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살, 우리 집 통금에서 닌자로 살아남는 법
스무 살은 자유의 다른 이름인 줄 알았다. 교복을 벗고 대학생이 되면 귀가 시간 정도는 온전히 내 몫이 될 줄 알았건만, 웬걸. 스물몇 살이 된 지금도 밤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몇 시에 들어와?”라는 연락에 슬몃 시계를 확인하게 된다.
자취 PT까지 바쳤지만 여전히 통학 중인, 유교 집안 서열 꼴찌김지윤(가명), 성신여자대학교 서비스디자인공학과 23학번

가족 내 포지션
엄마를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가족 내 서열 꼴찌.
그리고 집에서 가장 천천히 철들고 있는 사람.
우리 집 한 줄 소개
“아직 유교적인 마인드가 꽤 강한 집”
우리 집 자유도
20살 ★★☆☆☆ → 23살 ★★★☆☆ (상승 중)
20살 때는 밤 10시만 되어도 “어디야? 이제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연락이 오던 집이었다. 일주일에 이틀 연속 약속을 잡으면 “뭐 하는데 그렇게 맨날 나가서 노냐”는 말을 들을 정도. 지금은 매일 나가더라도 너무 늦지만 않으면 크게 뭐라고 하지 않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친한 동네 친구가 저 포함 세 명인데, 다행히 셋 다 통금이 12시 30분쯤으로 비슷해요.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에 나가서 노는 일이 많지 않아 별문제가 없었는데, 올해 들어 홍대, 합정처럼 집에서 먼 곳에서 노는 재미에 제대로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놀러 갈 때마다 “오늘은 진짜 10시에 출발하는 거다”라고 약속해요. 그런데 막상 10시가 되면 꼭 누군가 “아 그냥 오늘도 택시 타고 11시 30분에 출발 ㄱ?”라고 합니다. 문제는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웃음). 결국 조금 더 놀다가 다 같이 항상 택시를 타고 집에 갑니다.
저는 원래 택시를 정말 안 타는 사람이었어요. 웬만하면 막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으로 집에 오는 편이었거든요. 근데 택시도 한 번 타기 시작하니까 습관이 되더라고요. 얼마 전 궁금해서 최근 택시 이용 내역을 잠깐 확인해 봤는데, 눈대중으로만도 45만 원이 넘었어요. 통금은 열심히 지키고 있는데, 제 통장이 대신 희생되고 있는 셈이에요.
1학년 때는 지금보다 통금도 훨씬 엄격했고, 부모님께서 제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것도 정말 싫어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술자리에 가도 시간을 계속 신경 써야 해서 마음 편하게 즐긴 기억이 별로 없어요.
결국 2학년이 되기 전에는 “이건 진짜 안 되겠다” 싶어서 두 달 내내 자취를 시켜달라고 부모님께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말해도 절대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서 자취를 허락받기 위한 PPT까지 만들었습니다. 주변 동기들이 보고 “이 정도면 광기 아니냐”고 할 정도로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웃음).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넘어오지 않으셨고, 그렇게 저의 ‘자취의 난’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다시 왕복이 아닌 편도 1시간 20분의 통학 생활로 돌아갔고요.
TIP ① 이동 시간을 적극 활용할 것.
실제로 건대에서 놀더라도 부모님께는 홍대에서 논다고 말할 때가 있어요. 저희 집에서 건대는 30분, 홍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리거든요. 부모님도 제가 멀리 있다고 생각하시면 귀가 시간을 어느 정도 감안해 주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 시간 정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웃음)
사실 이날도 건대에서 놀았다고 한다TIP ② 여행은 정확히 2주 전에 말할 것.
한 달 전은 너무 이르고 일주일 전은 너무 촉박해요. 특히 한 달 전에 말씀드리면 여행 가기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올 때마다 “너 그러면 여행 가지 마”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여행 허락을 받고도 한 달 동안 그 여행을 지켜내야 하는 또 다른 미션이 시작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딱 2주 전에 말씀드리고, 그 후 2주 동안은 최대한 적당한 시간에 귀가하면서 조용히 지냅니다. 몇 년간 시행착오 끝에 찾은 저만의 골든타임이에요.
