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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 “연대 바보” 외치고 릴스 천만 뷰 찍은 썰
인스타그램 @lifeiskomedy20 비하인드
고대생, "연대 바보" 외치고 릴스 천만 뷰 찍은 썰
인스타그램 @lifeiskomedy20(코미디20) 비하인드
우리끼리의 술자리 기록에서 릴스 맛집이 되기까지
우리끼리의 술자리 기록에서 릴스 맛집이 되기까지
‘학부가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결정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개강이 연기되던 시절, 마스크를 끼고 강의 듣던 때를 쏜살같이 지나 어느덧 막학기가 됐다. 지난 8학기 간 나는 고미디(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에서 어떤 태도를 배웠나? 가장 크게 떠오르는 단어는 ‘코미디’다. 나와 내 동기들은 인스타그램 릴스 누적 조회수 2200만 회를 달성한 @lifeiskomedy20(코미디20)을 운영하고 있다. 어쩌다 이런 계정이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 일상을 콘텐츠로, 그것이 고미디니까…
많은 사람이 코미디20의 시작을 ‘어썸 영상’에서 찾을 것이다. 나는 코미디20이라는 계정 존재 이전에, 미디어학부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에 대해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도 우리는 그 풍습(?)에 영향을 받아 이러한 일을 벌이지 않았을까 싶다.
태초에 미디어학부 잡지 HUGE(휴지)가 있었다. ‘유일무이 황색언론’이라고 자칭하는 HUGE는, 미디어학부 내 모든 가십과 웃음거리가 담긴 잡지다. 오직 “재미”만을 위해 선동과 날조를 일삼는 집단. 휴지에는 술자리에 같은 색 옷을 입고 온 친구 둘의 열애설이나, 학교생활을 하며 생긴 웃긴 일들이 담겨있다. 더 자세히 말하고 싶은데, 친구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열애설이 났다가 진짜로 사귀고 깨지면, 그 잡지의 그 페이지는 찢어져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하더라…
# 일상을 콘텐츠로, 그것이 고미디니까…
많은 사람이 코미디20의 시작을 ‘어썸 영상’에서 찾을 것이다. 나는 코미디20이라는 계정 존재 이전에, 미디어학부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에 대해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도 우리는 그 풍습(?)에 영향을 받아 이러한 일을 벌이지 않았을까 싶다.
태초에 미디어학부 잡지 HUGE(휴지)가 있었다. ‘유일무이 황색언론’이라고 자칭하는 HUGE는, 미디어학부 내 모든 가십과 웃음거리가 담긴 잡지다. 오직 “재미”만을 위해 선동과 날조를 일삼는 집단. 휴지에는 술자리에 같은 색 옷을 입고 온 친구 둘의 열애설이나, 학교생활을 하며 생긴 웃긴 일들이 담겨있다. 더 자세히 말하고 싶은데, 친구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열애설이 났다가 진짜로 사귀고 깨지면, 그 잡지의 그 페이지는 찢어져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하더라…


이런 느낌… 오른쪽 사진은 휴지 2021년도 새내기호 표지다.
군대 휴가를 나온 김은수는 PX에서 사 온 것들을 상품으로 걸고 ‘김은수 배 퀴즈대회’를 열었고, 졸업사진을 찍는 선배들은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추억의 뽑기 판’을 꺼낸다. 랜덤 선물을 주는 것이다.
조그마한 소품, 조그마한 아이디어는 항상 우리에게 더 많은 행복을 준다. 일상을 조금 더 즐겁게 사는 것, 이벤트를 한두 개씩, 콘텐츠를 한두 개씩 추가하는 게 미디어학부가 살아가는 법 아닐까 싶다.


