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인생이 엘롯라시코, 고연전의 연속인 쌍둥이 이야기

장유유서라고 고연전이라 하랍니다...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가 학교도, 응원하는 야구팀도 서로 다른 라이벌이 됐어요. 형은 고려대학교에 다니는 롯데 자이언츠 팬, 동생은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LG 트윈스 팬인데요. 엘롯라시코부터 고연전까지 함께하는 두 사람도 어릴 때는 같은 팀을 응원했대요.

두 사람의 응원은 어디서부터 갈라진 걸까요? 누구보다 가깝지만 응원할 때만큼은 양보 없는 쌍둥이 형제를 만났어요.



고려대 다니는 15년 차 롯데 팬 쌍둥이 형

천호준,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3학년



한날한시에 태어났는데 이렇게 운명이 갈린 이유가 뭘까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롯데 자이언츠 입덕 계기, 그리고 최애 선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15년 차 롯데 팬이자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에 재학 중인 천호준입니다.

사실 처음 야구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아빠를 따라 저도 LG 팬이었어요. 그런데 6개월 정도 지켜보니 가망이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러던 중 외할아버지께서 롯데 팬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왕 바꾸는 거 롯데로 바꿔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롯데가 야구를 잘했거든요…. 최애 선수는 꼭 현 시즌 팀에서 골라야 할까요? 민병헌으로 하겠습니다.


가을야구가 남의 잔치가 된 지 오래인데, 남들 가을야구 할 때는 주로 뭘 하시나요?
포스트시즌 경기는 다 챙겨보는 편인데, 책임 없는 쾌락이라 편하지만 재미가 좀 덜해서 한 팀을 정해 응원합니다. 어릴 때 LG 경기를 많이 보러 가서인지 거의 늘 LG를 응원해요. 작년엔 LG와 한화의 4차전을 영화관에서 봤는데, LG가 극적으로 이겨서 좋으면서도 부럽더라고요.

매년 속으면서도 봄이 되면 또 기대하게 되나요? 본인만의 희망 회로는 어떻게 돌아가나요?
시즌 중엔 화도 나고 답답하지만, 겨울이 되면 롯데 경기가 보고 싶어집니다. 비시즌엔 노트북에 정리해 둔 선수 명단 엑셀 파일을 보며 보강할 부분과 다음 시즌 엔트리를 분석하는데요.
올 시즌 부진한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잘하고 있는 한동희, 손성빈, 김진욱이 성적을 내주면 분명 가을야구를 할 거라고 희망 회로를 돌립니다.



연세대 다니는 16년 차 LG 팬 쌍둥이 동생 

천호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학년



한날한시에 태어났는데 이렇게 운명이 갈린 이유가 뭘까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LG 트윈스 입덕 계기, 그리고 최애 선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16년 차 LG 팬이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천호찬입니다.

제가 LG 팬이 된 계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MBC 청룡 원년 팬이셨던 아버지께서 저희가 어릴 때부터 야구를 가르쳐주셔서 야구를 접하게 됐어요. 그러던 중 해외에서 살다가 잠시 한국으로 여행 왔을 때, 차 뒷자리에 등번호 53번이 마킹된 이대형 선수의 유니폼이 제 선물로 놓여 있었고, 그날부터 저는 자연스럽게 LG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운명이 갈린 이유는 형이 롯데로 FA 이적하듯 떠나버렸어요…. 최애 선수는 투타 한 명씩 고르고 싶네요. 고우석, 오지환을 고르겠습니다.


작년과 올해 가을야구를 맞이할 때 마음가짐이나 기대감의 차이가 있나요?
차이가 크죠. 작년은 29년 만에 우승했던 2023년만큼 간절했습니다. 대학 합격 때도 무덤덤했던 제가 한국시리즈 4차전을 보고는 CGV에서 엉엉 울기도 했어요. 올해는 군 복무 중이기도 하고, 후반기 시작 후 KT에 4연패하면서 우승 기대를 내려놨습니다. 우승까지는 바라지 않고, 2022년처럼 업셋당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가을야구를 했으면 해요.

