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작은 섬에서 보낸 조용한 하루 인천 자월도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바다에도 구름이 동동
이름도 예쁜 ‘달바위선착장’에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반달 같은 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이작도와 승봉도를 배경으로 물이 빠져 꽤 멀리까지 나간 사람들, 그물로 고기를 잡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날이 좋으면 곳곳에 고인 바닷물에서 구름이 동동 떠 있는 하늘도 만날 수 있다. 그중 우리의 눈에 띈 바지락 캐는 할머니들! “우리도 조개 캐볼까?” 함께 간 친구와 무턱대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바지락이 나오는 할머니들 틈에서 요령 없는 우리는 작은 조개 하나만 보여도 깔깔거리며 즐거운 이틀을 보냈다.

자월도는 어떤 섬인지?
뚜벅이인 나는 심심할 때마다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를 찾곤 한다. 이미 많은 섬을 다녀왔는데, 가보지 못한 섬을 찾던 중 자월도를 알게 되었다. 맥주 한 캔 하며 해변을 산책하던 일, 낚시하는 아빠와 아들을 구경하던 일, 텅 빈 학교 운동장에서 그네를 타던 일, 해 질 무렵 바다 에서 떠밀려온 스티로폼 조각 위에 앉아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붉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밤이면 미리 모아둔 솔방울과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해변에서 작은 캠프파이어를 연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
작은 섬, 이래서 좋다!
관광지 같은 커다란 섬에선 느낄 수 없는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섬으로 들어오는 배에서 만난 사람들을 섬 곳곳에서 계속 만나게 되는데 이런 것도 소소한 재미다. 한번은 덕적도에서 배가 안 떠서 계획대로 육지에 나오지 못한 적이 있다. 통통배를 타고 근처 소야도로 이동했고, 무작정 아무 민박집에 들어가 방이 있냐고 물었다. 주인 할머니가 손녀 같다며 과일이랑 고구마를 엄청 챙겨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런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섬사람들이 좋다.
작은 섬 여행자가 추천하는 섬들
바다 사이에 풀등이라 불리는 모래섬이 있는 ‘대이작도’. 배에서 내리는 순간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 사막이 있는 느낌! 하루에 딱 6시간만 만날 수 있다.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섬 중에선 ‘무의도’를 추천. 배 타고 5분이면 도착하고, 물때만 잘 맞추면 실미도에 다녀올 수도, 둘레길이 잘 갖춰진 소무의도에 들를 수도 있다. 모두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배 타기 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멋진 일몰도 추천!

썰물에만 열리는 작은 섬, 독바위
처음 자월도에 도착했을 땐 밀물이라 ‘독바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물이 빠져나가자 작은 섬까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드러났다. 호기심에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독바위는 개인 소유지로 섬 꼭대기에 아주 멋진 집이 한 채 있었는데, 집주인은 선뜻 우리에게 커피를 내어주며 쉬었다 가라 하셨다. 아무 계획도, 정보도 없이 만난 장소라 더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그 기분을 기억하고 싶어 독바위 탐험(!)을 끝내고 돌아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담았다.

손 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바다 보석
모래사장에 혼자 남겨져도 잘 놀 수 있는데, 그것은 모두 바다 보석들 덕분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매서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한참을 앉아 조개껍데기와 소라를 하나둘 골라 담는다. 모양이 특이하거나 색깔이 고운 조개를 주우면 진주라도 발견한 듯 조심스레 가지고 있는 통에 담곤 한다. 갯벌의 행위예술가라 불리는 게들이 만든 동글동글한 모래 구슬과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정말 행복하다. 가끔은 주워온 조개들을 선물로 나누어 주기도 한다. 내 손을 떠난 조개들은 모두 어딘가에 잘 있을까?
"틈만 나면 궁과 섬을 돌아다니는, 매일 놀고 싶은 편집 디자이너"
Weekly Traveller 이민영
Weekly Traveller 이민영
#여행#자월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