출처: 유튜브 학연지연성현 / 김은수 PX 상품 걸고 퀴즈대회하는 장면

그래서 미디어학부 술자리는 약간 이런 느낌… (근데 이제 카메라맨이 여러 명인)
# 코미디 시즌1
다음으로는 ‘어썸 영상’으로 시작한 코미디20 계정 생성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때는 바야흐로 2023년 겨울, 우리는 그때를 ‘노망 시즌’이라고 부른다. 홍대에서 술을 먹은 날이 있었다. 어썸노래방이라는 간판을 보고 "안녕하세요 어썸~임다~"하는 게 생각나서, 친구들과 어썸 영상을 찍었다. 현성이가 그날 입고 온 옷이 마침 또 되게 어썸스러워서, 영상이 잘 나왔다. 스토리에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고 박제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생각해 보니 입학 후 4~5년간 쌓인 웃긴 영상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서, 아카이빙 계정을 개설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동기들에게 뿌렸다. 그것이 코미디20의 시작점이다.
이후 각자의 갤러리에 갇혀 있던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민욱의 파파팝, 민수의 데일리비엣나미즈, 정연호의 너와 난 등) 그때 코미디 팔로워는 지인이 대다수였기에, 우리끼리 보는 웃긴 채널… 정도였다.

코미디 망년회 포스터. 제작: 김은수
그래서 작년 망년회 때 코미디 시상식을 개최해서, 서로에게 상을 주는 시간을 가졌다. 베스트 댓글상, 베스트 조회수 상 등을 주고받았다.
이때를 우리는 코미디 시즌1이라고 부른다. 고도의 편집기술은 없고, 단순히 그 상황만으로 승부 보는 타입. 업로드 할 때도 조회수를 겨냥해서 이런저런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위치 태그, 노래 깔기 등으로 알고리즘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단순 아카이빙용.)
이때 영상 중 웃긴 것들을 몇 가지 추천하겠다. (개인 취향)
# 코미디 시즌2
동기들이 일하다가 K-MOOC 홍보 릴스를 한번 올린 적이 있는데, 이때쯤부터 코미디20 시즌2로 접어든다. 앞선 영상들보다 더 편집기술이 들어갔고, 조회수를 겨냥하는 전략을 짰다.
요즘 나는 술자리에 가면 종종 “코미디 아니세요?” 혹은 “릴스에 나오시는 분 아니세요?”라는 소리를 듣는다. 코미디 팔로워는 오천몇 명이지만, 우리가 1200만 조회수를 터뜨린 영상이 있기도 하고, 주로 팔로워가 대학생이어서, 활동반경 내에서는 나름 유명해져 버린 듯하다. 코미디가 내수용 영상을 딛고 대외용 영상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게 됐다.
그 시발점은 누가 뭐래도 이광석 3수 아귀찜 영상이다.
요즘 나는 술자리에 가면 종종 “코미디 아니세요?” 혹은 “릴스에 나오시는 분 아니세요?”라는 소리를 듣는다. 코미디 팔로워는 오천몇 명이지만, 우리가 1200만 조회수를 터뜨린 영상이 있기도 하고, 주로 팔로워가 대학생이어서, 활동반경 내에서는 나름 유명해져 버린 듯하다. 코미디가 내수용 영상을 딛고 대외용 영상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게 됐다.
그 시발점은 누가 뭐래도 이광석 3수 아귀찜 영상이다.
이 영상이 백만을 넘게 기록하면서, 주위에서 코미디를 슬슬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스네이프 교수님, 모솔 영상, 연대바보를 히트시켰다.
(참고로 이 영상은 수업시간에 후배가 촬영한 것을 받아온 것이고, 김은수가 직접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 업로드 허락을 맡고 올렸다.)
기본적으로 서로 초상권이나 인권을 무시하며(ㅎㅎ 장난입니다) 영상을 찍고 있기에, 종종 싸워가면서 지금도 추억을 쌓아가는 중이다. 유명해지면서 악플도 굉장히 많이 달렸고, 개중에는 정말 상처가 되는 것들도 있었다. 그래도 다들 타고난 관종끼로 이겨내는 것 같다. 나는 참고로 ‘얼굴 되게 넓네’라는 악플이 달렸었다. 맞긴 한데… 아무튼.
몇몇 영상은 그냥 악플 달려버릴 걸 예상하고 올리기도 한다. 악플도 관심이다, 라는 미디어 생산자의 기본적 태도인 건가… 참고로 코미디 멤버들의 ex들은 차단당해있다카더라… 썸남+소개팅남도 생기는 족족 차단부터 먹인다고 하더라…
# 코미디 FAQ
미디어학부 잡지 HUGE에 수록된 내용을 재구성해서 달았습니다. 제가 성현입니다.
Q. 고미디20은 왜 그렇게 친한가요?
성현) 서로한테 별로 기대가 없다...? 그래서 친한 거 같습니다.
은수) 코로나 때 못 놀았다는 아쉬움… 이 없이 그때도 잘 놀긴 했는데, 다들 노망나고 외로워서 더 붙어 다니는 것 같습니다.
현민) 코드가 잘 맞아서? 모르겠네요 왜 친하니 우리
