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만화책이 우리를 보우하사

우리를 웃기고, 이따금 위안하는 만화책 5선

참을 수 없는 네코무라씨의 귀여움

Item + 오늘의 네코무라씨  

트위터 사람들 다 고양이 있는데 나만 고양이 없어…. 그래서 난 오늘도 『오늘의 네코무라씨』를 읽는다. 생계형 고양이 네코무라씨는 두 발로 걷고, 나머지 두 발(?)로 살림을 하는 가사도우미. 꾹꾹이 안마는 기본, ‘네코’라고 써진 앞치마를 두른 채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널고, 장바구니를 다소곳이 잡고 장을 보러 간다.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멸치조림. 이러니 귀엽지 않을 수가. 현실 세계에선 닝겐 집사들이 고양이를 보필한다면, 책 속에선 네코무라씨가 어딘가 못난 닝겐들을 보필한다. 그 와중에 저도 모르게 ‘고양이짓’이 나오고 마는게 모에 포인트.  

주인 할머니 무릎에 부비부비해놓고 “헛,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사과하거나 “제가 고양이 혀라서…” 라며 미지근한 차를 내어오는데 이러는 거 너무 귀여워. 그만 귀여워도 되는데 8권까지 쭉 귀여워. 연필로 슥슥 그린 듯한 그림은 담백한데, 그 속에 담긴 감정이나 통찰의 깊이에는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네코무라씨 곁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이러니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늘 결론은 하나. 나도 네코무라씨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울한 기분을 청소하듯 싹싹 씻어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지금껏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Editor_김신지 sirin@univ.me



잡지를 읽고 만드는 즐거움  
  
Item + 중쇄를 찍자!  

3년째 잡지를 만들고 있다. 마감에 쫓길 땐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매주 월요일 마다이면 꼬박꼬박 캠퍼스에 잡지가 깔린다. 내가 쓴 기사에 댓글이 달리고, 독자들이 내가 만든 퍼즐을 푼다. 아직도 가끔씩 신기하다. 좋은 잡지를 만들고 싶다. 어떤 잡지가 좋은 잡지일까. 답은 독자들이 알고 있다.  

「대학내일」의 독자는 20대다. ‘20대’, 야박하지만 이 세 글자가 힌트의 전부다. 그래서 일하는 동안 독자들 반응을 이래저래 살핀다. 이젠 좀 알 때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모르겠다. 고민만 많다.  

『중쇄를 찍자!』 는 만화잡지 「바이브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민이 많은 건 여기도 마찬가지다. 전자책 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부수는 꾸준히 줄어든다. 잡지가 비치 되는 서점, 작품을 연재 중인 만화가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쉽지 않다.  

답을 만들어가는 건 신입사원 쿠로사와 코코로다. 만화 주인공답게(!) 넘치는 에너지와 긍정적인 태도로 안 될 일도 되게 만든다. 쿠로사와가 밀어붙인 신인 만화가를 데뷔시키기로 결정짓는 순간에 던진 와다 편집장의 한마디가 우리 잡지에도 힌트가 될 수 있을까. “본 적도 없는 뭔가가 실려 있다는 게 잡지의 즐거움 아니겠냐.”    

Editor_
기명균 kikiki@univ.me



나는 잡초가 될 수 있을까 
  
Item + 꽃보다 남자  

고등학교 2학년 때 아파트 상가 만화방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돌았다. 성실한 연체료 납부자였던 나는 당장 만화방으로 갔다. 제발 좀 제때 반납하라던 아저씨는 만화책을 권당 300원에 팔기 시작했다. 내가 사고 싶었던 건 단연 카미오 요코의 『꽃보다 남자』였다.  

가난하지만 밟아도 죽지 않는 잡초처럼 씩씩한 츠쿠시와 안하무인 재벌 2세 도묘지 츠카사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작가가 11년 동안 만든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한 명도 빠짐없이 성장한다는 데에 있다.  

원작 만화는 물론 한중일 대만 드라마까지 섭렵했다. 심지어 일본에서 제작한 영화도 챙겨 봤다. 똑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한 드라마여도 각 나라 문화에 따라 인물의 표현 방식이나 일화가 변형된다는 게 재미있었다.  

『꽃보다 남자』를 보면서 내가 꿈꿨던 판타지는 재벌 2세 남자친구가 아닌 잡초 같은 츠쿠시가 되는 것이었다. 만화책을 통해 사랑과 문화에 대해 알아가던 나는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사랑과 문화가 궁금하고 이제는 어렵기까지 하다. 아직은 잡초가 되어가는 중인 걸까.  

Intern_윤소진 sojin@univ.me



괜찮아질 때까지 놀아줄게 
  
Item + 요츠바랑!  

대학생 신분에서 멀어지면서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아졌다. 분명 몸뚱이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은데, 머릿속은 쉬지 않고 빙글빙글. 나 이래도 되나. 이렇게 시간을 죽여도 되려나. 답 없는 질문 공세에 점점 더 불안해졌다.  

전원 버튼이라도 있으면 잠깐 끄고 멍청하게 하루를 날려버릴 텐데. 그럴 때마다 나는 다섯 살 꼬마 요츠바에게 말을 건다. ‘요츠바, 잠시 쉬어 가도 괜찮을까?’ 요츠바는 땡그란 눈망울 로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질 때까지 쉬어 그럼!’  

언제나 명쾌하고 막힘 없는 이 꼬마에게도 사연은 있다. 엄마 없이 아빠랑 단둘이 사는데, 심지어 친아빠도 아니다. 그럼에도 요츠바는 즐겁다. 이런 건 요츠바의 행복에 아무런 방해도 안 되기 때문이다. 수시로 드나들던 옆 집에 더 이상 못 가게 되는 일이 불행일 뿐.  

분명 나도 요츠바였던 적이 있었다. 매일이 행복하고 내일도 괜찮을거라는 믿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던 시절. 나이가 들면 자연히 사라지는 것들이 아직 요츠바에겐 있다. 만화책 속에서 요츠바는 언제나 다섯 살이니까. 아마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요츠바는 나에게 그렇게 말해줄 것 같다. 괜찮아질 때까지 나랑 같이 놀자!  

Intern_이연재 jae@univ.me



당신은 당신을 지키고 있습니까? 
  
Item + 몬스터  

사회주의 동독에서 고아들을 모아 실험했던 교육 기관 ‘511 킨더하임.’ 그곳의 아이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초인적 인간을 만든다는 명목하에 끊임없이 극한의 미션에 던져진다. 엄청난 공포와 압박감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우수 학생.  

『몬스터』는 괴물 같은 시스템이 육성해낸 희대의 연쇄 살인마 ‘요한’을 쫓으며 시작된다. 하지만 괴물을 찾는 여정으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곧 ‘요한’ 자체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어떻게 괴물이 자라나게 되는지 추적하는 과정으로 변모한다. 모든 인간의 시작이 백지처럼 하얗다면, 그 위에 칠해진 추악한 그림은 누구의 것일까? 질문하면서.  

교육이란 결국 그 사회가 원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다. 우리는 너무 어린 나이부터, 의심할 새 없이 어떤 인재상을 따르길 강요받는다. 더 많은 답을 맞히는 게 지상 과제로 여겨지는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511 킨더하임’의 아이들보다 얼마나 건강할 수 있을까?  

『몬스터』는 묻는다. 당신은 당신을 잘 지켜내고 있는가? 세상이 바라는 모습으로부터.  

Editor_김슬 dew@univ.me
#만화#802호#꽃보다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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