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남자는 떠나도 언어는 남는다

Q. 연예인 좋아해서 남는 게 있니? A. 네!
언어가 빨리 늘려면 연애를 해야 한다?
NO! "덕질"로도 충분해

새롭게 떠오르는 건강한 팬덤 문화의 현주소 '남자는 떠나도 언어는 남는다'에 대해 파헤쳐 보자.



X @andTEAMofficial, @nctwishofficial, @katseyeworld


현지화 그룹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K-POP 그룹에 외국인 멤버가 포함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K-POP 아이돌 그룹이 받는 트레이닝 시스템과 음악 스타일을 기반으로 기획돼 해외 현지를 주무대로 삼는 현지화 그룹(ex. &TEAM, KATSEYE, NCT WISH, NEXZ, NiziU 등)이 다수 데뷔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화 그룹의 경우, 주무대로 삼고 있는 현지뿐만 아니라, K-POP 아이돌 그룹의 시스템에 기반해 K-POP 한국 팬덤의 니즈를 충족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 우리 덕질은
"라이브 방송에서는 모국어를 사용할 때가 많거든요. 그런 걸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현지화 아이돌 그룹과 K-POP 그룹 내 외국인 멤버가 인기를 끄는 현상과 더불어 아이돌 팬덤 내에서는 현재 덕질과 동시에 언어 공부를 수행함으로써 효율적인 덕질을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조정순 작가의 책 제목 <남자는 떠나도 일본어는 남는다>에서 시작된 '남자는 떠나도 언어는 남는다’라는 밈은 아이돌 팬덤 내에서 유쾌하게 쓰이고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불타오를 때, 이를 동력 삼아 좋아하는 아이돌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를 취득해 두자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해당 밈은 이전 세대의 아이돌 팬덤과 사뭇 다른 문화가 현재 세대의 아이돌 팬덤에 형성돼 있음을 보여 준다. "연예인 좋아한다고 너한테 남는 게 있어?"라는 질문에 미처 반박할 말을 떠올리지 못 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 세대의 아이돌 팬덤은 당당히 "응!" 이라고 답한다. 이전 세대와 달리, 역조공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녹화 현장에 응원차 방문해 준 팬들의 끼니를 챙겨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덕질과 언어 공부를 병행함에 따라 만족스러운 공인 어학 성적을 얻기도 한다. 언어가 늘고 싶으면 그 나라 사람과 연애를 해라”라는 통상적인 말이 있는 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언어를 자주 접하게 돼 언어가 더 빨리 늘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속담과 같이 마음껏 덕질을 즐기면서도 자기 계발 역시 수행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직접 듣는다. 당신의 레벨업!

🍊 (만 23세, &TEAM 덕질 1년 3개월 차)
 이렇게까지 좋아할 생각은 없었는데....... (웃음) 일본 현지화 그룹이다 보니 출연하는 예능의 분위기도 한국과 달라 처음에는 '이게 재미있는 포인트인가?' 싶기도 했고, 라이브 방송을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했어요. 주로 활동하는 곳이 일본이다 보니 라이브 형식 콘텐츠(ex. 콘서트, 라이브 방송, 예능)의 경우 능력자인 팬분이 번역을 달아 올려 주시기 전까지는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았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목표가 확실하다 보니 공부가 엄청 재미있더라고요. 덕질이 저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공부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상반기 JLPT는 접수 기간을 놓쳐서 하반기 JLPT는 꼭 접수할 예정에 있어요. 남자는 떠나도 일본어는 남는다잖아요? 남자도 저도 안 떠날 것 같긴 한데 (웃음) 이렇게 재미있을 때 일본어 공부도 해 둬야죠!

🐶 (만 23세, ZEROBASEONE 장하오 덕질 2년 차)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당시 "한국에서 가수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한국어 발음 잘 못해요? 한국인처럼 하는 게 프로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던 순간이 저의 입덕 순간인데요. 그런 모습이 좋았던 만큼, 저도 중국어를 공부해서 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길고 긴 중국어 공부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미소) 현재 중국에서도 잡지 촬영, 예능 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데, 잡지 인터뷰나 예능을 볼 때 드문드문 중국어가 귀에 들리더라고요! 좋아하면서 공부해 온 중국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구나 싶었고, 매우 뿌듯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해서 HSK 4급에 응시하는 게 목표예요.

🥟 (만 24세, KATSEYE 덕질 5개월 차)
 늘 리스너로 남아 있다가 최근에는 완전히 '입덕'을 인정해 버렸는데요. 확실히 콘텐츠의 분위기나 서는 무대 자체가 한국 아이돌과는 다르더라고요. 사실 '영어'는 어릴 때부터 배우게 되는 제2외국어지만, KATSEYE를 좋아하면서 영어권 국가들에서 쓰는 슬랭이나 회화 표현들을 알게 돼서 요새 제일 큰 관심사는 '영어 회화 공부하기'랍니다. 단순히 공인 어학 성적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했더라면 진작 질렸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좋아하는 아이돌의 영상을 통해 공부를 하다 보니 신기할 정도로 계속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멤버 중에 '윤채'라고 유일한 한국인 멤버가 있는데,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그 멤버의 영어 실력이 늘어 있더라고요.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더 자극을 얻기도 해요.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영어 공부 바이럴 그룹이라고 부를 정도로요. (웃음)




사랑의 힘
너도 사랑할 수 있어!

 이렇게 현재 세대의 아이돌 팬덤 내에는 사랑의 힘을 동력 삼아 덕질을 본인의 자기 계발로 이어가는 건강한 팬덤 문화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출연하는 예능부터 화보, 콘서트, 라이브 방송까지. 넘쳐나는 공부 소스에 좋아하는 마음도, 공부에 대한 열의도 쉬이 풀 죽지 않는다. 현지화 그룹의 경우, "&TEAM의 'Firework'라는 노래를 기초 수준에 맞게 분석해 줘. 한 줄씩 원래 가사, 히라가나, 해석을 알려 주고 단어와 문법 설명을 해 줘"와 같은 프롬프터를 챗GPT에게 전송함으로써 공부에 노래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만일 언어 공부를 선뜻 시작하지 못 하고 있다면 누군가를 좋아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 안에 존재하는 사랑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고, 우리를 나아가게 해 주니까.
#덕질#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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