연호)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놀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서 그 영향으로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늦바람이 더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아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Q. 앞으로의 코미디는?
성현) 오늘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학교생활 콘텐츠다 보니 방학에는 콘텐츠가 덜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졸업하면 더 그렇겠죠. 그래도 남자애들이 졸업이 아직 좀 남아서 애들 다닐 때까지는 잘 찍어줬으면 좋겠고, 그다음에는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아카이빙 공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 일단 저희는 작위적인 걸 정말로 싫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줄 것입니당
은수) 저희끼리 재밌게 노는 모습을 추억용으로 계속 담아갈 예정인데, 학교에 20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슬프네요.
현민) 남은 20이 별로 없어서,, 새로운 영상을 열정적으로 찍기보다는 추억용 영상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고려대학교가 배경이 아닐 뿐, 20 친구들끼리는 자주 만나서 전처럼 영상도 찍고 놀았으면 하네요.
연호) 사실 초기부터 별다른 목표는 없었습니다. 저희끼리 조금이나마 덜 딸피일 때 (사실 이미 딸피임) 대학 생활의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죠. 저희의 활동이 코로나 시기에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다른 학번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Q. 코미디 실세는 누구인가요?
성현) 김은수라고 생각합니다. 제작자이기 때문이죠.
은수) 요즘 주로 제작은 김민수랑 김은수가 합니다.
현민) 김은수요 얘 폰 뺏어야 함
연호) 저는 김은수를 팀의 실질적인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메인 PD 역할을 맡아 많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수작들이 그의 손을 거쳐 나왔습니다. 물론 민수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보다는 주로 이용되는(?) 쪽에 가까워 실세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수익 나오나요?
성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협찬 제의는 들어옵니다.
은수) 비속어를 자주 사용해서 ㅋㅋㅋㅋ 수익이 안 나옵니다
현민) 협찬은 가끔 들어오는데 저희가 대부분 거절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호) 사실 저희끼리 즐기려고 만든 계정이라서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더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봐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이광석 룩북 콘텐츠 찍을 생각 있나요?
은수) 상상만 해도 화날 것 같아서 안 하겠습니다.
현민) 룩북 찍을 옷이 없을 듯?
연호) 재밌는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기상천외한 의상들이 많아서 불태울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죠. 기회가 된다면 재밌게 촬영해 보겠습니다.

Q. 사람들이 알아보나요?
성현) 안암에서 종종 알아보시는데, 지인이 많으니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신촌에서 술 마실 때 종종 알아보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 여행하다가 에펠탑 앞에서 어떤 한국인 분이 저를 알아보신 거예요!!! 알고 보니 고대생이셨던… 정말 소름!!! 저는 영상에 자주 나오는 편도 아닌데, 광석 민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아보고 있을지… 조심해서 다녀야겠네요.
학부를 졸업한다고 해서 크나큰 전공지식이 쌓이는 건 아니었다. (사회학을 이중전공하면서 미디어학을 반절만 이수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남은 생도 유머와 함께 살아갈 것 같다는 확신이 있다. 나에게 유머와 사랑과 넉넉한 청춘을 가르쳐준 고미디에게 감사하며, 이제는 정말 졸업하러 간다.
@lifeiskomedy20
인생은 코미디20이다.
#고려대#대학생#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