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그들의 삐딱함엔 이유가 있다

밀레니얼 미디어 ALT
ALT의 콘텐츠는 숨김이 없다. 쉬쉬하는 사회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맥주를 마시며 화기애애하게 섹스 얘기를 나눈다. ‘아 그것 참 불편하겠네요’라며 바라보는 대신 남자가 직접 브래지어를 차고 하루를 생활한다. 남자를 규정하는 데에는 ‘불알’도 ‘남자다움’도 필요 없다고 화끈하게 말한다. 더러는 ‘쟤네 왜 이렇게 삐딱해?’ 혹은 ‘관심 받으려고 자극적인 소재만 쓰는 거 아냐?’라며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ALT의 삐딱함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밀레니얼 미디어 ALT김태용, 헤지, 박지훈, 구현모  

ALT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저희 팀은 총 아홉 명이에요. 출신 성분은 다양한데 모두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청춘씨:발아’라는 뉴미디어를 운영했거나 학보사에서 교지를 만든 친구도 있고요. 그래서 정보도 공유할 겸 친목을 쌓다가 먹고살 길을 찾기 위해 팀을 만들게 됐어요. 지금은 「대학내일」 콘텐츠팀처럼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에요.  

‘대안이 있는 대안 언론’으로서 ALT가 등장한 것 같은데, 정체성을 그렇게 잡은 이유는? 
 언론덕후이자 독자의 입장에서 맨날 ‘이것이 문제입니다’나 ‘한편 정부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와 같은 재미없고 맥 빠지는 뉴스가 싫었어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방관하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라 함께 대안을 이야기해 나가고 싶었어요.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오히려 뻔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하는 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0에서 10으로 가기 위해서는 0.1의 시도가 필요해요. 단번에 10으로 뛰어넘을 순 없으니까요. 동시에 세상을 바꿀 의지가 없는 미디어는 미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타깃 독자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것도 매체의 역할이죠.  

ALT는 밀레니엄 세대를 타깃으로 한 온라인 미디어인데,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신문이나 뉴스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다른가요? 
우선 홈페이지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면의 한계가 없어요. 사진이나 영상처럼 쓸 수 있는 도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요. 하나의 콘텐츠 데이터를 다양한 매체에 퍼뜨릴 수 있는 크로스 미디어 전략에 있어서도 유연하죠. 가장 큰 강점은 독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이에요. 특히나 SNS는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올리는 공간이라서 피드백도 활발하고요.    

그럼 기성 언론은 어떻게 바라보세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외국에 비해서는 느리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열심히 보고 들으며 바꾸려고 노력하잖아요. 다만 외부에서 그 변화를 빠르게 느끼지 못하는 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경영자의 관점이 충돌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저희가 기성 언론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생각은 안 해요. 굳이 기성 언론에 특정 프레임을 씌워서 보고 싶지도 않고요. 그저 다른거죠. 일대일 관계로서 언론과 언론, 동등한 입장에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ALT의 시작은 ‘맨박스’ 시리즈였죠. 여혐, 남혐 대립이 끝을 달렸을 때 대놓고 뜨거운 감자를 다루는 게 조심스럽지 않았나요? 
딱히 조심스럽진 않았어요. 여성주의에 관해 얘기할 때 수혜자를 여성으로‘만’ 두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죠. 물리적 성별이 남자더라도 그중에서 분명 배제되는 남성이 존재하잖아요. 그들을 포섭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변화를 불러오려면 우선 다수를 포섭해야 하니까요.    

콘텐츠에 공통점이 있다면 ‘삐딱한 시선’이 아닐까 싶어요.   
기본적으로 팀원들의 성향이 콘텐츠에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아요. 다루는 주제도 오프라인에서 얘기하기 민망한 것들이잖아요. 발칙하다고 느껴지는 건 주제를 다룰 때 거침없이 뛰어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즐겁게 섹스하자>(이하 <즐섹>) 시리즈는 섹스 얘기를 거침없이 하잖아요. 근데 콘텐츠를 만들면서 저희끼리 부끄러워하면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 거니까요.  

<즐섹>처럼 성에 대한 이야기를 콘텐츠로 꾸준히 생산하는 미디어가 많지 않아서 반가웠어요. 한편으로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니까 내부적으로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업로드 하고 나서도 반응을 계속 살피고요. ‘너네 쿨한 척하는 것 같다’ 혹은 ‘가르치는 것 같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이런 주제를 다루면서 생기는 반작용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해 가야죠. 에디터의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는 방식이다 보니까 공통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상대가 불쾌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에요. 이성애 중심적인 얘기만 하지 않으려고도 노력 중이고요.    

의견이 충돌할 만한 소재를 많이 다루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충돌 없는 의견 표명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의견엔 주장이 있어야 하는데, 주장엔 필연적으로 충돌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댓글이나 공유에 달리는 멘트로 시작되는 의견 충돌 자체는 나쁘게 안 봐요. 감정적으로는 보지 않고 최대한 분석적으로 접근하려고 하죠. ‘왜 이렇게 반응할까’, ‘어떤 관점에서 반응한 걸까’, ‘이 사람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런 식으로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콘텐츠라는 게 솔루션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빠르면 하루에도 만들어서 올릴 수 있는데, 결과 차원에서 얻는 효능감은 들쑥날쑥해요. 목표에 단번에 도달할 수는 없겠죠. 대신 천천히 흐름을 만들어내는 일인 것 같아요. ALT가 생긴 지 3개월 조금 넘었는데, 자리를 잘 잡아서 새롭게 도전하는 분들에게 참고할 만한 미디어가 됐으면 해요.



Intern_ 이연재 jae@univ.me
Photographer_ 이서영 perfectblues@naver.com
#20대언론#20대인터뷰#8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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