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돈 걱정 없이는 살 수 없나요?
박미정 생활경제코치에게 조언을 구했다.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돈이 없는 게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왜 돈 때문에 이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돈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에 대해 푸른살림 대표 박미정 생활경제코치에게 조언을 구했다.
Q1. 평소 돈을 딱히 많이 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돈이 금방 사라져요. 저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요?

Q2. 학교생활을 하려면 어느 정도는 부모님에게 지원을 받게 되는데, 이게 참 껄끄러워요. 죄송스럽기는 한데 간섭 받기는 또 싫고….

예산을 짜보니 월 3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빌려주시면 그 안에서 내가 해결하겠다, 대학 입학 후에 받은 용돈은 졸업 후에 경제생활하면서 갚아가겠다, 이렇게 얘기하면 부모들도 대부분 수긍해요.
수긍하지 못하면 몇 만원 깎아서 다시 타협안을 제시해야죠. 이걸 통해 돈 쓰는 감각은 물론이고 대화법까지 배우는 거예요. 이 연습을 부모랑 해두면 나중에 결혼했을 때 배우자와 ‘돈 얘기하는 법’도 배우게 될 걸요?
Q3. 아무래도 선배가 되면 밥값·술값이 부담돼요. 각자 나눠 내고 싶어도 동기 중 누군가 ‘형이 낼게’ 그러면 후배들의 환호성이 터지거든요. 얘는 왜 이래요?

1번. 걔한테 박수를 쳐줘. ‘우와! 멋지다~’ 얘의 방식을 수용하는 동시에 내가 얻어먹은 값을 하는 거예요.
2번. 내 몫의 밥값을 걔한테 줘. ‘니가 후배들 사줘, 하지만 내 건 내가 낼게.’ 걔는 좋은 선배 노릇하게 해주고, 부담도 좀 덜어주고. 내가 걔의 룰을 지켜주는 거야. 편한 걸 택하면 돼요. 이런 식으로 덜 불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게 모임을 피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자신의 소비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해요.
Q4. 직장인들은 ‘월급이 통장을 스쳐 간다’고 하잖아요. 알바비는 더해요. 이걸 좀 모으는 방법 없을까요?

Q5. 입학하자마자 학자금대출을 받고, 그럼 졸업한 후에도 오랫동안 빚을 갚아야 해요. 이 부담이 액수보다도 더 큰 스트레스가 되는데 좀 줄이는 방법 없나요?

다른 이유는, 등록금이 아까워서예요. 대학교 다니려고 빚까지 냈는데 막상 와보니 돈값을 못하거든. 그래서 본전 찾으려고 타과 수업을 엄청 많이 들었어요. 공부가 재밌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해보려고. 그러고 나니까 조금 덜 아깝더라고요. 모든 돈에는 액수 이상의 감정들이 얹혀있어요. 어차피 빚을 진 거라면, 그 감정을 알고 이해하는 게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죠.
Q6. 부모님과 대화가 어렵다 보니 친구끼리 돈을 빌리고 빌려주기도 해요. 근데 이 과정에서 꼭 상처 받는 일이 생겨요. 돈 빌리는 사람이 잘못인가요?

빌려줄 때의 자세도 중요해요. “우리 사이에 뭘,갚는다는 부담 없이 그냥 써.” 이러면 안 갚아야 될 돈인가? 받을 거잖아. 안 주면 욕할 거잖아. 이렇게 말해놓고 돈 빨리 못 받아서 속을 썩여요. 그러면서 상대를 나쁜 사람 만들어. 내가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 못 하고. 돈 거래는 돈 거래로만 생각해야 돼요. 이걸로 우정을 가늠한다든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 상처받게 되어 있어요. 빌려줄 때든 빌릴 때든.
Q7. 돈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빨리 취직해서 돈을 벌고 싶어요. 근데 취직한 선배들을 만나면 돈을 벌어도 스트레스는 똑같다는데 뻥치는 건가요?

이게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날 왜 이렇게 다그치고 있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저한테 사람들이 물어요. “그 일로 수입이 돼?” 전 되묻고 싶어요. “너는 얼마 벌어야 되는데?” 전 적정선이 있고, 이 정도면 됐다 싶거든요. 소득의 액수보다는 그 선을 찾는게 우선인 것 같아요.
돈 걱정을 줄이는 단 하나의 방법
돈을 아껴 쓰고 싶을 때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가계부 쓰기’다. 동시에 가장 실천하기 힘든 방법이기도 하다. 사실 며칠 열심히 써 봐도 이게 내 지갑 사정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납득이 안 된다. 그러면 또 가계부를 안 쓰게 되고, 얼마 안 남은 잔액은 줄줄 새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야 해!
Q1. 가계부가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나의 기초생계비가 얼마인지부터 남에게 쓰는 돈의 비율까지. 어떤 사람은 자기한테 쓰는 것보다 남한테 쓰는 게 훨씬 많아요. 또 같은 남이라도 가족한테는 한 푼도 안 쓰고 친구한테만 쓸 수도 있고요. 기초생계비보다 문화생활에 훨씬 더 많이 쓰는 사람도 있겠죠. 이렇게 자기만의 특징이 나와요. 보통은 가계부에 숫자 중심으로 많이 썼네, 적게 썼네만 기록하니까 이게 안 보이거든요. 그러니 기껏 열심히 써도 별 의미 없다고 느끼는 거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나눠진 세 카테고리에 각각 얼마 들어가는지 한달 통계를 내고, 그걸 기준으로 다음 달 예산을 잡아요. 다음 달엔 예산 안에서 살아보는 거죠. 이걸하다 보면 남한테 돈 쓰고 나서 아까울 때도 많아요. 아까워도 할 수 없지 뭐. 대신 거기엔 빨간색으로 표시해놓고 다짐해요. ‘다음부터 이렇게 쓸데없는 데에는 쓰지 말자.’ 이게 다 내가 경제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아끼는 건 나중 문제고요.
왜 자꾸 며칠 쓰다 마는지 모르겠어요.

간극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간디나 부처 정도 되면 모를까. 다만 선망과 현실 사이에 서로 소통은 되어야 하잖아요. 그러려고 소비생활을 기록하려는 거예요. 선망이 가장 발달할 때가 사춘기예요. 연예인 좋아하고, 내가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을 때. 현실감각은 고통 속에서 배우게 되죠.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구나, 연애하다 보면 나의 찌질함을 알게 되듯이. 그 고통을 직면하고 배울수록 가장 자기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쉬울 거예요, 돈은 그 시작일 뿐이거든요.
#고민#아르바이트#박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