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마춤법vs맞춤법]붓다? 붇다?
“야, 라면 다 붓겠다!”

축제의 달 5월을 맞아 국문과 학우들이 주점을 열었다. 날로 기울어만 가는 국문과의 번영에 일조하기 위함이었다. 시조새 학번 선배는 주점을 찾아와 술과 안주를 팔아주는 것으로 힘을 보탰다. 그는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①붓고 연거푸 들이켠 끝에 거나하게 취해버렸고 “요즘 애들은 간덩이가 ②부었네, 어쩌네” 하며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가 쉴 새 없이 입을 나불대는 동안 안주로 시켜 놓은 라면은 ③붇고, 손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를 떴다. 설상가상으로 선배가 먹튀를 하는 바람에 국문과는 이익을 보기는커녕 빚만 ④불었다.
‘붓다’는 액체나 가루 따위를 어딘가에 담을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 다. 예문의 ①처럼 말이지요. 소주에 시옷이 들어간다는 점을 떠올리며 ‘붓다’의 받침 역시 ‘시옷’이란 걸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예문의 ②를 보니 선배가 후배에게 간덩이가 부었다고 막말을 했군요. 하지만 바른말을 한 후배의 간이 부었을 리 없습니다. 과음한 선배의 간이 부었으면 부었겠지요. 이처럼 살가죽이나 몸의 일부가 부풀어 올랐을 때 역시 ‘붓다’를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붇다’는 뭘까요?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거나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질 때 ‘붇다’를 사용합니다. 아니, 위의 ‘붓다’랑 뭐가 달라?
헷갈리시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외워봅시다. 신체 기관이 부풀어 오르면 ‘사람 인(人)’ 자를 닮은 시옷 받침을 쓰고, 그 외에 부피가 커지는 건 ‘붇다’라고 쓴다고 말입니다. 라면, 빚 모두 몸과는 상관 없으므로 붇는 것이죠.
그런데 ②와 ④를 보면 ‘붓다’는 ‘부었네’로, ‘붇다’는 ‘불었다’로 변했네요. 왜일까요? 우리 한글이 쓰는 사람의 편의를 생각하는 효율적인 문자이기 때문입니다. ‘붓었네’보단 ‘부었네’가, ‘붇었다’보단 ‘불었다’가 거침없고 자연스럽게 발음되므로 과감하게 받침을 탈락시키거나 바꾼 것입니다.
즐거운 축제가 다가옵니다. “야, 라면 다 붓겠다!”라고 쓰면 안 된다는 걸 유의하면서 재밌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붓다 1. 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2.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
- 1. 소주잔에 물 붓고 마시는 척만 했어.
- 2. 라면 먹고 바로 잤더니 얼굴이 퉁퉁 부었다.
붇다 1.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2.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
- 1. 자장면 다 붇겠다. 빨리 먹자.
- 2. 시험공부를 미룬 만큼 공부할 양이 불어나기 마련이다.
Freelancer 이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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