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포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선택 뒤에 가려진 포기를 생각할 수 있다면.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무엇을 포기하고 있었다.
시간을 포기하고, 돈을 포기하고, 또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한 다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인생은 어떤 것을 포기하는가의 문제다.
선택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포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 김중혁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 中
돌아보면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던 순간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던 것뿐이었다.
휴학을 할 때에도, 먼 여행을 떠날 때에도, 첫 직장에 들어갈 때에도 나는 얼마간 멍청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혼자 아는 즐거움과 통용되는 바람직함 사이에서, 위태한 자유로움과 약속된 안정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발을 떼지 못한 채.
그리고 결국은 무언가를 선택했다, 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그것은 한쪽을 포기한 다음에 온 일이었다. 이른 졸업을 포기하니 여행할 시간이 남았고, 그럴싸한 명함을 포기하니 글을 쓸 책상이 남았다. 그러니 지금 어떤 결정이 어렵다면, 선택보다 포기의 문제라고 생각하자.
포기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해야, 진짜 선택이 남는다. 더 나쁜 것은 다른 이의 포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도 말한다. 너는 가고 싶은 대학 갔잖아, 너는 좋아하는 일 하잖아, 너는 대신 돈 많이 벌잖아. 그러기 위해 포기한 것, 그 선택으로 지금까지 감당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으니) 없는 줄 알고, 그리하여 보이는 현재만을 쉽게 판단하듯 말한다.
누군가의 포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어렵고 드문 이해가 된다. 모든 선택엔 포기한 것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서로를 바라볼 수만 있어도, 이해는 보다 쉬워지지 않을까.
휴학을 할 때에도, 먼 여행을 떠날 때에도, 첫 직장에 들어갈 때에도 나는 얼마간 멍청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혼자 아는 즐거움과 통용되는 바람직함 사이에서, 위태한 자유로움과 약속된 안정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발을 떼지 못한 채.
그리고 결국은 무언가를 선택했다, 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그것은 한쪽을 포기한 다음에 온 일이었다. 이른 졸업을 포기하니 여행할 시간이 남았고, 그럴싸한 명함을 포기하니 글을 쓸 책상이 남았다. 그러니 지금 어떤 결정이 어렵다면, 선택보다 포기의 문제라고 생각하자.
포기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해야, 진짜 선택이 남는다. 더 나쁜 것은 다른 이의 포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도 말한다. 너는 가고 싶은 대학 갔잖아, 너는 좋아하는 일 하잖아, 너는 대신 돈 많이 벌잖아. 그러기 위해 포기한 것, 그 선택으로 지금까지 감당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으니) 없는 줄 알고, 그리하여 보이는 현재만을 쉽게 판단하듯 말한다.
누군가의 포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어렵고 드문 이해가 된다. 모든 선택엔 포기한 것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서로를 바라볼 수만 있어도, 이해는 보다 쉬워지지 않을까.
#대학내일#고민#김중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