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누가? 어떻게? 왜?
어떻게든 대답을 듣고야 마는.
우발적인 행동이었다. 추리소설 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드라마 <셜록>이 팬덤을 형성하고, 코난·김전일은 탐정의 대명사가 되고, 낯선 추리 예능 <크라임 씬>이 인기리에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을 것 같았다. 동아리 이름은 ‘원남동 알리바이’라 지었다. 추리소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알리바이’에 회사 위치를 갖다 붙였다. 썩 맘에 든다.
그러나 사실 가장 먼저 떠올렸던 건 ‘대학내일 살인사건’이다. 말이 씨가 될까 겁나 금방 탈락시켰지만, 모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살인사건’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추리소설에서는 항상 사람이 죽으니까. 살인은 끔찍한 죄다. 그래서 추리소설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기상 천외한 트릭, 예상치 못했던 반전 등 퍼즐 조각 맞추기에 집착해 인간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것 아니냐고. 절반은 맞는 말이다.
타 장르와 달리 추리소설은 정답, 즉 ‘누가/어떻게/왜 죽였나’가 중요하다. 만약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지 않고 ‘열린 결말’로 이야기를 끝낸다면 그 작가는 독자들에게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을 경시한다는 의심은 억울하다. 일본의 추리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에 따르면, “죽은 자는 우리가 아무리 질문을 던져도 절대 대답하는 일이 없다. 등장인물들은 그걸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복잡한 수수께끼는 결국 이 ‘인간적인 행위’를 통해 풀린다.

INFO + 미스테리아·권당 12000 원
잡지 「미스테리아」 역시 매호 질문을 던진다. 11호까지 발행되는 동안 가정 내 범죄, 정치, 음식과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미스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뽑아냈다. 추리소설 입문자에게나, 마니아에게나 두루 유익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외 작가·작품에 비해 질적으로, 양적으로 협소한 국내 미스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김용언 편집장은 “사적·공적 차원으로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던 범죄와 탐욕스러운 현대사가 뒤엉킨” 한국에서의 미스터리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오래오래 밀고 나가 주시길 바란다. 힘드시겠지만 200호, 아니 100호까지만이라도.
그러나 사실 가장 먼저 떠올렸던 건 ‘대학내일 살인사건’이다. 말이 씨가 될까 겁나 금방 탈락시켰지만, 모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살인사건’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추리소설에서는 항상 사람이 죽으니까. 살인은 끔찍한 죄다. 그래서 추리소설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기상 천외한 트릭, 예상치 못했던 반전 등 퍼즐 조각 맞추기에 집착해 인간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것 아니냐고. 절반은 맞는 말이다.
타 장르와 달리 추리소설은 정답, 즉 ‘누가/어떻게/왜 죽였나’가 중요하다. 만약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지 않고 ‘열린 결말’로 이야기를 끝낸다면 그 작가는 독자들에게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을 경시한다는 의심은 억울하다. 일본의 추리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에 따르면, “죽은 자는 우리가 아무리 질문을 던져도 절대 대답하는 일이 없다. 등장인물들은 그걸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복잡한 수수께끼는 결국 이 ‘인간적인 행위’를 통해 풀린다.

잡지 「미스테리아」 역시 매호 질문을 던진다. 11호까지 발행되는 동안 가정 내 범죄, 정치, 음식과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미스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뽑아냈다. 추리소설 입문자에게나, 마니아에게나 두루 유익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외 작가·작품에 비해 질적으로, 양적으로 협소한 국내 미스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김용언 편집장은 “사적·공적 차원으로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던 범죄와 탐욕스러운 현대사가 뒤엉킨” 한국에서의 미스터리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오래오래 밀고 나가 주시길 바란다. 힘드시겠지만 200호, 아니 100호까지만이라도.
Photographer 김준용
#크라임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