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직렬,병렬,정독,속독...요즘 대학생은 어떻게 읽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로 자신을 설명한 대학생들 인터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책을 읽는 완벽한 정답이나 단 하나의 방법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한 권의 책에 온전히 집중해 읽어나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러 권의 책을 이리저리 거닐며 읽어 나갑니다. 문장 하나에 오래 머무르며 깊게 음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음 페이지의 이야기가 궁금해 손끝을 바삐 움직이는 사람도 있죠.

같은 가을 하늘 아래, 같은 '독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우리가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와 풍경은 저마다의 개성과 삶을 드러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저마다의 전공과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책장과 함께 걸어가는 네 대학생의 다채로운 독서 취향을 공개합니다. 

직렬과 병렬, 정독과 속독 사이, 서로 다른 템포로 삶과 책을 읽어 나가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잊고 있던 나만의 독서 취향을 찾아보세요.



"매년 50권 독서가 목표인 도장깨기 속독파입니다"

오예림, 차의과대학교 바이오공학과 22학번 

#직렬독 #속독


본인만의 독서 방식을 소개해 주세요.
매년 '50권 읽기'를 목표로 독서를 해요. 읽고 싶은 책은 미리 체크리스트에 적어두고 도장 깨기 하듯 하나씩 읽어 나가죠. 주기적으로 도서관 신간 코너를 둘러보면서 다음에 읽을 책을 미리 골라둡니다.

한 권을 끝내기 전까지는 다른 책을 펼치지 않는 직렬 독서파인데요, 중간에 다른 책을 읽으면 집중력이 분산되기 때문이에요. 같은 이유로 설령 모르는 내용이 나오더라도 바로 검색하지 않고 표시만 해둔 뒤 끝까지 읽어요. 인덱스 스티커로 인상 깊은 문장을 표시해두고, 완독 후에는 독서노트와 필사노트에 기록하는 과정까지 마쳐야 독서가 완결됩니다.


본인의 독서 습관 특징과, 이 습관이 일상에 준 영향은 무엇인가요?
'강경 속독파'에요. 독서 속도를 테스트해 보니 시간당 약 231페이지를 읽는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웃음) 

성격이 급한 편인데, 이 습관은 생명공학을 전공하며 수많은 논문과 참고문헌을 읽을 때 핵심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고 여러 논지를 비교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인생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세요.
문목하 작가님의 『돌이킬 수 있는』을 추천합니다. SF 소설이지만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선이 매력적인 352페이지 분량의 책이에요. 직렬독서파인 저조차 중간에 멈추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끝까지 읽었던 몰입감을 선사해 준 책입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초반의 복잡함을 지나 후반부의 진가를 느끼실 수 있도록 아무것도 찾아보지 말고 바로 펼쳐보시길 추천해요. 



"전국 중고서점을 누비며, 10권의 병렬독서로 통섭의 재미를 느껴요"

이민중,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건축학전공 23학번 

#병렬독 #속독 


본인만의 독서 방식을 소개해 주세요.
눈에 보이는 책은 일단 사두는 스타일이라 자연스레 여러 권을 오가는 병렬독을 즐기게 됐어요. 

대학 진학 후 자취를 하며 지출을 아끼려 중고서점에 발을 들였는데, 책 한 권이 만 원도 안 하는 매력에 빠져 신촌부터 부산 서면까지 여행할 때마다 전국의 중고서점을 훑고 다녔죠. 그렇게 사 온 책들의 서문부터 하나씩 펼쳐 읽다 보니, 어느새 동시에 읽고 있는 책만 10권이 넘어가더라고요. (웃음) 

다양한 책을 동시에 속독하다 보면 각 분야가 공통으로 품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게 돼요. 그럴 때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연결해 해결책을 시도해보는 과정이 저에게는 가장 큰 독서의 재미입니다. 


본인의 독서 습관 특징과, 이 습관이 일상에 준 영향은 무엇인가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글을 빠르게 읽어내는 속독 능력이 가장 강한 특징이에요. 낯선 지면을 마주할 때 핵심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죠. 최근 중국어능력시험(HSK)을 준비할 때도 이 능력 덕을 크게 봤어요. 수많은 한자 속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겁먹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고, 암기 부담도 덜어낼 수 있었거든요. 