경찰차 3번 출동과 실종 신고를 딛고, 마침내 완전한 자유를 찾아 자취 한 달 차가 되기까지이릿(@1irittt)|컴퓨터공학도·대학생 크리에이터

곰신일기, 대딩일기, 편순이 폐기 먹방 등을 올리던 ‘햄유빈’을 거쳐, 현재는 ‘이릿’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엄한 집에서 몰래 탈출하는 일명 ‘새탈’ 콘텐츠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가족 내 포지션
6살 차이 언니를 둔, 부모님 말씀에 거역하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심성 여린 늦둥이 막내.
였지만 이는 과거형. 현재는 주 2~3회 새벽 탈출을 감행할 만큼 제법 간땡이가 부었다.
우리 집 한 줄 소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알아요. 오후 7시부터 ‘언제 와?’ 카톡이 오거든요.”
우리 집 자유도
과거 ☆☆☆☆☆ → 현재 ★★★★★
과거에는 별 한 개도 아까울 만큼 엄격했지만, 현재는 자취 한 달 차가 되면서 자유도 만점을 달성했다. 혼자 하는 서울살이가 쉽지만은 않지만 통금이 있는 본가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스무 살 때 학과 학생회에 들어갔는데, 회식 자리에 경찰차가 온 적이 무려 세 번 있어요. 부모님의 카톡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어요. 오후 8시에 답장이 없으면 학과 학생회장이나 단과대 학생회장에게까지 연락하셨고, 덕분에 저는 1학년 때부터 꽤 유명했습니다. (웃음)
경찰분이 직접 회식 자리까지 찾아와 “아버님께서 따님 연락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하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사실 저는 미성년자 때 부모님이 정해준 규칙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어요.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자유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스무 살이 되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그렇게 제 대학 생활에는 예상치 못한 경찰차가 세 번이나 등장했습니다.
스무 살 때 부모님께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 통금을 막차까지 늘려달라”고 제안했어요. 정말 악착같이 공부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아냈고, 통금도 막차까지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후 7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한 뒤 “동기들이랑 막걸리 간단하게 먹고 10시에 출발할게”라고 말씀드렸는데 아버지가 크게 화를 내셨어요. 제 입장에서는 공부도 했고, 장학금도 받았고, 약속한 통금도 지키겠다고 미리 말씀드린 상황이라 억울했죠.
결국 그날 처음으로 “막차 타고 들어가도 된다고 약속했잖아. 사과 안 하면 오늘 집 안 들어갈 거야”라며 반항했어요. 혹시 또 경찰차가 올까 봐 휴대폰까지 꺼버렸고요. 그런데 막상 술자리에 남으니 ‘경찰차가 또 오면 어떡하지? 아빠가 직접 오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하나도 즐겁지 않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다음 날 휴대폰을 켰는데 경찰에게 온 문자가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정말 실종 신고가 되어 있었어요.
첫째, 일단 진짜 열심히 살 것.
도서관 다니는 척, 대외활동하는 척, 해커톤 나가는 척, 자격증 공부하는 척으로는 안 됩니다. 저는 실제로 다 했어요. 그리고 아주 가끔 대외활동을 간다고 하고 놀러 갔습니다. (웃음)
둘째,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둘 것.
저에게는 중학생 때부터 친한 친구 ‘지원이’가 있습니다. 사실 그 친구를 중학생 이후로 본 적은 없지만, 약 8년 동안 꾸준히 이름을 언급하며 살아왔어요. 그 결과 올해 드디어 “지원이 집에서 자고 와도 돼?”가 통했습니다. 지원아, 잘 지내고 있니?
우리 모두 써먹어보도록 하자.셋째, 평소 캐릭터 설정도 중요합니다.
저는 실제로는 극외향형 ESTJ지만 부모님은 제가 무뚝뚝하고 조용한 성격인 줄 아세요. 여행을 갔을 때 갑자기 인증 사진을 잔뜩 보내기 시작하면 다음부터도 똑같이 보내야 하니까, 애초에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 캐릭터로 살아가는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짜로 열심히 사는 것’을 추천해요! 도서관, 대외활동, 해커톤, 자격증 공부 등 스펙을 악착같이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흥이나 자유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더라고요.
그리고 꼭 놀고 싶다면, 감히 ‘새벽 탈출’을 추천합니다. 저는 올해 주 2~3회씩 새벽에 몰래 탈출해서 배틀그라운드를 하거나 동기들과 차를 렌트해서 밤바다를 보러 다녀왔어요. (제 새벽 탈출 성공 노하우는 인스타그램 릴스 탭에서 250만 조회수가 나온 첫 번째 고정 게시물을 보시면 바로 이해되실 거예요!) 엄한 집에서 살아가고 계신 모든 대학생분들, 부디 민첩한 닌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새탈 노하우가 궁금하다면 @1irittt으로'허락보다 용서'라는 명언 아래, 닌자 생활을 청산하고 첫차를 쟁취해내기@enoarri|일상·공감 대학생 크리에이터

가족 내 포지션
규칙을 잘 지키는 언니와 달리, 혼자 부모님과 부딪히며 하나씩 규칙을 깨온 금쪽이.
