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돈 아끼려고 호스텔 갔다가 여행 중독된 썰.txt

중딩 수련회 이후 처음으로 ‘호스텔’을 가봤다.
 
월급쟁이 주제에 긴 휴가를 쓰고 3주간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시드니에서 1주일을 보내고 멜버른으로 넘어가려는데 아뿔싸. 휴가의 기쁨에 젖어 돈을 넘나 흥청망청 써버린 나머지 통장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행기만 예약해놓은 상태라 어떻게든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낯선 타국 땅에서 노숙을 할 수도 없는 노릇. 두뇌를 풀가동하며 잘 곳을 찾던 중 신세계를 발견했다.
 
'해외 숙소 = 호텔 or 에어 비앤비'였던 내 패러다임이 완벽하게 무너졌다.  

1. 뜻밖의 근검절약


 
구글신과 녹색창에 '저렴한 숙소', '가성비 숙소'를 치며 궁상을 떨던 중 눈에 들어온 세 글자. '호스텔'. 호스텔이라... 갑자기 중딩 시절 수련회의 추억이 떠올라 미간이 찌푸려졌다. 장기자랑 시간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점수가 오가며 분위기가 달궈지고, 뜬금없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며 이유 모를 기합을 받았던 그 시절 말이다.

 
하지만 '호스텔월드' 사이트에 있는 숙소들을 보다보니 내가 알던 그 유스 호스텔이 아니었다! 호스텔은 중딩 수련회 때처럼 한 방에 20명씩 들어가 콩나물시루처럼 포개 자는 곳이 아닌, <도미토리, 백 패커스,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숙박업소들을 총괄하는 개념이었다.   호텔을 예약하려면 아고다, 호텔스 컴바인, 익스피디아에 가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호스텔을 예약하려면 '호스텔월드'로 ㄱㄱ하면 전 세계 모든 호스텔들이 쫙~ 나온다.
      
사이트에 접속해 날짜와 지역을 검색하면 조건에 맞는 모든 호스텔들이 쫙 나온다. 가격이 호텔이나 에어 비앤비에 비해 정말 말도 안 되게 은혜롭다. 4인실, 6인실 형태의 도미토리는 1박에 3만원이 채 하지 않는다. 그것도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호주에서 말이다. 집 전체가 아닌 룸 셰어만 하는 형태의 에어 비앤비도 8만원이 넘었었는데... 놀라울 따름이다.
    
앞서 '호스텔= 우리나라의 게스트하우스 개념'이라고 말했다. 2층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인실을 떠올릴 터. 하지만 호스텔을 알아보며 가장 놀란 사실이 있다. 기본적으로 다인실로 구성돼 있지만 88%가 프라이빗한 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가격은 1박에 6~8만원 대로 주말 신촌 버뮤다 삼각지대 숙박 가격과 비슷하다. 한국 모텔 숙박 수준의 돈을 지불하면...   


 
이렇게 혼자서 기가 막힌 프라이빗 룸에서 잘 수 있다. 나는 호스텔 이용이 처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인실은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개인실에서 잤다. 정말 대만족이었다.   다인실은 저렴한 대신 투숙객들끼리 코골이 소리를 공유하거나, 방을 더럽게 쓰는 일부 몰상식한 여행자들의 행동을 걱정해야 한다. 하지만 1인실은 모든 게 내 맘대로다. 물론 호텔과 달리 욕실과 주방 등 생활 공간은 공유해야 하는 숙소가 대부분이다.

2. 뚜벅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호스텔을 이용했지만, 직접 묵고 나니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위치였다.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한 호스텔은 대부분 입지가 기가 막히다. 지하철역과 5분 거리일 정도로 접근성은 물론이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관광지도 있어 큰 힘 안 들이고 여행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시티 센터로부터의 접근성은 호스텔>호텔>에어 비앤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용한 곳에 쉬러 오는 여행객들이 아닌, 열심히 싸돌아다니려는 여행객들이 주로 호스텔을 찾기 때문에 그러한 듯하다.

 
국내 여행을 다니며 여러 게스트하우스를 다녀봤지만 이런 비주얼의 수영장이 딸린 곳은 한 번도 못 봤다. 하지만 멜버른을 비롯한 해외의 여러 호스텔엔 이런 호텔급 수영장이 딸려 있다. 숙소 위치가 워낙 좋으니 차를 렌트하거나 멀리 갈 필요도 없고 실내에도 즐길 콘텐츠가 넘쳐흐른다. 기동력 딸리는 뚜벅이 여행자에겐 호스텔이 최고시다.   

  
낯선 여행지에 가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긴 여행을 하다 보면 한없이 숙소에만 있고 싶은 날이 있다. 호스텔의 좋은 점은 공동 이용 공간이 있어 실내에서도 자연스레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   전 세계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요리하며 이빨을 터는 경험은 호스텔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시다.(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울리지 않으면 됨 ㅇㅇ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3. 혼자 떠나도 외롭지 않은... Meet the World! 


 
혼자 여행을 떠나며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좋자고 떠난 여행에서 괜히 외로움만 느끼는 게 아닐까? 하지만 호스텔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아무말 대잔치를 하며 여행의 참 재미를 알게 됐다. 밤 새 술 퍼마시며 말썽을 부린 날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세계 각지의 친구들을 얻었다.  

 
만약 외국인 기피 증세나 심한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낯선 이들이 말 거는게 두렵다면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호스텔을 가면 된다. 물론 그들과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는 전적으로 내 자유다. (녹색창에서 호스텔 이름을 검색해서 블로그 페이지 수가 10개 이상 나온다면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임ㅇㅇ.)     

 
나는 1인실을 썼지만 가장 걱정 됐던 건 '누가 내 짐을 훔쳐 가지 않을까'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투숙객만 접근할 수 있는 카드키를 줘서 호텔과 똑같은 보안 시스템을 갖춘 점이 놀라웠다. 분실 따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다인실을 써도 개인 별로 할당된 락커가 있어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다. 다만 자물쇠를 제공하지 않는 호스텔이 많으니 별도로 준비하거나 현지 다이소에서 사야 한다.  

4.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처음 떠난 혼자만의 긴 여행, 그리고 그 추억의 화룡점정을 찍어준 호스텔. 정말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내심 낯선 외국 이성과의 뜨거운 하룻밤도 꿈꿨지만 미수(?)로 그치고 말았다...^^ 다음 여행지를 누구와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호스텔에서 묵을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호스텔? 유스호스텔? 이런 이미지가 강해 선뜻 호스텔을 예약하는 게 꺼려질 수 있지만 그건 우리의 잘못된 편견일 뿐. 저렴하고 + 위치 좋고 + 시설 좋고 + 친구들까지 사귈 수 있는 호스텔에서 다음엔 더 재밌고 화끈한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이상 휴가 갔다 와서 푼 호스텔 후기 끝!

*호스텔 더 자세히 알아보기  -> goo.gl/WHCUCz
#가성비숙소#대학생숙박#에어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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