다른 팀 팬들이 가을야구를 부러워할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도 2019년까진 가을야구만 가도 행복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되니, 우승해야 직성이 풀리더라고요. 이해 못 하겠다는 말을 들을 때면, 그 팬들도 언젠가 이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허고연 님들의 가을야구 우승 예상 팀도 들어봤습니다.

두 분이 예상하는 올해 가을야구 우승팀은 어디인가요?

출처: KT 위즈 홈페이지,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호준: KT 전력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국내 선발진이 안정적이고 타자들의 역할 분배가 잘 되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수 파트에서는 출루 능력과 장타력을 모두 갖춘 선수들이 분위기를 탈 때 점수를 몰아낼 수 있는 야구를 하는 느낌이고, 선수들 하나하나 수비도 안정적이어서 큰 단점이 없어 보입니다.

호찬: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써서 LG였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KT일 것 같습니다. 선발, 불펜, 야수진 모두 뎁스와 스타팅 멤버가 탄탄한 상황이고, 일단 올해 KT는 질 법한 경기도 뒤집어서 이기는 팀으로 보이는데요.
2022년 SSG, 2023년 LG, 2024년 KIA, 2025년 LG 모두 그러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포스트시즌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승연고, 학교와 팀 사이 쌍둥이의 선택은?


출처: LG 트윈스 홈페이지,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호준: 저는 평생 연대 출신 롯데 팬 하기요. 롯데가 야구를 잘하지 않아도 저한테는 롯데만 한 팀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사실 초등학교 때에는 연대에 가고 싶기도 했습니다.

호찬: 저는 평생 고대 출신 LG 팬 하겠습니다. 연고전만 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고, 연세대 학생이 되기 오래전부터 LG 팬이었기 때문에 다른 팀 팬을 하는 게 상상이 안 돼요.



우리 팀에게 보내는 한마디

마지막으로 응원하는 팀에게 한마디씩 부탁드려요.
호준: 우리 롯데 자이언츠에게…. 작년에 잘하다가 미끄러져서 올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올해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가을야구 가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지속적인 강팀이 되기 위한 팀의 방향성과 색깔이 생기면 좋겠다.

호찬: 우리 LG 트윈스에게…. 여러 지인이 나를 볼 때 LG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인데, 올 시즌은 운이 많이 없었지만 새 얼굴이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 있는 것 같다. 지금껏 LG를 응원하며 2023년부터 현재까지 이렇게 팀이 탄탄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남겼으면 좋겠다. 내년에 우승 도전!



누구보다 가까운 라이벌에게

서로에게도 한마디씩 부탁드려요.
호준: 누구는 옆에서 10년째 가을에 쉬고 있는데, 야구 볼 때마다 화내는 걸 보면 가끔 이해가 안 가지만 말 안 해도 생각이 비슷할 만큼 편한 친구이다. 요즘 혼자 야구 보러 다니면서 동생이 빨리 제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호찬: 어릴 때부터 가족이지만 동시에 가장 편하고 친한 친구 같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형으로서, 그리고 특히 입대한 후에 잘 챙겨줘서 이 자리를 빌려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부대 안에서 부러워할까 봐 직관하러 가도 스토리를 안 올린다고 하던데, 전혀 그럴 필요 없으니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


학교와 응원팀을 바꾸는 선택지 앞에서도 끝까지 자기 팀을 고른 두 사람. 서로에게 전하는 말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를 향한 애정이 묻어났어요. 쌍둥이 동생이 제대하고 다시 함께 야구장을 찾을 날에는 또 어떤 응원전이 펼쳐질까요?

여러분 곁에도 응원할 때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친애하는 라이벌’이 있나요?


#가을야구#kbo#연고전#고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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