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옛날에 한 교환학생이 있었슨... 마구 망했슨 정말 햄들었슨
독일 중국 교환학생 중 각종 망한 썰 풉니다
" 야 너 외국에서 1년 살아봤다며? "
" 응. 살아는 있었지. 그게 다야. "
‘교환학생’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반짝인다.
이국적인 풍경, 유창한 언어 실력, 새로운 친구들, 갓 구운 크루아상을 든 인스타그램 속 미소.
누군가는 대학 생활 중 황금기라고 하지 않는가. 나 역시도 처음 비행기표를 끊었을 때는 그런 장면들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전기담요 한 달 반째 감감무소식이라, 영어가 잘 되지 않는 아마존 독일 콜센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가 하면, 23kg 짜리 캐리어 두 개를 들고 혼자 중국으로 갔다가 갑작스럽게 엘리베이터 없는 7층의 기숙사 방을 배정받은 적도 있다.
그 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지만...
어떨 때는 진심으로 망한 것 같기도 했고, 하루하루 내 인생의 흑역사가 갱신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제 교환학생을 졸업하고 한국에 완전히 돌아오니 그런 날들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왜 이걸 겪고 있지?’ 싶었던 순간들이,
지금은 오히려 **‘내가 아니면 아무도 겪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은 오히려 **‘내가 아니면 아무도 겪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 콘텐츠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모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망했지만 살았고, 그래서 지금 이 썰을 푼다”**쯤 되겠다.
그럼 지금 망한 썰 1번부터 풀어보겠다...

1. 버스가 있었는데? 아뇨 그냥 없어요.
나는 독일과 중국, 두 국가에서 한 학기씩 총 1년을 보냈다. 그중 독일에서 프랑스 니스를 가는 도중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밀라노 버스 터미널에서 약 두 시간의 텀을 가지고 프랑스로 가는 버스로 환승할 예정이었다. 밀라노에 도착하니 벌써 시간은 밤 12시. 거기까지는 순조로웠다. 2시 쯤 니스로 가는 버스를 타면 아침 8시쯤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새벽 2시.
버스가 오지 않았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원래 유럽의 국제 버스는 연착이 잦은 편이기에 처음에는 별 생각이 안 들었다. 그냥 새벽이기도 하고, 곧 올 거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새벽 2시에 오기로 한 버스가 5시 반까지 오지 않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버스 회사 측에 연락도 해보았지만, 지금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우리는 밤을 꼴딱 샌 데다가 해결책도 몰라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그런데 옆에서 한 아저씨가 말했다. 곧 토리노로 가는 버스가 올 거고, 토리노에서 니스로 가는 버스를 갈아탈 수 있다고.
곧 토리노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고, 우리는 일단 버스 티켓을 구매해 토리노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여기서 두번째 시련이 찾아온다. 토리노에는 국제 버스 터미널이 두 개였던 것이다. 가뜩이나 텀도 40분밖에 없는데. 그 아저씨도 그것까진 미처 몰랐는지 당황하는 모양새였다. 두 터미널의 거리는 멀지는 않았지만, 둘 사이를 잇는 대중교통이 애매했다. 결국 우리는 이탈리아 기차로 딱 한 정거장만 가기로 한다. 마침 마구 떨어지던 비 사이를 18분을 걸어, 3분을 기차를 타고, 다시 10분을 걷는 루트였다.
버스가 토리노에 도착한다.
우리는 달렸다. 조그만 우산을 둘이 나눠 쓰고서.
하지만 길도 미끄러운데다 캐리어도 있던 탓에 역에 조금 늦고 말았고, 기차가 가버린 줄 알고 우리는 절망했다. 프랑스 땅을 오늘 안에 밟을 수는 있을까, 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친구의 결정적인 말 한 마디.
야, 기차 소리 들리는데?
알고 보니 기차가 살짝 연착된 것이었다. 우리는 기쁘게 열차에 올라타고서는, 가뿐히 니스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나중에 티켓은 환불받았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우리가 토리노로 가는 버스를 탄 지 20분 후 니스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고 한다.
아놔...

