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대학생인데 독서실을 끊었습니다
수능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친구들은 종강을 하고 해외여행을 가고, 나는 회계원리 강의를 1.5배속으로 돌리고 있었다.
필자는 문과 전공자로서 'CPA/CTA(등등)라는 시험이 있다', '준비하려 한다', 또는 '이미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왕왕 듣곤 했다.
문득 대학교 동기들,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있는지 궁금해져 연락해보면 돌아오는 대답 중 꽤 다수는-
나 사실 자격증 준비하고 있어.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공인 회계사 시험, 일명 CPA.
2025년 시행된 제 60회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는 16,535명이 지원했다.
그 중 대학교 재학 중인 접수자 비율은 전체의 무려 54.6%, 절반을 넘었다.
접수자 평균 연령은 만 26.4세. 그 중 20대 전반이 무려 38.7%를 차지했다는 점은 특히 흥미롭다.
이런 현상은 비단 CPA 시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2학년을 마치고 슬슬 휴학하는 분위기 속, 주변에 회계사, 세무사, 공인 노무사, 보험계리사 등 전문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단순한 스펙을 넘어서, 이 시험을 현실적인 진로 또는 커리어 전환의 기회로 삼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청춘을 걸고 국가전문자격시험에 뛰어드는 많은 대학생들. 그들의 선택에는 어떤 이유와 계기가 있었을까?
필자는 현재 수험생활을 선택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Q. 자기소개 부탁해! 😁
🐰 : 안녕, 나는 J라고 해. 서울 소재 대학교 경영학부에 다니고 있는 20학번 대학생이고 나이는 만 24세야. 현재 CPA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 :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23학번 22세 두둥이야. 현재 보험계리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 : 안녕, 나는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Hospitality경영학과 23학번, 올해로 만 22살 기동이야. 현재 CPA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Q. 요즘 국가전문자격증 준비하는 대학생들 진짜 많잖아.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해줘도 좋아.
🐰 : 요즘은 평생 직장이 사라지고 취업 후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안정적인 삶을 위해 전문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나같은 경우에는 직장에 들어간 후에도 워라밸을 유지하며 일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어. 회계사가 되면 이직이 자유롭고, 비시즌에 한달씩 휴가를 받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게 나한텐 큰 메리트로 다가온 것 같아. 대기업 인턴 경험을 통해 인간 관계보다 내 전문성으로 평가받는 일이 더 맞다고 느끼기도 했고.
🐭 : 1학년 때 계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고작 시험 하나가 내 인생을 결정한다는 게 싫었어. 그러다가 2학년 때 아빠가 20년 다닌 직장에서 이직한 뒤, 연이어 회사를 옮기며 면접을 보러 다니던 때가 있었어. 20년 넘게 좋은 회사를 다니면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력을 쌓았더라도 이 불안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는 굉장히 힘들겠다는 걸 알았고, 나는 꼭 안정적인 직업을 얻어야 겠다고 결심했어.
주변 친구들이 회계사, 변호사 준비를 시작한 것도 자극이 됐어. 나는 학회, 대외활동, 인턴 같은 걸 다 해낼 자신이 없었고, 그때부터 자격증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 :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이라고 생각해.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신규 채용은 물론 인턴까지도 바늘 구멍이잖아? 경기가 호재여야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많이 창출될 텐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취업난이 자연스레 심해지는 것 같아. 어차피 취업 시장은 상향 평준화되어 있으니, 차라리 그 시간을 전문직 시험에 쏟아 결과를 만든다면 취업에 훨씬 유리해지니까 이러한 추세가 나타나지 않았나 싶어.

