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 대학생
3수 끝에 입학한 대학에서, 패션 브랜드 창업을 시작하기까지
“취업 한파”, “취준정병”. 요즘 대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들입니다. 학점부터 스펙, 취업 준비까지 챙길 것이 많다 보니,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잠시 미뤄두게 되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 남들이 정해둔 길 대신 직접 해보고 싶은 일을 선택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두 대학생은 패션 브랜드 '키엘로'를 함께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하나씩 부딪히며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비전공자인 두 대학생은 어떻게 브랜드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직접 부딪히며 만들어낸 ‘키엘로’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최윤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24학번
이예림 충남대학교 화학과 22학번

현재 전개하고 계신 브랜드 '키엘로'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윤영(이하 최): 키엘로는 핀란드어로 '은방울꽃'을 뜻합니다.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사랑스럽고 빈티지한 컨셉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어요. '틀림없이 행복해진다'라는 은방울꽃의 꽃말처럼, 소녀들의 일상에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두 분 모두 패션과는 무관한 전공이신데, 어떻게 브랜드 창업이라는 공통의 목표로 뭉치게 되셨나요?
이예림(이하 이): 오히려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공이 아니다 보니 부담도 적었습니다. 일단 한 학기 정도를 목표로 잡고, 우리가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최: 저는 3수 끝에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수험 생활을 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브랜드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1, 2학년을 학업에 집중하며 보내다 보니 2년 동안 학교에 다녔는데도 남는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학년이 되면서 '지금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창업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결심 당시 부모님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이: 제가 창업을 결심했을 때는 부모님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어요. 전공이랑 관련 없는 분야였기에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시작하고,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로 했어요.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어느 정도 생기면서 부모님께서도 긍정적으로 봐주세요. 이제는 "열심히 해봐라."라며 응원해 주시고 계십니다.
최: 저는 반대로 부모님께서 응원해 주셨어요. 이전에는 무언가를 진심으로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한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반가워하셨습니다.

각자의 전공이 브랜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 부분도 있나요?
이: 화학 전공 수업에서 섬유 소재에 대해 배웠던 경험이 있어요. 소재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고 있다 보니 원단 시장을 돌아다닐 때 익숙한 소재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아이템 소재를 선정하는 과정도 조금 더 수월했어요.
최: 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키엘로를 소개하면서 스토리텔링에 힘을 쏟았어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고객의 심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문화인류학 전공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이 릴스를 통해 저희의 이야기를 깊이 공감해 주셨어요.
직접 가방을 제작하면서 가장 크게 부딪힌 장벽은 무엇이었나요?
최: 처음에는 동대문 원단 시장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항상 길을 헤맸어요. 층마다 진열된 소재가 다른데, 며칠 동안 고른 원단이 가방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걸 뒤늦게 알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시 소재를 찾으러 다녀야 했어요.

공장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네이버 카페로 공장 사장님과 컨택했고, 서울 곳곳에 있는 공장을 직접 찾아다녔어요. 10곳 정도를 돌아다니면서 수량과 봉제 퀄리티 등을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제작 수량이 적다 보니 공장 사장님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이: 디자인 과정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예쁜 가방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디테일을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제작 단가가 계속 높아지는 거예요. 소비자일 때는 패션 제품이 비싸다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판매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왜 가격이 올라가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창업하다 보니 자본의 압박이 컸을 것 같아요.
최: 처음에는 제가 모아둔 돈과 예림이가 계속 과외를 병행하면서 자금을 마련했어요. 그래도 자본금이 빠듯했어요. 서울에 자취방도 구하게 되면서 월세도 계속 나가는 상황이었고요.
처음에 예상했던 비용보다 실제로는 2배 이상이 들었습니다. 부족한 자본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진행하는 창업 장학금을 신청해 등록금과 창업 지원비를 지원받으며 마련했어요.
초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SNS를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이: 처음에는 저희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올렸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콘텐츠가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동대문 원단 시장 정보처럼 정보성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그렇게 저희 콘텐츠를 봐주는 사람들이 생긴 뒤부터 저와 윤영이, 그리고 키엘로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최: 그래서 저는 첫 매출이 나왔을 때보다 저희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을 때 더 뿌듯했어요. 처음에는 콘텐츠 제작이 자체가 막막했지만 꾸준히 올리다 보니 "정말 공들여 만든 게 느껴진다.", "브랜드 이야기가 너무 재밌다."라는 반응을 받았습니다. 그런 응원을 받으면서 그동안 저희가 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가정을 SNS에 꾸준히 공유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요?
이: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0에서 1까지 모두 인스타그램에 공유했어요. 그 과정 자체에 공감해 주고 응원해 주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미감 맛집의 첫 시작을 발견한 기분"이라는 댓글이 가장에 기억에 남아요.

관련 업계 분들에게 연락받은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예산으로 룩북을 촬영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한 사진작가님이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작가님과 모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신생 브랜드임에도 퀄리티 높은 룩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기획부터 샘플링, 발매까지 직접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이: 소비자였을 때와 판매자가 되었을 때 패션 제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어요. 특히 제품 가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습니다.
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동시에 하나씩 직접 부딪히면서 배워가는 재미도 컸습니다.
한 분은 교환학생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출국 준비와 브랜드 운영은 어떻게 병행하고 있나요?
최: 출국까지 이제 10일 정도 남았어요. 현재까지 들어온 주문은 모두 배송을 마친 상태입니다. 이제서야 출국 준비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솔직히 학기 중에는 브랜드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학업이나 교환학생 준비에 거의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학교도 많이 나가지 못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우선순위를 정리하면서 하나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키엘로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나요?
최: 지금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처음에는 교환학생 일정이 확정된 상태라 '한 학기 동안 바쁘게 굴려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5개월이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특히 런칭하고 나니 키엘로에 더 애정이 생겼어요. 단순한 프로젝트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각자 떨어져 있는 동안 아쉬웠던 부분을 재정비하고, 부족한 부분도 더 공부한 뒤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키엘로를 더욱 본격적으로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해진 길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처음에는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성과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커졌습니다. 아직은 전공과 학업에 대한 고민은 많아요. 그래도 창업을 결심한 것을 절대 후회하진 않습니다. 학교라는 소속이 주는 안정감이 있기에 지금이 오히려 가장 도전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너무 멀리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시도해 보면 적어도 '해 볼 걸'이라는 아쉬움은 남지 않으니까요. 잘 풀리든 아니든,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면 꼭 한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최: 저는 원래부터 창업해 보고 싶었던 사람이라 시작했을 때 정말 재밌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상상만 하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직접 도전해보면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정해진 길이 없다 보니 막연하고 막막했지만, 그만큼 얻은 것들이 많았어요. 하나씩 배워가면서 설레고 기대되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런 경험은 해보지 않고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대학생이라는 시기를 활용해서, 무언가에 꼭 한번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창업#브랜드#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