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커플 여행을 악몽으로 만드는 5가지 말
"그러니까 내가 렌트 하자고 그랬잖아!"
봄이 스치듯 안녕하고 거짓말처럼 여름 날씨가 찾아왔다. 애인과 손 붙잡고 여행 가기엔 참 좋은 날씨다. 주말을 이용해 커플 여행을 노리는 독자들도 많을거다.
하지만 커플이라고 해서 낯선 환경을 마주하는 일이 쉬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민한 상태에서 생각 없이 던진 말 한 마디가 악몽같은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에디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코멘트들을 몇 가지 모아 봤다.
하지만 커플이라고 해서 낯선 환경을 마주하는 일이 쉬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민한 상태에서 생각 없이 던진 말 한 마디가 악몽같은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에디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코멘트들을 몇 가지 모아 봤다.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하자고 그랬잖아"

여행 전 교통수단을 고민하던 우리. 나는 렌트카를 추천했지만, 그녀는 돈을 아끼자며 뚜벅이로 다니자고 한다. 뭐, 고생도 경험이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지... 라 생각하며 여행지에 도착하니 폭우가 내리고 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숙소까지 가는 길. 발이 젖고 내 마음도 젖고 눈가도 촉촉히 젖는다. "그러니까 내가 렌트하자고 했잖아!!"
함께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의견이 갈릴 때가 있다. 합의를 봐서 결정하지만, 그 방향이 최선일 가능성은 반반이다. 결국 나쁜 결과가 돌아올 경우, 반대했던 한 쪽이 폭풍 잔소리를 시전한다. 하지만 함께 결정한 일이니 책임은 둘 모두에게 있다. 반대 의견을 말했던 당신이 옳았을지언정, 끝까지 설득을 하지 못한 당신 탓도 있으니까. 합의 봐 놓고 딴소리 하지 말라는 얘기다.
"저번에 왔을 때가 더 좋았는데, 아쉽네..."

파랗고 예쁜 오키나와 해변을 보여주겠다며 나를 데려온 그. 정말 그림처럼 예쁜 광경에 감탄하며 잔뜩 무드 잡고 있는데 옆에서 이런 말이 들린다. "아, 지난 번에 왔을 땐 하늘이 좀 더 파랗고 예뻤는데... 날씨도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고... 좀 아쉽네!" 하, 눈치 없이 미소짓고 있는 그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어진다. 한창 좋을 때 왜 쓸데없는 얘기를?
이미 한 번 가 본 여행지가 너무 좋아서 "같이 가자!"며 단짝을 데려와 놓고 꼭 이런 말을 한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이' 한 얘기다. 왜냐면 정말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게 왜 나쁘냐고? 당신이 처음 여행지에서 겪은 설렘을 그 혹은 그녀도 지금 막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100% 즐기는 줄 알고 있는데, 당신이 "너는 지금 70%만 맛본거야"라고 하면 기분이 좋겠냐. 그러니 그만 아쉽다고 해. 초 치지 말라고.
"너는 항상 왜 그래?"

운전 경험도 얼마 없는데 해외에 나와서 렌트를 했다. 큰소리 뻥뻥 쳐 놨는데 도로도 반대, 운전대도 반대라 정신이 없다. 결국 길을 잘못 들어버렸다. 옆에서 쏟아지는 그녀의 잔소리. "또 잘못 들어갔어?" "벌써 몇 번째야?" "너는 왜 항상 그런식으로 만사를 대충대충 해?" "가만 보면 늘 나 만날때만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아" 아니 내가 뭘 그렇게까지 잘못했다고...!
"인생의 동반자가 될 사람인지는 함께 여행을 가 봐야 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여행 중 터진 불만이 싸움의 도화선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일주일 전, 심지어 1년 전 잘못까지 끄집어 내며 "넌 항상 그런 식이지"라며 헐뜯을 것 까지야. 순간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거늘. 분노의 상자를 열기 전에 3초만 더 생각해 보자. 과연 지금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남은 (내) 여행에 얼마나 이득이 될 지. 내가 화를 냄으로써 그가 반성할 가능성(이 있을 리가), 좀 더 나은 여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를.
"그런것도 안 알아보고 왔어?"

국수가 맛있다고 해서 공항에서 한 시간 걸려 도착한 맛집. 그러나 영어고자도 알아본다는 외국어 'CLOSED'를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다. 배고파 죽겠다며 옆에서 정색하고 눈치를 주는 그녀. "어떡할 거야 이제?", "나 배고파", "언제 쉬는지, 몇시까지 하는지도 안 알아보고 온 거야?" 듣고 있자니 열심히 여행 스케줄을 짜던 엊그제 내 모습이 떠올라 슬퍼진다. 야! 나도 열심히 준비했다고!!
떠나기 전 "먹을 건 내게 맡겨!"라며 큰소리 치고 온 당신이 지금 얼마나 힘 빠질 지 우리는 안다. 여행 가이드를 닦달하듯 한쪽에게만 대책마련과 결정을 강요하면 스트레스가 될 수 밖에. 여행은 변수의 연속이다. 일상보다 흥미롭지만 난처한 상황에 부딪힐 때도 있는 법이다. 어려움이 닥쳤다고 청문회를 열지 말고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간다는 생각으로 차선책을 강구해 보자.
"아,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여행 둘째 날, 야시장에서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뭔가 허전하다고 한다. 주머니가 가벼워? 뭐? 휴대폰이 사라졌다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아직 여행은 3일이나 남았는데! 낯선 외지에서 이런 일을 당하니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는 그저 "어쩌지!" "아 미쳐버리겠네!"라는 말만 반복할 뿐. 하...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을 거야?
여행 중 드물게 공황상태 급 멘붕에 빠질 때가 있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 케어를 해 주는 게 중요하다. 일을 당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평정심을 찾고 냉정하게 해결책을 찾자. 계속 "미치겠네", "어떡하지?"라며 정신줄을 놓고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도 급격히 피곤해진다. 반대로 상대가 멘붕에 빠졌다면 최대한 침착하게 달래자. "괜찮아" "어딘가 있을 거야!" "내 폰으로 사진도 찍고 연락하면 돼" 말도 안 되는 위로지만 정말 위안이 된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는데, 슬픔을 나눠도 배가 된다. 같이 슬퍼하는 건 절대 금물!
Illustrator 김지현
#금기어#노하우#당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