2. 한밤중에 룩셈부르크 공동묘지 걸어본 사람?
런던 여행을 마치고 독일로 귀환하던 중 생겼던 일이다. 근데 룩셈부르크는 왜 나왔냐 물으신다면, 비행기를 타고 룩셈부르크에 도착해 독일로 가는 버스를 타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일정을 짰냐 하신다면, 그게 가장 싼 루트라서 그렇다고 하겠다. (학생이란 항상 주머니가 가벼운 법이다.)
런던 스텐스테드 공항에서 룩셈부르크 행 비행기도 역시... 연착이다. 하지만 공항에는 항공사 직원과 안락한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리 오래 지연된 것도 아니다. 한 시간 반 정도. 하지만 10시에 도착할 비행기가 11시 반에 도착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막차가 끊기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룩셈부르크 공항과 국제 버스 터미널은 거리가 꽤 있었다. 그래서 도착해보니 탈 수 있는 버스는 딱 하나였고, 내린 후에도 21분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21분 쯤이야, 하루 삼만보의 일정을 소화해냈던 나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구글맵이 최단 거리라며 안내해준 길이 공동묘지를 따라 걷는 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결국 둘이 손을 꼭 잡고 담력 체험을 결심했다. 하지만 진정한 담력 체험은 따로 있었다. 한밤 중 분명 아무도 없는 길이었는데, 어떤 사람이 갑자기 우리 뒤에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가는 길도 꽤 겹쳤다. 우리는 점점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여긴 타국이고, 말도 잘 안 통하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뒤에 오는 사람은 체격이 좋은 현지인 남성처럼 보였다.
한 명은 구글맵을 켜고, 한 명은 통화 창에 112를 친 채 (EU도 긴급 신고 번호가 112이다) 우리는 공동묘지 앞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무사히 국제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곳은 밝고 사람들도 많이 모여있어서 꽤 안심이 되었다. 여기서 깨달은 웃기고도 슬픈 사실은 뒤에서 오던 그 사람을 신경쓰느라 정작 공동묘지는 하나도 안 무서웠다.

3. 중국의 통신사는 까다롭고 어려워
이번 일은 중국에서 전화번호를 개통할 때 있었던 일이다. 중국의 기숙사는 와이파이가 기본 옵션이 아니다. (공과금 자체를 따로 납부해야한다.) 교환학생 오티 시간에 추천 받은 통신사 지점으로 가 번호와 무선 인터넷을 동시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그건 안된단다. 기숙사라 설치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이 마저도 소통이 어려워 몇 번을 물어봐야했다.
일단 번호는 생겼는데, 와이파이는 어떡하지? 학교의 통신 관련 센터에 이메일로 문의를 해보니, 한 기숙사 동의 지하에 가보라는 말을 남겼다. 반신반의한 채로 갔더니 반지하에 아주 조그만 통신사 대리점이 있었다. 거기서 무선 인터넷을 독점해서 공급한다고 한다. 그런데 번호 개통과 엮인 패키지만 상품을 판매한다고 한다. 그래서 개통한지 얼마 안된 번호를 없애고 다시 번호를 만들었다. 그래서 모든 앱의 전화번호를 수정하고 은행에 방문해 계좌에 등록된 번호도 바꾸었다.
이제부터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고 했는데, 근데 어떻게 쓰지?
알고보니 학교에 와이파이를 설치해주시는 기사 분이 있다며. 그 분의 연락처를 주셨다. 그 분은 매우 친절하셨고,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감안해 천천히 또박또박하게 발음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약속을 잡아 만났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기사님이 나를 빤히 바라보시더니, 공유기는 어디 있냐고 물으시는 거다. 그래서 내가 공유기? 라고 반문했더니 기사님께서 공유기가 있어야 그걸 세팅해서 와이파이를 연결할 수 있다며... 원래는 자기도 몇 개 가지고 있다가 파는데 지금은 학기가 살짝 지나 이미 다 팔리고 없다고 하셨다.
결국 그날 당장 공유기를 구매했고, 이미 기사님께서는 가신 후라 내가 비루한 중국어 실력으로 설명서를 읽어가며 세팅을 완료했다. 중국에 도착하고 나서 2주나 지나고서야 와이파이가 생겼다!

