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서울인 듯 서울 아닌 서울 같은 장소들
내가 사랑하는 감성 넘치는 서울의 공간들
당장 1년 전 고등학생 시절만 해도 서울을 갈 일이라곤 어쩌다 한 번 롯데월드, 코엑스, 경복궁 정도가 다였던 나.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게 되면서 매일 서울로 통학하는 삶을 살게 됐는데..
매일 서울로 통학하는 삶을 4개월 정도 하고 난 뒤 소감은...
아...서울에는 절대 안 살아야지
실시간으로 인성이 나빠지는 걸 느끼고 있다. (인류애도 상실하는 중)
왜냐하면 서울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나름 파워 E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매일 사람에 치이는 삶을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가 빨리고 점점 지쳐가고 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녹천역에 내렸는데, 서울 같지 않은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에 반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서울인데 서울 같지 않은, 잘 안 알려진 장소들을 소개하겠다.
1. 녹천역
녹천역은 도봉구에 위치한 1호선 역이다. 월계역과 창동역 사이에 있는 녹천역은 사실 번화가는 아니다. 녹천역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가 밀집 지역인데 그럼에도 소개하는 이유는 처음 녹천역에 내렸을 때의 고요함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의 삶에 지쳐가던 나에게 녹천역의 고요함은 '여기가 서울이 맞나?'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고 아무 생각 없이 역에서 내려 발이 이끄는 곳으로 걷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녹천역의 주변 시설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2번 출구와 3번 출구로 나가면 서울외국어고등학교가 있다. 그리고 4번 출구로 나가면 초안산 캠핑장을 비롯한 초안산 근린공원이 나온다.

초안산 근린 공원은 외부인들에게 잘 알려진 공간은 아니지만 노원구 주민들의 여가를 책임지고 있는 근린 공원으로 연못, 정자,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체력단련시설 등 다양한 시설들을 운영 중에 있다.
근처에 산다면 초안산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 :)
지금까지 고요하고 한적한 여유가 넘치는 동네, 녹천이었다.
2. 연산군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모를 수가 없는 조선 제10대 국왕 연산군. 우리에게는 '폭군'으로 유명한,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미쳐버렸다는 비운의 왕 연산군. 그런 연산군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연산군묘의 주소는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산 77번지이다. 지하철 1, 4호선 창동역이나 4호선 쌍문역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할 수 있다. 참고로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연산군은 조선의 왕이었지만 폐위 됐기 때문에 다른 왕이나 왕후의 능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대부분의 왕릉에 있는 신성한 장소에 세우는 '홍살문' 역시 없기에 잘 모르면 조선시대 왕의 무덤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공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연산군의 묘가 도봉구에 있다니,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꼭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에서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랑역 포장마차 거리. 이곳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중랑역 바로 아래에 위치해 기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노포 감성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중랑역 포장마차 거리는 종로, 강변처럼 서울 전역에서 유명한 포차 거리는 아니다. 이곳은 소규모로 약 10곳 내외의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는 분위기와 맛으로 승부하는 '숨은 맛집'이다.
특히 이 '김치삼겹살'이 대표적인 인기 메뉴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허기지는 것 같다. 🤤
그리고 근처에 또 소개하고 싶은 공간인 용마폭포공원이 있다.
용마폭포공원은 면목동 산 1-4번지에 위치하며 과거 채석장으로 사용했던 용마산 암절벽에 인공폭포와 공원을 조성한 공간이다. 설치 당시 동양 최대의 인공폭포였다는 특징이 있다.
클라이밍장, 테니스장, 축구장 등등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공폭포를 가동하지 않는 겨울철에는 폭포 빙벽 타기 체험과 인공 연못 스케이트장을 개장하기도 한다.
서울 도심 속 이런 한적한 폭포가 있다니, 시간 날 때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4. 문래창작촌
문래창작촌은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128가길 13-8에 위치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공간이다.
영등포구 홈페이지에 따르면 원래 문래동은 일제강점기에 방적공장이 들어섰던 곳으로, 한때 철강산업을 주도했던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IMF 이후 골목에 자리잡고 있던 철공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면서 때마침 저렴한 임대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이곳에 찾아와 자신들의 예술작품으로 이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래창작촌은 독특한 공간이다. 아직 남아있는 철공소들이 내는 철을 다듬는 소리 속에서 아기자기한 카페와 맛집, 소품샵, 가죽공방과 같은 공들은 정겨운 분위기를 내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몽환적인 기운을 풍긴다.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문래공원 사거리에서 문래동우체국 방향으로 가면 갤러리문래 골목 숲길이 나온다. 이 숲길 초입에 운영되는 미술 갤러리들은 옛 건물 구조를 그대로 살려 멋스러운 분위기를 내고있는데 월요일에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문래창작촌에서 소개하고 싶은 공간인 술술센터(문래예술종합지원센터)의 사진이다. 술술센터는 지역 내외의 예술인들과 금속 제조업 기술인의 협업과 지역주민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 규모의 공공복합문화공간인 술술센터는 이렇게 구성되어있다.
지하 1층: 문래창작촌 기반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술술갤러리'
1층: 교류 공간 '커뮤니티 스페이스'
2층: 외부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오픈 라운지'와 '라운지랩'
3층: 공유오피스 '예술기술랩'
4층: 다목적 운영공간 '술술홀'
5층: 오피스로 사용중
*2층 라운지랩, 3층 오픈랩, 4층 술술홀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무료로 대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래창작촌에서 만날 수 있는 카페를 하나 추천하려고 한다.
문래방구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56-1 1층
월-금 11:30~19:00, 토-일 12:00~20:00
주차: 문래지구대 옆 공영주차장/하이테크시티 주차장
*포장, 반려동물 동반 가능!
'문래방구'는 '초록스튜디오'라는 가방브랜드가 운영하는 카페이자 문방구와 합쳐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볼 수 있다.
매장 내부는 1. 입구부터 시작되는 카페, 2. 내부 한켠에 자리잡은 초록스튜디오 쇼룸, 3. 안쪽 별도 미술공간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카페 메뉴는 다음과 같다. 특히, 주문서를 통해 메뉴를 주문하는 즐거운 경험이 가능하다.
시그니처 메뉴인 '방구라떼'는 폼이 정말 맛있기로 유명한 카페라떼이다.
이곳은 예술품과 문구용품을 판매하는 '문방구' 공간이다. 특이한 점으로는, 연필을 각인할 수 있다.
매장 내부의 끝에는 공방이 있는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다.
분위기 좋은 느좋 카페이니...작업러들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보길
지금까지 서울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분위기 좋은 공간들에 대해서 소개해보았다.
성수, 강남, 신촌 등 유명하고 재미있는 '핫플'도 좋지만 가끔 서울 생활에 지쳐 사람이 많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버리고 싶다면 이 글을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생활에 지친 모든 대학생들과, 서울이 아니더라도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생들을 응원한다.
#나만아는 #안유명한 #느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