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나는 우울증 환자였어

근데 있잖아 이제는 괜찮아
  내게는 고등학교 1학년때 부터 고등학교 3학년 졸업 때까지 항상 단짝처럼 붙어다녔던 베프가 있었다. 말 그대로 있었다. 나는 활동부에 들어가 3년을 매일같이 학교에서도 학교가 끝나고도 함께 다녔다. 정말 말 그대로 미우나 고우나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놀러다니는 단짝친구였다. 친구와 나는 학교가 끝나고 코인 노래방을 가는 것을 참 좋아했다. 어느날처럼 함께 코인 노래방을 나와 친구와 음료수 한 캔 마시고 있을 무렵 친구의 소매가 문득 신경쓰였다. 뭔가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자세하게 봤다. 내가 20살이 되었을 때 유행하던 고등래퍼에서 빈첸이 불렀던 노래가 있다. '바코드'. 나는 화들짝 놀라 친구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봤다. 아무렇지 않게 본인의 가정사를 비롯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나는 진심으로 공감하며 친구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다. 그떄까지는 몰랐다. 그 우울이 전염병처럼 나에게도 옮게될 것이라는 것을.

  고등학교 3학년 봄 나 또한 부모님의 불화와 여느 누구나 얻는 스트레스로 인해 피폐해진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은 보통 새로운 돌파구가 생기면 꼭 그 방향으로 터져나가게 된다. 그렇게 2018년 봄 내게도 지워지지 않는 바코드가 새겨지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원하던 방향은 아니었지만 여차저차 대학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20살의 간을 믿고 매일을 술에 절여져 살았다. 그러다보니 점차 나의 상태도 괜찮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 무렵 동아리에 들어가 매일 동아리 선배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살았다. 평범에 가까운 대학생활의 산뜻한 시작이었다. 내가 가장 닮고 싶었고 가장 좋아했던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렇게 내가 견딜수 없던 스트레스는 더 짙은 바코드를 남겨가고 나의 정신은 다시 어려지고 있었다. 그렇게 해가 넘어가버렸다.

   나의 동아리 선배 A형, 그리고 신입생 B 동생은 틈이 날 때마다 우리 집 앞에 찾아와서 나를 꺼냈다. 정말 친구 집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먹듯 심심하면 오는건가 싶을 정도로 나를 꺼내 돌아다녔다. 대학가를 비롯해서 한강 산책을 하기도 하고 어느날은 밤새도록 웃으며 술을 먹기도 하였다. B 동생은 헤어졌다며 찾아와 울기도 했고, A형도 밤새 연애상담을 하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나도 꽤나 자주 일상으로 꺼내졌다. 그렇게 동아리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다시 동굴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때마다 손전등을 들고와 내 얼굴에 비추며 나를 밖으로 꺼내놓았다. 얼굴에 손전등을 비춘것은 실화다. 그것도 꽤나 자주. 

  2024년 여름, 정말 갑자기 문득 이제 다 끝났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완전히 괜찮아졌구나. 이제 드디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내 안에 꼬여있던 실타래가 완전히 풀렸음을 느꼈다. 정말 문득이었다. 그저 집 앞에서 덥다고 한숨을 푹푹 쉬며 담배를 피우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누워서 정말 펑펑 울었다. 대학에 합격하고 군대를 제대했을 때도 그렇게 개운했던 적이 없다. 자그마치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자그마치 7년이었다. 7년을 나를 따라다니던 오랜 지병이 드디어 완치가 되었던 순간이다.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편하게 이야기 하기까지 또 다시 1년이 걸렸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맞아 나도 힘들었어. 근데 이제 괜찮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나의 친구들, 정말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 나를 포기하지 않고 5년을 함께 보내준 나의 피 섞이지 않은 이 가족들이 이제는 너무 소중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고등학교 때의 친구와 잘 지내고 있다. 그 친구는 재수를 했는데 그때 병원을 함께 다니며 나보다 훨씬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 


  누군가 저와 같은 고민이 있다면, 같은 상황이라면, 전문가에게 가시기 바랍니다. 저는 운이 좋았고 다행히 좋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주변에 너무 좋은 친구들과 동시에 저를 이끌어주던 수많은 사람이 있었음에도 7년이 걸렸습니다. 당신들의 20대는 너무 소중하고, 하루하루 할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고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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