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나이 든 강아지의 사랑스러움을 아시나요?

여전히 아기 같은 '나의 늙은 강아지' 이야기
SNS에는 작고 귀여운 아기 강아지들 사진이 넘쳐나죠. 인형같은 어린 강아지들이 1살, 2살, 3살... 그리고 10살이 넘으면 어떻게 될까요? 나이 들었다고 쉽게 반려견을 내치는 사람들은 절대 알지 못할 거예요. 그 어떤 귀여움도 이기지 못할, 나이 든 강아지들만의 사랑스러움을요.
*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껌딱지가 여기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가 선물로 샤론을 데려왔어요. 원래 신혼부부 집에서 키우던 아이인데 부인이 갑자기 임신하게 되면서, 일주일 만에 우리 집에 왔죠.   벌써 11년이나 지났지만 샤론은 여전히, 아니 전보다 더 귀여워요. 어릴 때는 혼자 사방팔방 구경하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것만 해도 바빴지만 이제는 항상 제 기분과 행동을 위주로 생각하거든요. 늦게까지 안 자면 언제 불 끄고 자냐고 쳐다보거나 짖고요. 기분이 나빠 보이면 옆에 와서 애교를 부려요. 사료를 한 알 한 알 들고 와서 내 앞에서 아작아작 씹어 먹는 건 어릴 때부터 버릇이었는데요. 그걸 보면 너무 애기 같아요.   하지만 가끔씩 이 아이가 ‘할머니’ 라는 것을 느껴요. 문 열기가 무섭게 알아채고 반겨줬었는데, 이제는 한참 지나고서야 내가 들어온 것을 알아요. 매일매일 뛰어다니면서 신나 하던 아이가 종일 잠만 자고요.   작년에 수술을 했던 샤론이 마취에 취해 영영 깨어나지 않을까 봐 울며 잠든 적이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으로 곁에 와서 내 팔을 베고 자고 있었어요. 울고 있는 내가 걱정이 되어서 그랬던 거예요. 내가 없을 때는 옷이나 가방을 베고 잠든 샤론을 보면 엄청난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요. 언제나 껌딱지처럼 내게 꼭 붙어 있죠. 서로 익숙해져서 옆에 기대고 앉아 있을 때는 정말 행복해요. 오래 함께하다 보니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사랑 덕에, 샤론은 예외 없이 항상 내 편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죠.   이지원(22살, 홍익대15)
* 너의 작은 습관까지 사랑스러워   지금도 기억나요. 제가 12살 때였어요. 어떤 아주머니가 유학 간 딸이 두고 갔다면서 강아지를 안고 우리 집 문을 두드리셨어요. “얘 키우실래요?” 그게 뽀삐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뽀삐는 말티즈와 푸들 믹스견이라 둘의 특성을 반반 닮았어요. 말티즈의 동글동글한 얼굴과 하얀 털, 그리고 푸들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사슴 같은 아이죠.   뽀삐는 천둥번개를 항상 무서워했어요. 그래서 소파 뒤에 뽀삐가 숨는 곳이 따로 있을 정도예요. 천둥번개가 치면 거기로 쭐쭐 도망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그럴 때면 뽀삐를 안고 이불 속에 들어가 진정시켜 주곤 했는데요. 뽀삐가 내쉬는 숨소리는 언제나 절 어린애로 만드는 것 같았어요.   항상 활발한 뽀삐였는데 어느 순간 집에 오니까 ‘왔냐-‘는 듯 그윽한 눈빛으로 절 쳐다보더라고요. 스스로 자리를 잡은 것 마냥 엄마 아빠 이불 맡에서 떠나질 않았죠. 다른 데로 옮겨줘도 쭐쭐 돌아가는 모습은 왜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남들이 반려견에게 해주는 것만큼, 뽀삐에게 잘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으니까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고 쉽게 알아챌 수 없고…. 어릴 땐 몰랐는데, 나이 드니 아픈 곳도 많아지는 뽀삐를 위한 ‘강아지 보험’ 하나 없다는 게 슬펐어요. (독일은 그런 제도가 있대요.)   조은지 (23세, 숙명여대15)
* 우리 가족의 고집까지 닮아버렸어   저희 집 주차장에서 3일 동안 방황했던, 아주 조그마한 갈색 푸들이 있었죠. 그러다 종종거리며 할머니를 따라 들어온 그 아이가 바로 별이에요. 그때는 너무 작고 야위어서 부서질까 무서울 정도였어요. 그런데 벌써 12살. 별이를 데려온 우리 할머니만큼이나 나이를 먹었네요.   ‘별이야!’ 부르면 쪼르르르 달려오던 아이가 이제는 코앞에서 불러야 알아듣는 모습은 마음 아파요. 산책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몇 분만 걸어도 안아 달라고 낑낑거리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진을 찍어두게 되네요.   하지만 별이의 여우 같은 모습은 변치 않고 여전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야 자기가 귀여운지 너무 잘 알거든요. 별이는 혼나야 하는 일이 생기면 꼭 고개를 숙이고 우는 척해요. 심지어 진짜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해요. 그래도 안 되면 달려와서 애교까지 부리는 게 진짜 여우예요!   게다가 우리 집, 최 씨 고집을 그대로 빼다 박았어요. 잘 때마다 한결같이 엄마 베개를 빼앗아 베고 잔다니까요? 이런 별이가 우리의 ‘가족’이 아니면 뭘까요? 별이가 부디, 남은 인생 동안 저랑 있으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최호정(23살, 홍익대16)
* 말보다 더 깊은 너의 눈빛이 좋아   전 아랑이의 아기 시절을 몰라요. 아랑이가 3살 때, 사정이 생겼다던 이웃분의 집에서 데려오게 되었거든요. 말랐는데도 예쁜 몸, 얼굴엔 검은 단추 세 개. 처음 본 사이인데도 낯가리지 않고 반갑게 맞이해줘서 무척 기뻤어요.   항상 집에 돌아오면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절 쳐다봐요. 그 눈을 보고 있으면 대화 신청이라도 하는 것 같죠.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요. 강아지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백내장이 많이 걸리잖아요. 이젠 아랑이도 모든 게 무뎌졌지만, 초롱한 눈만큼은 변하지 않아 감사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계단 한 칸 올라가는 것도 깊은 고민 끝에야 결정하더라고요. 결국 못 올라갈 것 같으면 또 초롱한 눈으로 안아달라고 해요. 그럼 못 이기는 척 안아줄 수 밖에요.   얼마 전 SNS을 보면서 강아지 생일 케이크를 챙겨주는 사진을 봤는데요. 이제 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랑이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을 더 자주 먹여주지 못했다는 거예요. 강아지에게 사람 음식을 절대 먹이지 않는다는 게 우리 집 규칙이었지만… 아랑이는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라 간 안 된 고기 정도는 더 먹일 걸 싶어져요.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나도, 아랑이와 마로니에 공원에서 함께 뛰었던 순간만큼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입시에 실패하고 엄마랑 다투고 전 남친과 이별해도 늘 말없이 곁에 있어줬던 건 아랑이에요. 저에게는 가족 그 이상, 마치 분신 같다고 할까요.   김아영(25세, 숙명여대15)
Editor 전아론, 김아영
#강아지#강아지키우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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