친구들과 거리에서 밤을 새운 날낭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요?
당연히 들었죠. 낭비를 할 줄 알고 간 것임에도, 더 나은 선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항상 갖고 있었어요. 홀로 여행을 즐기고 나면 그 뒤에 오는 외로움이 더 짙어서 힘들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살이를 떠난 원동력이 궁금해요.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경험이요. (웃음) 해외에 홀로 있으면 평소와 다른 페르소나로 살아가며, 혼자 사색에 잠기거나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 경험은 저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줘요.

낭비를 두려워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무엇인가요?
어떤 선택이든, 효율적인 다른 길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겪지 못한 가능성에 고통받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낭비라고 생각해요. 미래는 늘 불확실하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내 낭비를 즐길 여유를 갖는 거죠.
"그 시절을 간직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낭비해야죠."
오정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22학번

언제 향수를 사세요?
새 학기마다 새로운 향수를 사는 편이에요. "기억은 향기로 남는다"는 말이 있듯, 나중에 그 향만 맡아도 그때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웃음)
그 시절에 맞는 향수를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향수 관련해서 가장 낭비했던 순간이 무엇인가요?
독일 교환학생 시절, 친구의 추천으로 제 취향에 딱 맞는 향수를 만났지만 비싼 가격에 결국 사지 못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몇 달간 그 향이 계속 생각나 결국 더 비싼 가격에 구매했죠. (웃음) 진작 샀으면 훨씬 저렴했을 텐데, 그때의 아쉬움까지 더해져 지금은 가장 애착이 가는 향수가 됐어요. 제때 하지 않는 선택이 오히려 더 큰 낭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낭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요?
낭비가 아니라곤 말 못 해요. (웃음) 대학생이 알바로 버는 돈에 비하면 향수가 절대 저렴하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수를 사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향을 맡으면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그 향 안에 당시의 분위기와 만났던 사람들, 있었던 일들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향수는 사진첩이나 일기장처럼 시간을 저장하고 기억하는 방법 중 하나예요. 그래서 조금 비싸더라도 이 습관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낭비를 두려워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낭만의 기준은 다르니까, 내게 그 무엇보다 의미 있다면 그건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기만의 낭만을 위한 소비 하나쯤은 당당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하나라도 있어야 행복하잖아요. (웃음)
"너무 재밌어서, 그 정도 낭비는 아깝지도 않아요"
홍의찬,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2학번

언제부터 밴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2학년 때 처음으로 저희 과 밴드 동아리 공연을 봤어요. 그 공연을 계기로 밴드 활동에 관심이 생겼고, 결국 동아리에 들어가 베이스를 배우면서 제 밴드 생활이 시작됐죠.
밴드 관련해서 가장 낭비했던 순간을 소개해주세요.
군대에서 열심히 모은 군적금 대부분을 악기 레슨비에 썼죠. (웃음) 군대에서 틈틈이 베이스를 연습했는데, 어느새 드럼도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전역하자마자 기타랑 드럼 학원을 등록했어요. 또 밴드 활동을 하다 보면 개인 연습과 합주에 들이는 시간도 상당한데요. 세 개의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일주일 내내 합주하고 악기 연습하며 보내기도 했어요.

낭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요?
동기들이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걱정이 들기도 해요. 지난 학기에 밴드와 알바, 학교생활을 병행하느라 다른 대외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해서, 괜히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 활동을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밴드가 너무 좋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해보겠어요. (웃음) 나이가 들수록 제 시간을 주체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지금을 더 즐기고 싶어요. 관객들이 저희 공연을 진심으로 즐겨주시는 모습을 보면 몸 곳곳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이 들어요. 그게 다음 공연을 준비할 원동력이 돼요.

낭비를 두려워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무엇인가요?
'하고 싶으니까'만큼 좋은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당장의 미래와 아무 연관 없어 보여도, 하고 싶으면 주저하지 말아요. 벌써부터 주저한다면, 나중엔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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