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그 시절 우리의 덕질은 미쳐 있었다

카스 썰, 빙의글 쓰고 프듀 챙겨보던 그때의 추억들

"그때는 방탄이 하루의 전부였죠."

이은채,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24학번



'학창 시절'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나요?
2018년의 제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학교가 마치자마자 편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아무도 없는 학교에 남아 친구들과 사진 찍으며 놀던 게 가장 기억이 나요. 불편했던 교복을 갈아입으면 왠지 모를 해방감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 시절, 가장 열심히 덕질했던 대상이 있나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워너원-방탄소년단-2PM-스트레이 키즈 순으로 덕질을 해왔고, 그 사이에 공백기가 단 한 번도 없었는데요. 가장 열심히 좋아했던 건 스트레이 키즈이지만, 제가 정말 제대로 된 '덕질'을 하게 된 건 역시 방탄소년단이 처음이었어요. 


출처: 네이버 블로그 '바다에 떠있는 달'

그때 한창 '방탄 빙의글*'이 인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은채 님도 빙의글을 써본 경험이 있나요?

조금 웃긴 이야기인데요.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 사이에서 공책에 방탄 빙의글을 써서 돌려 읽는 게 잠깐 유행했어요. 저도 공책 한 권을 사서 뷔를 주인공으로 한 빙의글을 썼고, 저희 반뿐 아니라 다른 반 친구들까지 돌려 읽을 정도였죠.

그러다 한 친구가 수업 시간에 그 공책을 읽다가 선생님께 압수당했고, 종례 시간에 "읽거나 쓴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는 말씀에 순진했던 저희는 우르르 나갔어요. 선생님께서는 부모님께 직접 말씀드리라고 하셨는데, 정말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한 사람은 저뿐이었더라고요.
나중에 엄마가 전해주신 말로는, 선생님도 제가 정말 부모님께 말씀드릴 줄은 몰랐다며 웃으셨다고 해요. (웃음) 그 일 이후로는 빙의글을 쓰진 않고 읽기만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덕질 경험이 있나요?

2019년 방탄소년단 부산 팬미팅 티켓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남에 살았던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였는데, 하필 티켓팅 시간이 학원 수업과 겹쳤어요. 수업을 빠져본 적도 없던 저는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나와, 와이파이가 가장 잘 터지는 원장실 앞에서 몰래 티켓팅을 했습니다.

악조건이었지만 운 좋게 좋은 자리를 예매하는 데 성공했고, 나중에 보니 친구들은 모두 실패했더라고요.

그렇게 간 인생 첫 팬미팅에서 진이 객석으로 뿌린 물을 맞았어요. 이후에도 여러 콘서트를 다녀봤지만, 그날만큼은 아직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좋아했던 놀이 문화 같은 것도 있었나요?

네. 쉬는 시간이면 10명 정도가 둥글게 모여 앉아 랜덤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나요. 바니 바니, 이중 모션, 프라이팬 놀이를 정말 자주 했는데, 그땐 술도 마실 나이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술 게임보다 더 재밌게 즐겼던 것 같아요.

점심시간에는 아미(방탄소년단 팬) 친구들과 모여 방탄소년단 노래를 듣곤 했어요. 핸드폰은 학교에서 걷었을 텐데 누구 폰이었는지는 이제 기억도 안 나네요. 저희는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을 더 좋아했어요. 한 명이 노래를 틀면 다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따라 부를 정도였죠. 혹시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괜히 집에 가서 더 연습하고, 가사를 외워 오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 감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아이폰6s 아날로그 파리 필터로 보던 세상

*빙의글: 아이돌이나 배우를 주제로 작가 혹은 독자가 주인공으로 보이게 만든 소설



"학교 생활이 케이팝 그 자체였어요."

크리에이터 은초,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생



2016~2017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나 기억은 무엇인가요?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교실 앞 스크린에 항상 <프로듀스 101 시즌2> 직캠이 틀어져 있었던 기억이 나요. 스타일쉐어나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는 코디를 구경하고, 보세 옷을 많이 파는 지하상가에서 쇼핑하는 것도 일상이었죠. 그 시절을 떠올리면 학교생활 자체가 케이팝과 함께였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시절의 하루 루틴을 떠올려본다면 어떤 모습이었나요? (등굣길, 쉬는 시간, 하교 후 등)
하루 대부분이 케이팝으로 채워져 있었어요. 버스로 20분 정도 등교하면서는 홈마나 방송사에서 올린 직캠을 봤고,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제출했기 때문에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교실 스크린으로 어떤 영상을 볼지 고르며 함께 소리를 지르곤 했어요. 하교 후에는 밀린 트위터를 보느라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프로듀스101 시즌2>를 보셨다면 어떤 방식으로 즐기셨나요?
매주 본방 사수를 하면서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나눴어요. 핸드폰이 뜨거워질 정도로 메시지를 보내며 함께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상남자' 1조예요. 박지훈, 배진영, 주학년 등 인기 연습생들이 모인 팀이라 직캠 선공개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공개 시간이 하필 야간자율학습 시작과 겹쳤어요. 결국 친구들과 몰래 잠긴 교실에 들어가 불을 끄고 직캠을 봤는데, 너무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당직 선생님께 들켜 다 같이 혼났던 추억이 있습니다. (웃음)

