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문제는 아몬드가 아니야
우린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가 뒤집혔다. 삼백 명이 실종됐다. 고등학생들이다. 뉴스 앵커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뒤집힌 배가 손톱만한 크기로 보였다. 그 후로 나는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달았다. 여러 뉴스에 ‘슬퍼요’를 눌렀다. 광장에 나갈 땐 그날의 장면이 떠올랐지만, 일상은 대체로 순탄했다. 누구는 진도의 항구를 찾아갔고, 나는 너무 멀어 가지 않았다. 3년이 지났다. 작은 화면 너머 배가 바다 위로 올라오는 게 보였다.
대낮의 길거리에서 묻지마 살인이 벌어진다. 살인범이 휘두른 칼에 할머니가 죽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그 자리에 있던 유일한 가족인 윤재는 덤덤하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 이었다. 공포가 없어 차를 피하지 않고, 슬픔이 없어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도 울지 않는다.
아몬드가 문제라고 했다. 아몬드를 꼭 닮은 ‘편도체’. 외부 자극에 반응해 감정을 느끼게 하는 뇌의 기관이었다. 손원평의『아몬드』는 편도체가 남들보다 작게 태어난 윤재의 성장소설이다.

INFO + 아몬드. 1만2000원
윤재는 친구를 만들고 사랑을 나누면서 이를 극복한다. 조금씩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에 없던 의문도 가지게 된다. 할머니와 엄마가 생사를 오가던 날, 사람들은 왜 바라보기만 했을까. 윤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우린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몬드가 아니었다. 머뭇거리다 고개를 돌려버린 어른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말하는 윤재에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뭍에 오른 배는 어른들이 머뭇거린 3년의 기록을 고스란히 새겨놓은 듯 만신창이였다.
뉴스로만 고통을 짐작하고 노란 리본과 ‘슬퍼요’로 죄책감을 벗으려 했던 나에게, 찢기고 부서진 배는 온 몸으로 묻고 있었다. 이제 달라졌냐고. 열일곱의 윤재와 아이들에게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느냐고.
대낮의 길거리에서 묻지마 살인이 벌어진다. 살인범이 휘두른 칼에 할머니가 죽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그 자리에 있던 유일한 가족인 윤재는 덤덤하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 이었다. 공포가 없어 차를 피하지 않고, 슬픔이 없어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도 울지 않는다.
아몬드가 문제라고 했다. 아몬드를 꼭 닮은 ‘편도체’. 외부 자극에 반응해 감정을 느끼게 하는 뇌의 기관이었다. 손원평의『아몬드』는 편도체가 남들보다 작게 태어난 윤재의 성장소설이다.

윤재는 친구를 만들고 사랑을 나누면서 이를 극복한다. 조금씩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에 없던 의문도 가지게 된다. 할머니와 엄마가 생사를 오가던 날, 사람들은 왜 바라보기만 했을까. 윤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우린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몬드가 아니었다. 머뭇거리다 고개를 돌려버린 어른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말하는 윤재에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뭍에 오른 배는 어른들이 머뭇거린 3년의 기록을 고스란히 새겨놓은 듯 만신창이였다.
뉴스로만 고통을 짐작하고 노란 리본과 ‘슬퍼요’로 죄책감을 벗으려 했던 나에게, 찢기고 부서진 배는 온 몸으로 묻고 있었다. 이제 달라졌냐고. 열일곱의 윤재와 아이들에게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느냐고.
#아몬드#텍스트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