Q. 지금 어떤 자격증 준비하고 있어? 그리고 왜 이 자격증을 선택했는지, 혹시 특별한 계기 같은 게 있어?
🐰 : CPA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고,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내용과 같아. 인턴할 때 한 상사님이 CPA를 강력 추천하셨던 게 트리거가 된 것 같아. 일반 직장인보다는 전문직이 훨씬 낫고, 내가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는 걸 보시더니 엉덩이 힘(?)이 좋으니까 해보라고 하셨어. 그리고 다른 전문직이 아닌 회계사를 선택한 이유는 전공 관련 과목이 있어서 접근하기 쉬웠고, 변호사 시험은 내 적성이 아닌 것 같아서야.
🐭 : 보험계리사 시험을 응시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어. 나는 원래부터 통계학에 관심이 많았어서 통계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었는데 통계를 활용할 수 있는 직업 중 보험계리사가 눈에 띄었던 것 같아. 선배님의 추천도 큰 비중을 차지했고.
🦉 : 나는 흔히 CPA라고 부르는 공인회계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가장 큰 동기는 무언가를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 학부 수업을 2~3년 정도 듣다보니, '이 지식만으로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 그래서 더 깊고 어려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뭘 공부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왜 이과가 문과보다 취업 시장에서 유리할까 생각해봤어. 내 결론은 '문과는 이과의 공부를 할 수 없다' 였어. 이과의 지식은 남들이 못하는 '기술'이 될 수 있고, 이러한 기술은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돈'이라는 재화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했어. 난 돈이 벌고 싶어. 그냥 돈이 아니라, 많은 돈. 그러려면 돈을 잘 알아야 하고, 금융의 영역은 이과의 기술처럼 복잡하고 어려워서 전문성이 생긴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금융 자격증 중에서 가장 넓은 범위를 깊게 다루는 이 시험에 도전하게 됐어.

Q. 실제 공부해보니까 어때? 시작 전에 알아보고 상상했던 것과 실제 준비하면서 겪고있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차이가 많이 나는지 궁금해!
🐰 : DAY6의 '마라톤'이라는 노래 중 "시작은 위대했고 넌 자신이 있었어. 이렇게나 힘이 들 줄 너는 몰랐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딱 맞다고 생각해. (웃음) 처음에는 '안 맞으면 바로 빠꾸!' 생각으로 딱 1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렇게 쉽게 끝내기가 어렵더라고. 또, 이 시험은 한번에 붙는 게 어려운 시험인 것 같아.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 하면 결과는 바로 나타난다고 믿었어. 고3 때처럼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하면 초시에 붙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그 확률이 낮더라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레이스가 꽤나 지치고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마지막으로, 공부해야 할 과목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1차는 10과목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시작 전에는 몰랐어. 2차는 6과목이지만 1차는 그걸 더 세부적으로 나누고, 추가 과목도 있어서 놀랐어. 1차 시험 준비할 때 강의는 끝이 없고 해야할 건 많아서 정신이 없었어.
🐭 :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는 '수능 준비하듯 공부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수능은 다들 봐야하는 시험이고 누구나 열심히 준비하잖아. 반면 이 시험은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시험이라 그런지 더 부담스럽고 막막했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시험이긱도 하고. 또, 이 시험이 회계사나 세무사, 변호사처럼 많은 사람들이 준비하는 시험이 아니다보니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아.
🦉 : 어려운 공부라는 걸 모르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더라고. 우선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나 많은데 용어도 의미도 생소하니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뎌지는 것 같아. 해야할 양은 많고 속도는 더디니까 이 부분이 좀 답답하게 느껴져. 시험에 진입하기 전에는 몇 월에 어떤 공부를 하고, 언제까지 끝내서 이때 쯤이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겠지? 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갖고 있기도 했는데, 막상 해보니 계획은 밀리고 당장 학부 수업과 병행까지 해야하니 물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버거운 부분들이 있더라.

Q. 공부하다가 '현타' 오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야?
🐰 : 날씨 좋을 때, 더울 때, 그리고 실력이 늘지 않을 때야. 봄에 날씨 좋고 사람들이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공부하러 가야될 때, '아, 나도 벚꽃보러 가고 싶다.',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날씨가 더울 때는 또 다른 번아웃이 오는 것 같아.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수험생들도 7-8월이 제일 힘들다고 하더라고. 수험생에게는 1차 객관식 시험 시즌 전 마지막 스퍼트를 내야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도 해서 더 힘든 것 같아. 그리고 틀린 문제 계속 틀릴 때도 스스로를 계속 의심하게 되다보니 '현타'가 오는 것 같아.
🐭 : 이건 정말 할 말이 많아. 우선, 혼자 공부하는 시험이다 보니 가끔은 400m 계주를 혼자 뛰는 기분이야. 특히 SNS에서 친구들이 즐겁게 대학 생활하는 걸 볼 때 '나만 이렇게 고립되어 도태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또, 만약 불합격하면 그 시간과 돈을 허비한 게 되어버릴 것 같고, 친구들에게 자격증 준비한다고 말해놓고 성과 없이 복학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컸어. 그리고 특히 '보험수학'처럼 다른 곳에 써먹기 어려운 과목을 공부하다가 떨어지면 남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합격하지 못할 경우의 미래나 진로에 대한 고민도 늘 따라다녔던 것 같아.
🦉 : 난 너무 어려운데, 난 이해도 안되고 속도도 안 나는데 도서관에서 고개를 들어 둘러보면 나보다 심화 단계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거야. 난 벌써부터 의지가 꺾이고, 이 긴 싸움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내 스스로의 능력에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현타'가 오는 것 같아. 그리고 장기간을 투자해야 하는 시험인만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점에서, 혹시 실패해서 시간을 허비한 채 나이만 먹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해.