출처: 조선일보

학교에서 친구들과 덕질했던 문화 중 지금 생각하면 웃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학교 매점에 전단지를 붙일 수 있었는데, 응원하는 멤버의 문자 투표를 독려하는 전단지로 매점 벽이 가득 찼던 기억이 납니다. 직접 간식을 포장해 본방송 날마다 나눠주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반면, 전단지를 몰래 찢거나 낙서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걸로 다투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또, 내가 좋아하지 않는 연습생이 친구의 최애인 경우도 있어서 서로 서운해하기도 했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가 너무 진심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아 재밌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당연하게 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문화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생일 선물 문화가 가장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친구 생일이면 직접 선물을 고르고, 문구점에서 포장지를 사서 포장하거나 손 편지를 꼭 썼었어요. 어떤 때는 롤링 페이퍼를 받으려고 친구 몰래 반 전체를 돌아다니고, 엄청나게 큰 전지 편지를 만들기도 했어요.
지금은 모바일 선물하기로 간편하게 마음을 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때는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생일의 큰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올려주신 'POV: 2016' 영상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는데, 그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와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우연히 틱톡에서 해외 이용자들이 2016년을 추억하는 영상을 봤어요. 한국 버전도 찾아봤는데 없길래, 제 갤러리에 있는 사진들을 모아 직접 영상을 만들게 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저때는 그냥 지구의 색 자체가 예뻤다."라는 말이었어요. 당시에는 '아날로그 필름' 같은 보정 앱이 유행해서 사진마다 화사하고 핑크빛이 도는 필터가 입혀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실제 풍경보다도 그 시절이 더 따뜻하고 예쁘게 기억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때는 지금보다 어렸고, 내일에 대한 걱정도 많지 않았던 시기라서 그 시절 자체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만의 감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말하고 싶나요?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큰 힘이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보기 위해 TV 앞에서 본방송을 기다리고, 팬카페에서 새로운 소식을 찾아보던 것처럼 좋아하는 것을 위해 직접 움직이는 게 당연했던 시기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번거로운 과정도 많았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스 썰 쓰던 초등학생이 국문과 대학생이 되기까지'

유한서(가명),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2학번



초등학교 때 ‘카스 썰’을 직접 써 본 경험이 있다고 하셨어요. 어떤 내용이었나요?
그 당시 ‘심심이’라는 대화 봇이 유행했는데, 제가 엑소도 좋아했어서 "내가 대화하던 심심이가 알고 보니 우리 학교 킹카 오세훈 오빠였다고?!" 같이 전혀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썰도 썼어요. 다른 이야기들도 여러 개 올렸는데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아요. 그중 하나는 공유 수가 100개를 넘어서 정말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공유 수가 많으면 정말 인기 작가가 된 기분이었거든요.

카카오스토리만의 문화를 즐겼던 게 있다면요?
'멤놀(멤버 놀이)'이라는 문화가 있었어요. 연예인 이름과 얼굴 사진으로 계정을 꾸미고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활동하는 놀이였죠. 그런데 말투는 아이돌처럼 하기보다 그냥 친구들이랑 말하는 것처럼 편하게 대화했던 게 포인트였어요. 저는 한 줄 소개에 "오늘 스케줄 너무 힘들었다~" 같은 글도 올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흑역사네요. (웃음)


기억에 남는 경험이 또 있을까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친구들과 카스 쪽지만으로 친해져서 ''을 만들기도 했어요. 저희 셀카를 넣은 이미지로 모집 글을 올리고 단톡방을 만들었죠. 순전히 모르는 사람끼리 모인 모임이다 보니, 결국 내부에서 파벌이 생기고 어떤 오빠가 단톡방을 나가는 등 마무리가 그리 좋지 못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제 중학교 시절에 관한 질문입니다. 당시 가장 열심히 덕질했던 대상은 누구였나요?
<프로듀스101 시즌2>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뉴이스트를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이미 데뷔했던 아이돌이 다시 프듀에 도전한다는 서사가 너무 인상 깊었거든요. 저는 지금도 '서사가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는 언제 봐도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리센느가 주목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고요.

출처: 조선일보

해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즐기셨나요?
문자 투표는 거의 매일 했고요. 최애 영업 전단지를 예쁘게 만드는 재주는 없어서 마지막 방영 날 도화지에 '황민현' 이름을 크게 써서 복도에 붙여두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열정 하나로 덕질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을 함께 보낸 대학생 세대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원히 어린아이일 것만 같았던 우리가 어느덧 어른이 되었네요. 그 시절을 공유하는 분들 모두 지금은 대학 생활을 하고, 인턴을 하고, 또 졸업을 준비하며 각자의 길을 가고 계시겠죠. 어느 위치에 있든 우리 모두 힘을 내어 살아갑시다!



#프듀2#방탄소년단#워너원#덕질#2016년#2017년#2018년#추억#회상#학창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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