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삶은 계속된다
자신만의 속도를 선택한 '뉴진(@mayijinn)'의 인터뷰
대학생이 되어도 우리는 쉴 틈 없이 달린다. 대외활동을 하고, 인턴을 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최근 '쉬었음 청년'이라는 표현이 익숙해질 만큼 많은 20대가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위 '갓생'을 살아온 크리에이터 뉴진 역시 졸업 후 공백기를 맞았다. 하지만 새로운 스펙 대신, 오래 꿈꿔온 제주도에서의 삶을 직접 경험해보기로 선택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선택 앞에서 그는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불안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을까.
"저에게는 낭만 가득한 경험이자 가장 단단해질 시간이라 믿어요."정유진, 동덕여자대학교 체육학과/커뮤니케이션콘텐츠학과 20학번
대학 시절에는 학업을 병행하며 인턴까지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셨어요. 그런 유진님에게도 취업 준비 기간의 공백은 낯설었나요?
그래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생겼을 때는 적응이 잘 안 됐어요. 괜히 뒤처지는 것 같고,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처음 체감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속으로는 '이 정도면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금은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더라고요. 서류에서 몇 번 연달아 떨어졌을 때는 저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노력해 온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게 실감났어요. '지금은 아직 내 때가 아닌가 보다. 그럼 이 시간을 너무 조급해하기보다,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 시간을 제대로 누려보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바쁜 삶에는 '멈추면 안 된다'는 불안도 섞여 있었나요?
성인이 된 이후 등록금을 제외하고는 경제적인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어요. 저는 옷이나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가만히 있으면 제가 원하는 삶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있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바쁨에는 성실함도 있었지만, '멈추면 지금의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불안도 분명히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꼭 필요한 만큼만 달리는 법, 그리고 잠시 멈춰 있어도 괜찮다는 걸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스펙을 쌓기보다 다른 선택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자기소개서가 서류에서 탈락했던 날이었어요.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 '제주도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 주에 바로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사실 취업은 언젠가 꼭 될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컸던 건 '이렇게 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 아니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실제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손님들도 종종 제 선택을 부러워하시더라고요. "젊을 때 해 볼걸.", "취업하고 나면 이런 시간은 내기 정말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부러움이 가끔은 직장을 가진 자의 여유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요(웃음).
쉬고 있지만 이것만큼은 놓지 않으려고 하는 루틴이나 습관이 있나요?
가장 꾸준히 하고 있는 건 러닝이에요. 정해둔 거리를 끝까지 뛰고 나면 '오늘도 하나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거든요. 그 작은 성취감이 하루를 더 긍정적으로 보내게 해주고, 불안한 마음도 많이 다잡아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제주도에서는 요가도 배우고 있어요. 제 몸의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하는 매력적인 운동이에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그 말에 정말 깊이 공감하게 됐어요. 꼭 거창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취미 운동 하나 정도는 꾸준히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공백이 길어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드신 적도 있나요?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저는 아직 인생의 1/5 정도밖에 살지 않았더라고요. 멀리서 인생 전체를 바라보면 지금은 정말 짧은 순간이고, 오히려 지금의 나이와 상황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 여유를 충분히 누려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지더라도, 결국에는 다시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다시 바쁘게 살아갈 거고, 그때는 또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제주에서의 생활도 어느덧 한 달이 되었는데요. 처음 공백기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을까요?
저는 경기도민이라 육지에서 생활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출퇴근이었어요. 특히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그 분위기만으로도 저까지 같이 지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작은 시골 바다 마을에서 지내고 있거든요. 바쁘게 살아가는 도심에서 멀어져 바다도 보고, 산에도 올라가면서 하루를 보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서두르지 않고 살아보는 시간이 오랜만이라, 이 시간이 없었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공백을 보낼 때 꼭 잊으면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결국 다시 돌아온다고 믿는 편이에요. 꼭 내가 기대했던 결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나 사람, 배운 것들은 언젠가 분명 다른 모습으로 제 삶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공백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이 시간이 의미가 있긴 할까?'라는 불안이 생길 수 있어요. 저도 그런 시간을 보냈고요. 너무 결과만 바라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 시간이 당장은 의미 없어 보여도, 분명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자산이 될 수 있어요.
지금 취업 준비나 공백기 때문에 조급함을 느끼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공백기라는 단어를 한자로 쓰면 '빌 공(空)', '흰 백(白)'이잖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백기를 아무것도 없는 시간, 비어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 시간을 제주에서 보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공백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채워가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겉으로 보이는 이력은 잠시 멈췄을지 몰라도, 사람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공백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나는 지금 비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앞으로의 삶을 위해 나를 하나씩 채워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시대지만, 그 단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20대의 현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진님이라면 지금의 자신을 어떤 말로 소개하고 싶나요?
저는 저를 '여행자'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에 적응해 가는 모든 과정이 여행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을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열심히 돌아다니는 날도 있지만, 느긋하게 즐기는 날도 있잖아요. 그래야 다음 목적지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누구나 자신의 속도로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불안할 때, 크리에이터 뉴진의 To do list
✅ 공백을 '비어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겉으로 보이는 이력이 멈췄더라도 나를 채워 가는 시간이라도 받아들인다.
✅ 정해 둔 거리만큼 끝까지 달리기
작은 성취 하나로 하루의 감각을 바꾼다.
✅ 몸과 호흡에 집중하기
러닝과 요가를 하며 머릿속 불안에서 잠시 벗어난다.
✅ 다시 움직일 나를 믿기
언젠가는 다시 해야 할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그때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인생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기
지금의 공백을 인생 전체에서 아주 짧은 한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 결과보다 지금 얻고 있는 것을 바라보기
경험, 사람, 배움처럼 당장 이력서에 적히지 않는 것도 자산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온 만큼, 증명할 수 없는 시간을 마주했을 때 더욱 불안해진다. 하지만 어쩌면 공백은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라, 기존의 나와 다음의 내가 만들어갈 사이의 거리일지도 모른다.
노선대로 흘러가야 순탄할 것만 같은 사회 속에서는 속력을 줄이는 것조차 두렵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때로는 잠시 멈춰 선 자리에서야 비로소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돌아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늦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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