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맘대로 볼 수 없어 더 아름다운 스위스 인터라켄

일정을 여유롭게 잡는 걸 추천
어떻게 떠난 여행인지? 

대학교 3학년 여름. 친구 둘과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기말고사 기간 내내 여행 생각만 했다. 전공책이 안 읽히면 노트북을 열어 다른 사람들이 찍은 유럽 사진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어떤 사진을 발견했는데. 초원 위로 귀여운 열차가 지나고 그 너머에 뾰족하고 투명한 산이 펼쳐진 사진이었다. 동그래진 눈으로 한참을 보다가 친구들에게 허겁지겁 카톡을 보냈다. “야, 스위스!”, “스위스 가야 됨, 무조건.”  

스위스에 꼭 한번은 가야 하는 이유 

스위스의 매력은 역시 대자연이다. 스위스 산은 갈색이나 초록색보다 파란색에 가깝다. 강이나 호수에는 빙하 녹은 물이 흐르는데 석회질이 많이 포함 돼 에메랄드 빛을 띤다. 여기에 새하얀 만년설과 연둣빛 초원이 더해져, 오직 스위스에서만 볼 수 있는 마법 같은 풍경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멋진 풍경 속에서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터보강, 캐녀닝,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스위스를 제대로 즐길 수 없으니 일정을 여유롭게 잡는 걸 추천.  

스위스에서 딱 한 곳만 추천한다면 

인터라켄! ‘호수 사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실제로 양옆으로 튠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가 펼쳐져 있다. 여행자들에게는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한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신비로운 폭포가 있는 라우터브루넨,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많은 그린델발트, 동화 속 마을처럼 생긴 뮈렌, 만년설이 있는 융프라우요흐, 그리고 융프라우요흐 정상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쉴트호른까지, 모두 인터라켄 주변에 위치해 있다.  
    
상상 속 알프스를 만나기 위해 쉴트호른 전망대로 향했다. 베이스캠프인 인터라켄에서 열차를 타고 이동. 라우터브루넨에서 버스로 갈아탄 뒤, 슈테헬베르크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짐 멜발트, 뮈렌, 브리그를 거쳐 쉴트호른에 도착한다. 사진은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슈테헬베르크의 모습. 부푼 마음으로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짙은 안개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나 시간이 지나면 걷힐까 싶어 4시간 동안 쭈그리고 앉아 기다렸으나 실패. 남자애 셋이서 울상을 하고 내려왔다는 슬픈 이야기다.  
    
스위스에서 며칠 더 머무르다가 하늘이 맑아지면 다시 쉴트호른에 올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음 날 오전 독일행 기차에 올라야 했기 때문. 최대한 많은 도시를 보고 싶어서 일정을 빡빡하게 잡은 게 패착이었다. 하… 내가 여행 하수였다니…. “스위스는 쉴트호른만 보면 되니까, 1박 정도면 충분할 듯?”이라고 말했던 과거의 내 목젖을 탁 치고 싶었다. 결국 상상 속 알프스는 보지 못했다. 시무룩해져서 내려오는 길에 초원 위로 열차가 지나는 귀여운 풍경을 만났다. 그나마 위안이 됐다.  
    
배신감이 들었다. 그렇게나 마음을 줬는데. 안개만 보여주다니. 이대로 떠나기는 너무 억울했다. 인터라켄 숙소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궁리했다. “근처 호수에서 유람선 탈 수 있다던데, 아침에 그거라도 타고 갈까….” 다음 날 우리는 터덜터덜 유람선에 올랐다. 안개는 아직도 짙었다.   유람선이 출발하고 10분 정도 지났나. 갑자기 안개가 걷히더니 구름을 가르며 빛이 쏟아졌다. 배신감도 함께 걷혀나갔다. 유람선 난간에 매달려 호수 건너편을 구경했다. 아름다웠다. 사진은 조금만 찍고 눈으로 오래 봤다. 20일간의 여행 중에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Weekly Traveller 김수현신혼여행으로 스위스에 다시 가볼까 고민 중입니다. 이번엔 길게.
#여행#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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