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마춤법vs맞춤법] 잊다? 잃다?

이 두 단어는 어디에 넣어도 찰떡같이 어울리거든요.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시험공부를 한 영주. 그런데 어쩐 일인지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공부했던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망했다. 외웠던 거 몽땅 잊었어.” 영주는 허겁지겁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했다. 시험이 시작하기 전에 한 자라도 더 들여다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맙소사. 열린 가방 틈새로 족보가 빠져나가 버린 것이 아닌가! 학교에 도착한 영주는 그제야 족보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나라 잃은  백성 같은 표정을 지었다.



기억과 관련된 경우에는 ‘잊다’를, 물건과 관련된 경우에는 ‘잃다’를 씁니다. 두 단어를 구분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본인이 평소에 발음하는 대로 쓴다면 그게 바로 정답이거든요.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기에 애써 공부하려 하지 않아도 한글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답니다.  

예문을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외웠던 거 몽땅 잊었어”와 “외웠던 거 몽땅 잃었어” 중 어떤 문장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나요? 당연히 첫 번째 문장이겠죠. ‘나라 잃은 백성’과 ‘나라 잊은 백성’ 중에서는요? 가타부타할 것 없이 첫 번째 문장입니다.  

뭐 이런 당연한 소리를 길고도 정성스럽게! 하며 투덜거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잊다’와 ‘잃다’를 강조하는 말인 ‘잊어버리다’와 ‘잃어버리다’로 넘어가면 좀 헷갈리실 겁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이 두 단어는 여기에 넣어도 저기에 넣어도 찰떡같이 어울리거든요. “외웠던 거 몽땅 잊어버렸어”나 “외웠던 거 몽땅 잃어버렸어”나. ‘나라 잃어버린 백성’이나 ‘나라 잊어버린 백성’이나. 어쩐지 다 맞는 말 같지 않나요?

이럴 때는 너무 고민 마시고 ‘잊다’와 ‘잃다’로 바꾸어 말해보세요. 그리고 더 자연스러운 쪽을 선택한다면? 그게 바로 정답이라 이 말입니다.


잊다  
1.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
2.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을 한순간 미처 생각하여 내지 못하다.
  • 수능 끝나니까 그때 배웠던 것들 다 잊어버렸어. 
  • 오늘 티켓팅이었는데 깜빡 잊었잖아! 망했어!
 
잃다  
1. 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
2. 땅이나 자리가 없어져 그것을 갖지 못하게 되거나 거기에서 살지 못하게 되다.
  • 학생증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학생 할인을 못 받았다. 
  • 방심하다가는 진짜 독도를 잃게 될 수도 있어.

Freelancer 이주윤  
#맞춤법#잃다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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