덧붙이며, 전자기기를 쓸 때는 고장내지 않고 조심조심 쓸 것.
컴퓨터 자판 중 한 칸이 떨어져서 중국의 전자 상가를 갔다. 뭔가 바가지 당할 것 같아 아무 곳도 못 들어가고 세 바퀴를 돌다가 맘씨 좋은 할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공짜로 고쳐주셨다. 근데 집 오니 다시 떨어져 있더라. 심지어 뒷판에 본드가 가득해 그 부품을 다시 쓰지도 못했다. 서비스 센터도 개별 부품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지금 내 키보드 중 딱 한 칸만 검은색이다.

4. 가당, 우리 친구 아니었어?
중국 교환학생 중, 나는 혼자 윈난성으로 여행을 갔었다. 내가 있던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자그마치 세 시간 반이나 걸리는 곳이다. 그 중 티베트족이 거주하는 고산 도시인 샹그릴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샹그릴라는 대중교통 편이 좋지 않아 거의 택시를 타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은 나라티 초원에 가는 것이었는데, 약간 외지에 있어 오는 택시가 잡힐 것 같지 않아 고민 중이었다. 그러던 중, 점심을 먹은 가게의 사장님께서 이 마을의 북문으로 가면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기사들이 많다며 한 번 가보라고 해 그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당을 만났다. 티베트 사람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운전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친근하게 내게 말을 걸며 자기 경력이 길고, 차에 씨씨티비도 있어 안전하다고 했다. 그 후 초원에 갔다가 기차역으로 데려다주는 조건으로 꽤 괜찮은 가격에 딜을 봤다.
본래 나라티 초원에는 입장료가 없다. 그런데 내리니까 갑자기 초원에서 말을 타란다. 알고보니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이 아니라, 자기가 아는 업체의 사유지로 데려간 것 같았다. 이 역시 나라티 초원이긴 하지만, 여기는 들어가려면 승마 체험을 해야했다. 단단히 속았다!
물론 엄청 큰 금액은 아니었다. 오히려 승마 체험 치고는 꽤 저렴한 가격이었을 수도. 돌아가는 기차가 얼마 남지 않아 나라티 초원을 보려면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이용해야 했다.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거 긍정적으로! 가서 아기 양도 보고 드넓은 지평선을 마구 감상했다. 가끔씩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가당은 나를 기차역에 내려주고 난 후 서로 위챗을 교환하자고 했다. 그리고 좋은 한국 친구가 생겨 기쁘다고 했다. 그의 말로는 자기 집에 야크가 백 마리가 있으니 고기를 먹어보고 싶으면 자기가 공짜로 보내주겠다고...
가당, 당신이 나에게 남긴 건 좋은 드라이브와 낭만적인 풍경,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출내역이었어.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께서는 요금 정산 전까지 경계를 내려놓지 마시길 바란다.

처음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할 때, 나는 그저 웃기고 싶었다. 망한 이야기들, 흑역사들, 어디 가서 말 못 하고 삼켜야 했던 일들을 조금은 웃기게, 조금은 가볍게 털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썰을 풀면 풀수록, 그 안에서 웃긴 건 상황보다 그때의 나였다. 말은 안 통하는데 자존심은 세고, 무섭긴 한데 괜찮은 척하고, 하루하루 적응 못하면서도 적응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던 그 모습.
지금 와서 보면, 그 모든 망함은 어떤 식으로든 내가 살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실수하고, 오해하고, 혼자 울고, 뜬금없이 웃고…
그렇게 나는 낯선 세계 속에서, 남들보다 조금 느리지만 분명히 나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든, 이 시리즈를 통해 “망해도 괜찮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다면 좋겠다. 아니면 최소한, “아, 나만 이런 거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라도.
사실 교환학생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생의 삶이 이런 것 같다. 캠퍼스 라이프는 종종 반짝이는 것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꽤 꾸질꾸질하고, 외롭고, 당황스럽다. 그러니까 망하지 않는 게 목표가 아니라, 망했을 때 너무 자책하지 않는 것, 그게 진짜 중요한 스킬일지도 모른다.
만약 언젠가 당신도 전기 안 들어오는 기숙사 방에서 볶음밥을 먹으며 이 글이 문득 떠오른다면,
그걸로 나는 이 시리즈를 잘 끝낸 셈이다. 이제는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그걸로 나는 이 시리즈를 잘 끝낸 셈이다. 이제는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망해도 괜찮다. 결국엔 썰이 된다.
그리고 그 썰은,
의외로 꽤 재미있다.
##교환학생 #공감 #망한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