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소심보스#1]이 구역의 소심 보스는 바로 나야(소심)
“사실 나 엄청 소심해….”
남 앞에 서면 가슴이 심하게 떨리십니까? 카톡창에 1이 사라지지 않으면 걱정부터 되시는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민감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버리셨습니다.
둔감한 사람 가득한 세상에 태어나 혼자 고민하는 분들께선 지금 당장 기사를 읽어주세요. 소심한 이를 위한 기획기사 4종 세트. 딱 10분이란 저렴한 시간으로 모십니다.
첫 번째 코너에선 둔감한 이들은 도무지 알아채지 못하는 민감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두 번째 코너에선 소심하다는 손가락질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세 번째 코너에선 민감한 이들이 세상과 부대끼며 살기 위한 팁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코너에선 조아라 에디터의 소심하고도 용감한 삶을 에세이로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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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수업보다 고통스러운 건 출석이었어요. 아직 제 차례가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초조해지는 건 물론이고 손바닥에는 땀부터 찼죠. 머릿속에는 온갖 걱정이 떠다녔어요. ‘대답할 때 목소리가 너무 크면 어떡해?' '또 너무 작아서 교수님이 대답을 못 들으면 어떡해?' '안 온 줄 알고 결석 처리를 하시면 어떡하지?’ 아니면 교수님이 호명하실 때, 긴장한 나머지 “네!”라고 대답하다 삑사리가 나면 어떡하지?

카톡이나 문자는 편한데, 전화는 늘 어려워요. 그중에서 제일 어려운 건 바로 주문 전화! 배달 음식을 시킬 때면, “저기, 그, 주문, 주문하려고, 하는데요….”라며 버벅대곤 했어요.
결국, 저는 주문 노트라는 걸 만들었는데요. 노트에는 ‘여기 xx동인데 치킨 주문 하려고요’, ‘결제는 카드로 할게요’ 등의 말을 대본처럼 적어놨어 요. 노트에 적힌 말을 주문할 때 그대로 읽었고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세상 여유로운 사람인 줄 알겠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겠죠? 이건 제 소심함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는 것을.

처음 인턴을 시작했을 때,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특히 ‘사수님의 말에 어디까지 대답해야 할까?’라는, 인생 최대의 고민에 부딪히고 있었죠. 한번은 사수님이 메신저로 문서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라고 하셨어요. 그때 저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했죠. 곧이어 '네~'라는 사수님의 대답이 왔지만, 뭔가 끝맺는 말을 제가 더해야 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대답을 더 할지, 그냥 넘길 지 2분 넘게 고민했어요. 결국에는 아무 말도 못한 게 함정….

시험 기간엔 보통 도서관 열람실 자리가 많이 없잖아요. 그러다가 정말 어렵게 자리를 예약해서 기분 좋게 갔더니, 정작 제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어요. “여기 제 자리인데요”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 말을 하면 저 사람의 공부를 방해하는 건 아닐까?’ ‘기분 나빠하면 어떡해?’ 그런 생각 때문에 결국 저는 비켜달라는 말도 못 하고 제 자리를 버리고 카페에 가서 공부했어요.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 표정이 정말 안 좋았어요. 순간 ‘아, 얘가 무슨 일 있나?’가 아니라 ‘내가 뭐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저는 분명히 잘못한 것이 없었는데, 친구와의 카톡방을 들여다보고 친구를 만났을 때 내 행동과 표정을 다시 되짚어봤어요. 그렇지만 친구가 화난 이유는 찾을 수 없었어요.
당연히! 결국, 저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큰마음 먹고 친구에게 카톡을 했어요. “혹시 내가 뭐 잘못 한 거 있어?” 친구가 “과제 때문에 피곤해서 그렇다”고 말하는 순간, 저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어요,

저는 연락할 때 주로 문자를 사용하고 카카오톡을 전혀 안 써요. 여러 이유들이 있어요. 우선 상대가 글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리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상대가 제 카톡을 읽씹하는 것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 때문이에요. 그리고 인스타그램도 몰래 사진 기록용으로 시작했다가 그만뒀어요. 모르는 사람이나 저를 어중간하게 아는 사람들이 제 인스타에 들락거리는 게 부끄럽고, 사진을 올리는 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돼서….

저는 모태 음치예요. 아무리 신이 나더라도 절대로 소리 내어 흥얼거리지 않아요. 무조건 ‘내적인 흥얼거림’으로 대체합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언젠가 혼자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친구가 “그 음이 아니잖아”라고 말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네요. 그리고 엄청나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요. 누군가 제 흥얼거림을 듣고 음치라는 사실을 눈치챌까봐, 아니면 내 선곡을 구리다고 할까봐. 그때부터 노래를 못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절대 먼저 고백하지 못해요. 거절당하는 것도 두렵지만, 그것보다 더 큰 두려움이 있어요. 나를 거절할 수 밖에 없는 껄끄러운 상황을 상대방에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두려워요….

저는 사람들을 매우 많이 만납니다. 평상시 너무나도 밝고 활발해서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제게는 모두가 아는 소심함이 있어요. 누군가가 만나자고 하면 거절을 못 해요. ‘나를 좋아하니까 만나자고 하는 것이겠 지’라는, 고마운 마음 때문에 만날 모임에 불려나가는 신세거든요. 내일은 친구의 친구가 주선하는 모임…. 이젠 쉬고 싶습니다.

특이한 것에 덕질을 많이 했죠. 관심사를 누군가에게 얘기할 때 조금이라도 흥미가 떨어지는 표정을 목격하면 그때부터 안절부절못했어요. ‘내 얘기가 재미없나보다’, ‘괜히 얘기했나’….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데 도움이 되긴 했네요. 하지만 며칠 전 그때 일기를 발견하고,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한장 한장 물에 적셔 모든 증거를 인멸해버렸답니다^^
Intern 이송희
Illustrator 남미가
Illustrator 남미가
#소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