우리 집 한 줄 소개
“엄격하고 걱정도 많은 집. 그래도 규칙은 제가 하나씩 없애는 중입니다.”
우리 집 자유도
과거 ★★☆☆☆ → 현재 ★★★★☆
과거에는 연애 금지, 밤 외출 금지, 술 금지에 통금은 밤 11시. 외박을 하려면 친구 집 주소와 전화번호, 인증샷까지 보내야 했고 여행 중에도 늦게 들어가는지 확인을 받았다. 지금도 늦게 귀가하면 잔소리는 듣지만, 하나씩 규칙을 없앤 끝에 최근에는 밤새 놀고 첫차를 타고 귀가할 정도로 자유로워졌다.

저희 집은 원래 엄격한 ‘연애 금지’였어요. 고등학생 때 썸 타던 남자애랑 백화점 영화관에 갔는데, 집에 오자마자 엄마가 저를 딱 앉혀두고 “엄마는 너 믿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걔 누구야?” 하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백화점에 엄마 지인분이 계셨던 거죠.
그날 이후 부모님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지인까지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완전 ‘닌자의 삶’을 살게 되었어요. 집 근처에선 절대 데이트 안 하고, 만나더라도 아는 사람 볼까 봐 서로 떨어져서 걷고 손조차 잡지 않는 철두철미함을 보여줬답니다. 여러분, 부모님 지인이 많다면 동네 데이트는 정말 꼭 조심하셔야 해요!
예전에는 통금이 밤 11시였어요. 저는 그 시간을 한 번에 확 깨기보다는 조금씩 늦추는 방법을 썼습니다. 예를 들어 11시에 “나 거의 다 왔어!”라고 연락하지만, 실제로는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서울에서 11시 반에 출발하는 식이었어요.(웃음)
그렇게 조금씩 늦게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잔소리를 들었지만 그게 반복되다 보니 부모님도 점점 익숙해지신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밤을 새우고 첫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이에요. 저희 집의 규칙은 그렇게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통금과 여행, 부모님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써먹는 나만의 생존 꿀팁은?
첫째는 ‘거짓 위치 정보로 조금씩 늦게 들어가기’예요! 11시 통금 시절, 실제론 1시간 거리인 서울에서 11시 반에 출발하면서 부모님께는 “나 집 거의 다 왔어~”라고 말하는 식이었죠. 이렇게 조금씩 귀가 시간을 뒤로 밀다 보면, 어느 순간 부모님도 해탈하셔서 첫차를 허락하게 되는 날이 오더라고요.
둘째는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 전략이에요. 일단 가고 나서 통보하는 거죠! 혼자 가면 절대 안 된다고 하실 게 분명해서, 일단 부산 혼자 2박 3일 여행을 질러버리고 나중에 통보했어요. 다녀와서 한 시간 정도 부모님과 싸우긴 했지만(피곤하긴 해도!) 여행은 대성공이었죠. 생각보다 부모님 말을 안 들어도 세상이 무너지거나 큰일이 나진 않는답니다.
엄한 집에서 자기만의 자유를 찾아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저는 솔직히 ‘적당한 거짓말’과 ‘내 삶을 직접 책임지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솔직하게 다 말하면 서로 스트레스만 받잖아요. 부모님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과 내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중요해요.
부모님 기준에만 맞춰 살다 보면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전부 놓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흘려보낸 내 청춘과 시간은 나중에 부모님을 포함해 그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아요. 나중에 “그때 왜 아무것도 못 해봤을까” 후회하는 것보다는, 지금 조금 부딪히고 싸우더라도 내가 원하는 걸 해보고 자유롭게 살아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스무 살이 되는 순간 모든 규칙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자유의 범위를 하나씩 넓혀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부모님과 부딪히고, 때로는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는 것 말이다.
그러니 오늘도 “몇 시에 들어와?”라는 연락을 받으며 각자의 자유를 사수하고 있을 이 시대의 모든 ‘금쪽이’ 대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모두 힘내라. 그리고 민첩한 닌자가 되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