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당신의 에세이에 힘을 주는 5가지 팁

갖가지 방법으로 독자를 유혹하는 방법

1. 멋진 문장을 인용하라



영화 대사든, 책 문장이든, 노래 가사든 상관없다. 작가들이 골똘히 고민해 만든 멋진 문장이 많으니 눈에 띄는 걸 기록해두고 써먹자. 당신 이 연애 안 한 지 1년 반이 넘었다고 치자. 학교 집 학교 집을 왔다 갔다 하는 평탄한 삶. 편하다면 편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헛헛하다.   그래서 컴퓨터 앞에 앉아 ‘솔로 살이의 헛헛함’을 글로 쓴다면, 시작 부분에 백아연의 ‘쏘쏘’를 인용하며 쓰면 딱 맞지 않을까?  

"누굴 만나도 so so 혼자인 것도 so so 설레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분. 감을 잃어가 점점 사랑은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기억도 잘 안 나."

백아연의 쏘쏘. 딱 내 이야기다. 주말이지만 내 전화는 한가로웠다. 아무 약속도 없이, TV 앞에 앉은 내가 조금 싫어졌다.

때론 뜻이 애매하면서도 폼나는 문장을 인용하기도 한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어떤가? 소설가 김연수가 에세이집『청춘의 문장들』에서 쓴 표현이다.

나는 과연 그렇다고 여겼다. ‘들고양이는 늘 존재감을 발휘하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졌었지. 청춘이 그렇듯.’ 독자는 자기 나름대로 문장을 해석한다.  

2. 디테일을 살려 생생히 묘사하라


   
‘디테일이 없으면 글이 지루하다.’ 이 문장만 기억해도 지루한 에세이는 피할 수 있다. 글이 지루해지는 건 디테일이 부족해서다. 디테일이 사라진 자리에 추상적인 표현, 밋밋한 표현이 들어선다. 예컨대 ‘지난달 스터디에서 만난 여자 분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몇 번 만나면서 점점 그녀에게 끌렸다’라고 쓰면 부족하다는 말이다. 매력도 수천 가지 매력이 있다.   <K팝스타 6> 김소희처럼 예쁠 수도 있고, 막 예쁘지 않지만 약간 박보영 스타일로 귀여울 수도 있다. 어떻게 매력적인지 독자는 무척 궁금한데 추상적인 단어 하나로 넘어가면 안 된다.   그녀를 향한 끌림도 ‘끌렸다’로 퉁치면 아쉽다.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독자가 감정이입하기 쉽다.아래는 내가 예전에 썼던 에세이 중 일부다. 전 여친 이야기를 팔아 에세이를 마감했다.  

2년 전 나는 어느 술자리에서 급작스럽게 B와 사귀게 됐다. B는 얼굴도 예뻤지만 특유의 충동적 성격으로 남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평소 작은 입을 앙다물고 말 한마디 안 건네지만, 흥분하면 애교쟁이 춤꾼으로 돌변했다. 연고전 땐 무대 위에서 격렬한 무당춤(?)으로 전교생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2002년 월드컵 응원전 땐 빨간 티셔츠를 입은 채 사방팔방 뛰어다니다가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책 따윈 읽지 않는 B가 도서관에서 뭔가 집중하기에 슬쩍 보니 패션 잡지 구석구석 정성 들여 동그라미 치고 있었다. “나중에 이거 이거 비슷한 옷 싸게 사려고 계획 세우고 있어.” 세상에 패션 잡지를 연구하는 여자애라니. 귀엽잖아


다시 읽어도 기억이 생생하다(나만 그럴 수도). 여하튼, 그래도 모르겠으면 친구에게 입으로 말한다는 태도로 글을 써보자. 우리는 글보다 말에 훨씬 익숙하다. 상황을 머릿속에 그린 후 그걸 말로 전한다는 태도로 쓰면 디테일이 살아난다.  

3. 질문을 던져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몇 살 때로 돌리고 싶어요? 예전에 비해 많이 변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은 뭐가 있을까요?  

<from 블로그씨>란 이름으로 네이버가 블로그 주인에게 매일 던지는 질문이다. 그날의 질문이 블로그 대문 상단에 떠있다. ‘새 글 쓰게 해 트래픽 올리려는 꼼수인 거 모를 줄 알고. 흥!… 그런데 시간을 돌린다면 아마도 28살쯤이 좋겠지?’ 낚시인 줄 알면서도 낚인다.   에세이 쓸 때도 질문을 던지면, 독자는 자연스레 그 질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몇 살로 돌아가고 싶지? 수동적인 태도로 읽던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어난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자꾸 질문 던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은 뭐가 있을까요? 예쁘다는 말을 들어도 기분 좋아지고, 사랑한다는 말 역시 기분 좋죠. 상황에 따라선 ‘최종 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가 좋을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하루하루의 삶에서 나를 가장 기분 좋게 만드는 말은 이것입니다. ‘보고 싶어’. (누군가에게 보고 싶은 존재일 때 느껴지는 따뜻함에 대한 글)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은 뭐가 있을까요? 좋은 말들이 많겠죠. 능력 있다는 칭찬부터 사랑한다는 애정 공세까지. 그런데 전 그런 말은 별로입니다. ‘넌 좀 이상해.’ 오히려 이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는 삶에 대한 글)


질문으로 시작하는 건 응용하기도 쉽다. 아무내용에나 다 갖다 붙일 수 있다.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은 뭐가 있을까요?’란 질문을 여러가지로 써먹어 보자. 활용법은 무한하다. 질문을 고를 땐 공감을 끌어내는 동시에 대답이 다양하게 나오는 게 좋다.  

