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작은 괴물, 세계를 점령하다: LABUBU

POP MART와 라부부, 어떻게 시작됐을까?

Z세대가 빠진 귀여운 괴물: 라부부, 피규어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존재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이름은 라부부(LABUBU). 낯설지만 이미 SNS에서는 ‘이 친구’를 입히고, 찍고, 꾸미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귀엽지만 어딘가 기묘한 표정, 정체불명의 생김새, 그리고 사람들의 정성어린 손길을 받은 스타일링까지. 이 작은 인형은 어떻게 Z세대의 일상 깊숙이 침투하게 되었을까?





POP MART, 귀여운 중독의 시작

라부부를 이야기하려면 ‘POP MART(팝마트)’를 빼놓을 수 없다. 팝마트는 2010년에 설립된 중국의 아트토이 브랜드로, 블라인드 박스 형태의 피규어를 판매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팝마트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컬렉션으로서의 가치를 가진 아트토이를 지향한다. 여러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캐릭터 세계관을 구축하고, 희소성을 강화하며 글로벌 컬렉터 문화를 형성해나갔다.

그중에서도 라부부는 POP MART의 대표적인 캐릭터다. 원작자는 Kasing Lung이라는 홍콩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라부부는 ‘괴물’과 ‘동물’, ‘아이’가 혼합된 듯한 외형으로, 귀여움과 기괴함을 오가는 오묘한 매력을 지닌다. 이 독특한 콘셉트는 단조로운 귀여움에 지친 젊은 세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라부부 열풍,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한국에서 라부부의 인기는 2023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피규어 덕후들’ 사이의 소장용 아이템 정도로 알려져 있었지만, SNS 바이럴과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 업로드로 일반 소비자층까지 퍼지게 되었다.

특히 라부부를 ‘꾸며주는’ 문화가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피규어에 인형 옷을 맞춰 입히고, 가방과 모자를 씌우고, 작은 가구나 소품을 배치해 인형극처럼 연출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창작의 즐거움’으로 이어지며 놀이 문화로 확산되었다.

이런 흐름에 박차를 가한 것은 연예인과 셀럽들의 참여였다. 아이브 장원영이 개인 방송에서 라부부를 공개한 장면은 SNS에서 빠르게 퍼졌고, 해당 시리즈는 즉각 품절되었다. 이후에는 유명 인플루언서들과 패션 유튜버들까지 스타일링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열기를 더했다.






색상, 라인업, 그리고 인기 시리즈

라부부는 시즌마다 새로운 테마로 출시된다. 예를 들어 ‘The Monsters’, ‘Jungle Series’, ‘Dreamy Life’, ‘Skullpanda with LABUBU’ 등 각기 다른 배경 스토리와 의상, 색감을 가진 시리즈가 존재한다.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리즈 중 하나는 ‘Forest Night’ 라인이다. 밤하늘처럼 푸르고 신비로운 색채, 반짝이는 눈, 그리고 미세한 질감의 의상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한정판 ‘황금 라부부’, ‘핑크 고스트’ 등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매장 오픈과 동시에 품절되며, 온라인 리셀가가 30만 원대를 웃도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국내외 리셀 플랫폼에서는 일반 시리즈도 최소 8만 원에서 15만 원 선, 레어나 체이스(chase) 제품은 20만 원 이상으로 거래된다. 이는 단순한 피규어가 아닌, 투자 가치와 소장 가치를 동시에 가진 ‘작은 명품’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부부를 사는 사람들: ‘꾸미기’의 심리

라부부는 단순히 귀여워서 소비되는 제품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직접 라부부에게 옷을 입히고, 꾸미고, 사진을 찍고, 짧은 영상으로 편집해 SNS에 업로드한다. 이러한 ‘스타일링 놀이는’ MZ세대의 창작 욕구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강화시켜 준다.

또한 라부부는 일종의 ‘힐링 콘텐츠’이기도 하다. 피규어를 정성스럽게 꾸미는 과정은 마치 반려동물을 돌보는 것 같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며, 혼자 있는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감정적 공간을 마련해준다.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욕망과 더불어, ‘내 라부부는 이런 스타일이다’라는 자아 투영 또한 가능케 한다.





모든 트렌드는 양면이 있다: 비판 여론도 존재

라부부 열풍이 지나치다는 시선도 있다. ‘한정판’을 노린 과소비, 리셀 시장의 과열,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 그리고 이를 ‘자랑’하는 일부 SNS 콘텐츠들이 ‘가성비’와 ‘절약’을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층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한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형 하나에 20만 원 넘게 쓰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이 수천 개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소비 양극화에 대한 불안,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압박감 등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라부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흥미로운 건, 라부부가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의 시초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것을 넘어, 그 안에서 자신을 투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장치’로 소비되고 있다.
메타버스 아바타, 버추얼 패션, 그리고 디지털 굿즈로 이어지는 트렌드 속에서 라부부는 그 교차점에 위치한 피규어이자 문화 아이콘이다.

MZ세대가 원하는 건 단순한 ‘소유’가 아닌 ‘경험’이며, 라부부는 바로 그 경험을 미니어처로 축소해주는 기묘한 친구다. 라부부를 이해하는 건 곧, Z세대를 이해하는 또 다른 문이 될지도 모른다.




나도 결국 사버렸다, 라부부: 나의 후기

사실 나는 평소에 유행을 빠르게 캐치하긴 해도, 소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라부부만큼은 달랐다. 처음 봤을 때는 무심히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꾸 눈에 밟혔다. 키링 형태로 출시된 제품은 크기도 적당했고, 가방에 달면 키치하고 귀여워 보일 것 같다는 상상이 들었다.


사람들은 못생겼다고도 말했지만, 내 눈에는 오히려 특이하고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왔다. 랜덤박스 형식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기대감, 그리고 모든 컬러가 다 예뻐서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안도감도 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톤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결국 나는 라부부 하나를 구매했고, 귀여운 옷도 함께 구입해 스타일링까지 시도했다. 조그만 피규어에 옷을 입히는 이 단순한 행위가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나조차 놀랄 정도였다. 그렇게 꾸민 라부부를 내가 자주 드는 가방에 매달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예상대로 만족도가 높았다.


주변에서도—"헉 라부부다" "너무 귀여워~" 등의 반응이 종종 들렸다. 물론 "이게 왜 유행이야?"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며칠 뒤 그런 사람들마저 “보다 보니까 점점 귀엽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결국 SNS에 자랑하듯 라부부 사진을 올렸다. 반응은 정말 다양했지만, 대체로 ‘귀엽다’, ‘갖고 싶다’는 말이 많았다. 그리고 또 다른 라부부를 산 친구와는 서로의 피규어에 옷을 바꿔 입히며 노는 유치한 듯 유쾌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처럼 순수한 재미를 주는 이 작은 존재가, 요즘 우리 세대가 추구하는 감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걸 그제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라부부 #트렌드
댓글 0개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