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실은 아주 적은 문장만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잊어서는 안 되는, 아침저녁으로 읽고 싶은, 몇 문장만을 마음에 품고서 그대로만 살아도 좋은 삶이 아닐까 하고.

오드리 헵번의 저 말을 이동진 평론가의 블로그에서 보고 원문을 찾아보았다.
Forgive quickly. Kiss Slowly.
Love truly. Laugh uncontrollably.
And never regret anything that made you smile.

실로폰을 두드리는 듯한 동사들의 리듬감이 좋아 다시 반복해서 읽어본다. 후회가 많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말에 몇 번이고 밑줄이 그어질 것이다. 지나고 나면, 지났기 때문에, 좋았던 시절을 잊고서 우리는 쉽게 후회한다.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거기 가지 않았더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래 아프지 않아도 되었고, 먼 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고, 그랬다면 지금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아무 소용없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그런 식으로 후회하며 과거에 꾹꾹 손톱자국을 낸다.

그런데 그녀가 그 손을 가만히 잡아주듯 말한다. 어떤 순간에도, 너를 웃게 만들었던 것에 대해선 절대 후회하지 말라고. 한때 우리는 그렇게 웃었다. 그 순간 삶이 좀 더 환해졌을 것이다. 한 시절이 빛날 때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바랄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후에 온 후회의 순간들이 아니라, 오직 그 순간, 우리의 삶이 미소 속에 환해졌던 순간이다. 그것이 오늘의 나를 살게 했다는 걸 잊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