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방학 사용법
학기의 시작과 동시에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 바로 종강.
막상 종강이 오면 시험과 과제에서 해방된 기쁨도 잠시, ‘이제 뭘 하지?’라는 고민이 밀려온다. 나 역시 대학에 입학한 후 매 방학을 바쁘게 채웠다.스펙을 쌓고,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끊임없이 달렸다. 그리고 그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하지만 개강이 다가올 때마다 허무함이 남았다. 그렇게 채워 넣었던 시간들이 정작 나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러던 작년 겨울, 한 책을 읽었다. 거기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벌레가 되자. 벌레가 된 순간, 인간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내면의 나 자신과 대화하라.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보이고 들릴 것이다.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과 대화한 후에 다시 인간으로 변신하라. 그리고 살아라. 원래 당신이 태어난 이유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남들이 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라, 진짜 내게 의미 있는 시간이란 무엇일까?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선 먼저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방학은 다르게 보내기로 했다. 남이 정해준 목적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보기로.
이번 방학,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려 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나다운 순간을 채워나가는 시간. 그렇게 보내기 위해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봤다.
1. 새로운 곳을 탐방하는 시간
이번 방학에는 익숙한 곳을 벗어나 조금 더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늘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골목길을 걸어보거나, 아직 가보지 못한 동네의 작은 서점을 찾아가거나, 버스로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바닷가를 가보는 것도 좋겠다. 조금 더 여유가 된다면 해외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설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느냐’다. 낯선 곳에서 마주할 작은 변화들이 내게 새로운 감각을 선물해 줄 테니까. 이번 방학 동안 몇 번이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야겠다.

2. 나만의 재미를 찾는 시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미뤄왔던 것들이 많다.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악기를 배워보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단순히 좋아하는 영화들을 다시 정주행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 이번 방학에는 그런 사소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작해보려 한다. 결과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것을 하는 동안 내가 조금 더 즐거워진다는 사실에 집중하자. 내가 나를 더 좋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나만의 취미를 찾고, 그것을 꾸준히 이어가며 더 깊이 즐겨보려 한다.

3. 내가 주인공이 되는 시간
그동안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이 정한 의미가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걸 시작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자격증 공부를 해볼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배워볼 수도 있다. 가볍게 글을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 방학에는 ‘성장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이 시간을 내가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려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성장해 있을 테니까. 나만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하나씩 이루며 나만의 성취를 만들어볼 것이다.

4. 한 해를 기록하는 시간
종강은 한 학기의 끝이기도 하지만, 한 해의 마무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지나온 시간을 너무 쉽게 흘려보낸 것 같아, 이번에는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핸드폰 앨범 속 사진들을 다시 들춰보거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거나, 블로그를 써보는 것도 좋겠다. 한 해를 기록하는 일은 단순히 기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속의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며, 나 자신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 한번 다잡아 보려 한다.

조금은 지겹고 뻔한 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방학을 단순히 ‘쉬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진 않다. 어디론가 떠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을 만끽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이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 이번 방학 동안 나는 나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볼 것이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고 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되어 있을 테니까.
나는 이 방학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조금 더 명확히 하고 싶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을 찾고, 나만의 색깔을 더 짙게 채워가려 한다.
자, 이제 나만의 방학을 시작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