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비독립일기] -1화- 오빠가 돌아왔다
엄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오빠



그런데 이 달콤한 냄새는? 안 봐도 뻔했다. 자취방 근처 대형마트에서 여러 개를 묶어 파는 행사 제품들을 집어왔으리라. 오랜만에 맡는 인공 향에 머리가 어질했다. 그간의 자취 생활동안 오빠의 생활이 얼마나 엄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있었는지 실감이 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삿짐을 옮겼던 새벽 3시도 자취생 오빠의 생활 패턴에서는 초저녁에 속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 부분은 내가 아니라 엄마가 1절을 할 영역이라 잠자코 있었지만.

엄마의 일방적인 말들이 쏟아지는 동안 나는 마음이 매우 편안하고 조금은 즐겁기까지 했다. 오빠도 드디어 엄마의 잔소리 궤도 안에 진입한 것이다. 나는 이제 외롭지 않다! 혼자가 아니다! 입 꼬리를 씰룩거리며 속으로 만세를 부르려는데 심상치 않은 기류가 느껴졌다.
엄마의 모닝 잔소리에 침묵하는 나와 달리 오빠가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집에서 밥 잘 해 먹었고, 밥은 학교를 다니니 안 사 먹을 수 없고,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단다. 공기가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나는 조용히 장조림만 집어먹다가 서둘러 일어섰다. 이런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까지 평화 유지 노력을 했다가는 과로사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엄마는 한참 만에 오빠의 반격에 수긍했다. 그렇게 가족 공식 경사인 ‘형제 오신 기쁜 날’의 첫 식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807호 - 비독립일기]
Writer 김도연 Illustrator 남미가
#독립일기#비독립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