4. 대화체를 적절히 활용하라


   
두 명이 나눈 대화를 그대로 살려 쓰는 것도 글에 현장감을 더한다. 캐릭터들의 어투가 드러나며 분위기도 전해준다. 단순한 설명보다 읽는 맛이 산다. 직접 봐야 알 테니 예를 들자. 예전에 향수에 심취한 이야기로 에세이를 시작한 적이 있는데 처음 쓴 글은 아래와 같다.  

새로 산 향수에 지나치게 심취한다고 와이프가 타박했다. 여기저기 뿌려대고, 영국 해변이 떠오른다느니 허튼소리 한다는 비난이다. 사실 그녀 말이 맞다. 조 말론 런던의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를 사고 심하게 뿌려댔다. 이든 침대에든. 킁킁 향을 맡으면, 신기하게도, 영국의 어느 조용한 시골 해변이 ‘공감각적으로’ 떠오른다.

A했고 B했고 C했다는 전형적인 진행이다. 에피소드라도 독특하면 모를까. 역시 심심하다. 고민 끝에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향수 하나 가지고 과한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난 그냥 향이 좋아서…” 

“그게 아니잖아요! 온데 향수를 뿌리지 않나. 향수 하나 뿌렸다고 영국 해변이 떠오른다고 하질 않나.”

사실 그녀 말이 맞다. 조 말론 런던의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를 사고 심하게 뿌려댔다. 옷이든 침대에든. 킁킁 향을 맡으면, 신기하게도, 영국의 어느 조용한 시골 해변이 ‘공감각적으로’떠오른다.

 
와이프의 짜증이 글에 묻어나지 않는가. 배경이 되는 우리 집 권력 관계도 알려주고.   한편 대화로 보여줘야만 전해지는 메시지도 있다. 신입생 때 겪은 첫사랑의 추억을 쓴다 치자. 순수했기에 격렬하게 사랑에 빠졌고, 너무 아껴서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던, 풋풋한 그 시절의 연애… 설명하려면 이렇게 어렵다.차라리 영화 <건축학개론>처럼 그 시절 나눈 대화를 직접 보여주면 메시지가 단박에 전달된다.  

5. 반전을 줘라


 
대학 시절, OT 때 만나 친하게 지낸 과대표 누나가 있었다. 과대표답게 털털한 성격으로 남녀 후배들을 두루 챙겼고, 자취방도 가까워서 함께 술 마시는 일도 잦았다. 철저히 난방 목적으로만 옷을 입는 분이라 매일 후드티였다. “누난 나보다 옷 못 입는 것 같아요.” “그래? 안경 벗고 이빨 꽉 다물자.” 1년간 철저히 무성 관계로 지냈다.  

연말, 힙합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누나가 공연 한다기에 찾아갔더니 헉, 화장과 의상이 엄청났다. 걸그룹 의상까진 아니지만 뭐랄까. ‘매우 매력적’이라는 추상적 단어로만 표현하겠다. 공연 후 함께 술을 마셨고, 누나를 자취방에 바래다주었는데.avi  

장난이다. 아무 일 없었다. 여성으로 보이긴 했다. 여사친이 이성으로 보이는 모멘텀으로 반전 매력이 드러나는 순간을 꼽는다. 익숙한 모습이 갑자기 달라질 때 확 끌린다는 설명이다. 글도 똑같다. 뻔한 예상과 다르게 진행될 때 독자는 흥미를 느낀다.  

예를 들자. 친구 고민 상담을 해주는 에세이를 쓸 때, 보통 주인공이 성실히 경청하는 상황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래처럼 비틀어도 신선하다.  

푸웁. 마시던 술을 입으로 뿜었다. 장소는 동네술집, 함께 술 마시는 이는 오랜 친구. 내게 건넨 말은 “근데 말이야. 요즘 좀 고민되는 게 있어.” 반칙이다. 좀 전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여자 이야기할 것처럼 해놓고 느닷없이 인생 이야기를 꺼내 평화로운 술자리를 어지럽히다니! 원래 이러던 친구가 아닌데. 쯧쯧.  

술자리에선 멍청한 말만 하자는 게 내 원칙이다. 나쁜 머리가 술 들어가면 더 멈춘다. 삶의 지혜 같은 건 가만 보자…. 원래 몰랐구나. 친구가 자기 아픔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슬픈 눈빛으로 30도 정도 시선을 내린 후 멍 때린다. 그런데도 몇 년씩 고민 상담이 반복되는 걸 보면 상황을 모면하려는 내 표정이 ‘사색’하는 것으로 오인되지 않았나 싶다.  

뭔가 써놓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하는 방법도 있다. ‘어제 네이버로부터 8월 첫째 주 지식인의 서재에 출연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물론 거짓말이다. 서두를 거짓말로 시작하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B급 소설가들의 전통 같은 것이다.’ 소설가 최민석씨의 에세이에 나오는 부분이다.  

읽다가 재밌어 옮겨 두었다. 필자가 거짓말할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익숙한 내용을 뒤집은 후 맞는 논리를 붙이면 반전이다. ‘20대 땐 욕망이 커서 힘들었다. 그래서 30대에 더 키웠더니 괜찮아졌다’ 식으로 코미디언이 개그하다 웃지 않듯 능청스럽게 담담히 쓰면 효과가 더 크다.  

글은 필자와 독자의 ‘밀당’이다. 이 글 한번 봐줄래. 요기까지도 읽어봐. 이건 궁금하지? 갖가지 방법으로 독자를 유혹해야 한다.

  Illustrator_ 홍화정
#에세이#꿀팁#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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