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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있어야 되나요?' 라는 질문에 감히 '네' 라고 답하고 싶네요.

취미가 깃든 일상은 좀 특별할지도 몰라.
여러분은 취미가 있나요? 없으시다면 제 취미를 소개해 드리죠.
취미의 종류는 다양한데, 저는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꽤나 구체적이죠? 처음에는 볼펜으로 밑줄을 그었는데 별로 예쁘지 않아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 게 바로 마스킹 테이프 붙이기 입니다. '좋은' 문장에 '예쁜'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니까 금상첨화더라고요. 이 방법을 생각해낸 저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저만의 방식으로 취미를 즐기다 보니, 이 취미가 저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오고 무엇보다 삶의 질이 향상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만큼 취미가 어떤 한 사람의 인생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최근에 읽은 <아무튼, 여름>이라는 책에서 수집한 여러 문장들 중에, 제가 가장 아끼는 몇 문장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제 취미를 가성비 있게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주시다가 가주세요.

<아무튼, 여름> 중, 제가 아끼는 문장은요.
p.13 별로일 때도 있지만 결국은 좋아.
p.25 모든 과거는 추억이 된다지만 모든 추억이 그리움이 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여름이 와도 그때의 내가 그립지 않다. 더 이상 못 그러겠으니까. 체력이 달려서. 열정이 바닥나서. 그리고 더는 그런 걸 원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p.32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초당옥수수 덕분에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p.46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건 꾸밀 자유가 아닌 꾸미지 않을 자유니까.
p.47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 내가 가진 자격을 떠올리지 않는 일, 더불어 타인의 자격 역시 판단하지 않는 일.
p.52 누군가의 조언이 곱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지만 하기 싫어서 혹은 못 해서 괴롭기 때문이 아닌가.
p.123 자신을 모자라게만 여기는 사람이 어떻게 좋은 에너지를 가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p.163 어린 시절부터 쌓인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른이 된 내가 나서야 한다.
적다 보니 문장이 많아졌어요. 여러분께 좋은 문장들을 많이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되었어요. 여러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문장일지 궁금하네요.

보통 취미는 어디서 하나요?

집은 저에게 너무 편안한 공간이다 보니 늘어지고 집중력도 분산돼서 집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가서 취미 활동을 합니다. 저는 내향인이라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에너지가 방전되는데, 아이스아메리카노랑 요거트볼을 먹으며 손에 잘 달라붙어 붙이는 게 여간 쉽지 않은 마스킹테이프를 책에 예쁘게 붙이고 나면, 금세 에너지가 재충전됩니다. 일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이 취미는 필수적입니다.

취미는 저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일상의 일부가 된, 없으면 허전한 그런 존재입니다.
#에세이#휴학생#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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