'인생 책' 한 권을 소개해 주세요. 
손턴 와일더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를 추천합니다. 다리 붕괴 사고로 숨진 5명의 삶을 다룬 소설인데, 호흡이 짧고 인물별로 나뉘어 있어 여러 권을 오가는 병렬 속독파가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어요. 



"완벽한 시간과 장소에서 벼락치기 몰입을 즐기는 스파크형 독서가입니다." 

 소연우,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23학번 

#직렬독 #정독파 


본인만의 독서 방식을 소개해 주세요.
'스파크형 완벽주의자'예요. 독서를 일상의 틈새에 끼워 넣기보다 시간과 공간이 온전히 확보되었을 때 벼락치기 하듯 단숨에 몰입해 읽거든요. 

늘 현실의 학업과 과제 완수가 우선이다 보니, 역설적으로 좋아하는 독서가 순위에서 밀려 시작하기까지 오래 걸리곤 해요. 그래서 완벽한 몰입을 위한 독서 환경도 꽤 까다로운 편이에요. 

여유로운 시간과 넓은 책상, 커피, 생각과 문장을 기록할 수첩, 촬영용 휴대폰까지 놓여 있어야 하죠. 빠르게 읽어야 한다는 압박 없이 마음에 드는 문장을 붙잡고 깊이 고민할 수 있어야 해요. 


평소 '나도 저렇게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다른 독서 스타일이 있나요?
책에 자기 흔적을 자유롭게 남기며 읽는 '교환 독서'가 부러웠습니다. 저는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책을 조금도 더럽히면 안 된다는 강박이 커서 메모나 가름끈도 잘 안 쓰고 별도 노트에 페이지와 함께 
적어두는 완벽한 보존파거든요. 

'인생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세요.
문장 하나에 오래 머무는 정독 스타일에는 의외로 '시집'이 잘 어울려 성동혁 시인의 『6』을 추천합니다. 

특히'너를뭐라불러야할지모르겠다'라는 띄어쓰기 없는 문장을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경험이 있어요. 정답에 도달하는 데 몰두하는 전공 과학 공부와 달리, 답을 찾지 못했기에 곁에 두고 계속 생각해볼 수 있는 문학의 매력이 제 정독 습관과 멋지게 매칭됩니다.   



"SNS에서 수천명의 독서 계정을 운영하고 있고,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게 가장 좋아요" 

 이연우,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23학번 

#병렬독 #정독파


본인만의 독서 방식을 소개해 주세요.
지하철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웃음) 대부분은 효율적 시간 관리를 위해서 지하철에서 독서하는 편인 것 같은데, 저는 유독 지하철에서 독서가 잘 되는 편이라 일부러 등/하교, 이동 시간에 책을 읽는 것 같아요. 몰입이 잘 된다고 할까요. 

미세한 소음에 민감한 편이라 생활 소음이 있는 집이나 카페에서는 잘 집중이 안 되는 편이에요. 반면 지하철은 오히려 확실하게 소음이 발생하는 공간이니까, 귀마개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한곳에 집중하듯 독서하면 좋더라고요. 그렇게 정독파가 된 것 같아요. 


본인의 독서 습관 특징과, 이 습관이 일상에 준 영향은 무엇인가요?
종이책 집착입니다. 질감과 두께감, 인덱스를 붙여 넘겨보는 감성을 사랑해요. 현재 ESG 컨설팅 인턴 업무를 하면서 남들은 PDF로 인수인계 받을 때, 저는 두꺼운 CDP 채점 기준서 3권을 종이 책자로 받아 넘겨가며 일했어요. 물론 PDF로 Ctrl+F로 쉽게 키워드를 찾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는 종이 텍스트로 내용을 소화하며 업무 및 읽기 효율이 훨씬 올라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책' 한 권을 추천해 주세요.
신형철 평론가님의 『인생의 역사』를 추천합니다. 평론 모음집인데, 호흡이 짧은 글들이 모여 있어 읽은 뒤 생각할 여백과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글이 짧아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의 밀도가 매우 높아서 아는 만큼 보이고 배울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거든요. 깊이 파헤치고 텍스트를 섬세하게 소화하는 탐구형 정독파가 읽었을 때 가장 깊은 여운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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