Q. 자격증이 결국 나에게 뭘 줄 수 있을까? 취득했을 때 기대하는 이점이나, 준비하면서 노리는 포인트가 궁금해.
🐰 : 음,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자유로움을 원해. 직장인이 되어서도 휴가를 오래 쓸 수 있다는 점, 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돼. 또 전문직이다보니 조금 더 개인적인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고, 조직 내 수평적인 문화가 있다는 것도 회계사가 되고 싶은 이유야. 나중에 연차가 좀 쌓이면 로컬 법인에 들어가서 워라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아니면 공기업이나 복지 좋은 회사로 이직해도 좋을 것 같아.
🐭 : 합격 여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무엇을 해야할 지 알고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돼. 3학년이 되어서 어영부영 대충 남들처럼 학회에 들어가고, 상경계열이니까 금융권을 생각하고.... 이런 게 아니라, 내가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1차 시험을 합격하고나서는 내가 갈 길이 확실히 정해진 게 너무 좋았어.원래 교수나 연구원이 되지 못하면 회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갈수록 무언가에 특화된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진로가 정해졌으니 누군가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어봤을 때 "저 보험계리사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
🦉 : 물론 회계사가 되면 돈도 많이 벌고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지만, 나한텐 회계사가 갖는 사회적 위치도 큰 동기인 것 같아. 전에는 몰랐는데 사회에 있는 선배들이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위치가 만드는 기회가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어. 회계사는 자본시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큼 금융 분야에서 인정받는 위치이고, 정보의 접근이나 관련 인맥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할 수 있으니 부가적인 메리트가 꽤 크다고 생각해. 물론 라이센스가 주는 안정감은 말할 것도 없고.

Q. 결정할 때 고민 많았을 것 같아. 그래도 ‘결국 이게 답이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야?
🐰 : '이게 답이다' 싶은 순간은 회계사는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때야. 아무래도 회계사가 되면 보다 자유롭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잖아. 회계사가 되어서 휴가 한달씩 쓰고 해외여행 다니는 상상을 하면 다시 한번 마음 잡고 공부하게 돼. 반대로, 수험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점점 불안감 커진다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인 것 같아. 수험생활을 하면 연애는 물론, 일상적인 대학생다운 삶을 많이 포기해야 하는데, 이 소중한 시간들이 허송세월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있어. 또 다시 고3처럼, 사실 고3보다 더 큰 압박감과 부담감을 지고 공부를 한다는 점이 많은 수험생들이 힘들어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해.
🐭 : 요즘 전문직 관련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는거 알아? 최근에는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 <이혼보험>이 방영됐어. 이 드라마가 방영할 시기에 내가 딱 1차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어. 물론 드라마니까 계리에 관련한 내용보다는 로맨스나 인간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 드라마를 보면서 심장이 엄청 뛰었던 것 같아. 나랑 관계없는 내용들을 보면 별 관심없이 보게 되잖아,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몹시 두근두근댔어! 막 더 아는 척 하고 싶고 그런거지. 다시 말하자면, 난 이제는 계리사라는 직업을 꿈꾸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 다른 직업으론 만족을 못한달까.(웃음) 내가 계리사를 포기하고 회사원이 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들더라.
🦉 : 내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때인 것 같아. 결국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거잖아? 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재테크를 공부하고, 돈을 다루는 일련의 과정은 결국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어차피 인생에서 해야 할 공부를 딥하고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이 지식이 인생에 분명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전문가라는 명성은 어지간해서는 갖기 힘들다는 걸 공부하면서 여실히 느낄때?
대학생들의 자격증 준비는 단지 취업이 어려워서 하는 수동적 선택도, 비관적이고 우울한 결정도 아니다.
그들의 선택에는 치열한 생존전략이 담겨있고, 하루하루 심장 뛰는 열정이 숨어있으며, 소중한 나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고픈 진심이 녹아있다.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든, 그들은 이미 진심을 다해 살아낸 시간을 가져본 사람들이다.
모두의 선택이 옳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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