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20대
팀플 회피? 그냥 HAPPY 할 수는 없을까?
팀플에 대해 이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을걸.
이 글은 단순한 팀플 하소연이 아닙니다. 분명 약간은 새롭고 낯선 해석을 얻어 가실 수 있을 겁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팀플은 일단 피해"라는 조언을 무시하고 이번 학기 팀플 교양을 신청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팀플에 대한 로망이 있거든요..ㅎㅎ
팀플 교양 수업에서 다른 과 친구 만들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마음 맞는 팀원 있으면 당연히 좋은 친구가 되어야겠지ㅎㅎ
(아직도 이걸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저도 <네, 왜요> 모드로 한 학기 버틸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호기롭게 수강 신청한 지 이틀 만에 벌써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자꾸 겁을 주네요..
"일단 팀플은 피해"
라는 말, 도대체 왜 생긴걸까요?
'정말 드라마 속 빌런들이 실존한단 말이야?'
믿을 수 없는, 아 사실 믿고 싶지 않은 필자는 팀플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썰을 풀어달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해보며,
'팀플이 왜 회피할 일이 되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지'
에 대해 생각해보며 9월, 팀플 수업을 들어야 하는 대학생들을 응원해보고자 합니다.
가시죠.
우선, 썰을 풀어줄 저의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생명시스템학부 23학번 '쥬'
#사회화된_ISTP #밤낮바뀐지오래
컴퓨터공학과 23학번 '믄'
#인프피이고싶은_INTJ #웬만해서는그녀에게걸리지마라
리빙디자인과 24학번 '휴지'
#소심한_INFJ #팀플지옥에상주
Q1: '팀플'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쥬: 아 팀원 잘 만나야되는데.. 팀플 성적 반영 비율 얼마나 되더라..?
믄: 망했다. 또 내가 끌어안고 가겠구나. 사실 구성원만 잘 걸리면 그렇게 환상적인 어벤져스가 아닐 리 없는데 보통 그런 경우는 희박하지..^^
휴지: 또 무언갈 함께 해내야 하는구나.. 오히려 좋은건가. 누구랑 해야하지? 내가 해가 되지 않아야 하는데..
->일단 팀플에서 중요한 건 팀원인 것 같죠?
Q2: 내가 겪은 최악의 '팀플 빌런 썰'은?
쥬 <잠수부 썰>
눈물 아닙니다. (사실 맞아요)대학 교양 수업 때 발표 과제가 있었는데 피피티 만들고 발표 대본 작성하는 담당이 나 포함 두 명이었어. 수업 때 자주 빠지고 단톡에서 회의할 때 답장도 잘 안 하길래 일단 그러려니 했어. 근데 피피티 만들 시기가 됐는데도 단톡이든 갠톡이든 연락을 전혀 안 보는 거야. 이때부터 좀 답답하긴 했어.
설상가상으로 수업도 안 나온지 2주 됐어. 그래서 우선 팀원들이랑 나 혼자 시작하기로 결론짓고 교수님한테 여쭤봐야되나 했는데 그때 연락이 왔어. 개인사정으로 학교를 못나가게 됐다고.. 사실 진짜 슬픈 상황은 따로 있었는데, 내가 피피티도 혼자 만들고 대본도 혼자 작성하고 발표도 하게된거야. 다행히 팀원들한테 이러이러한 사정이 생겼다고 말했더니 배려해줘서 발표에는 빠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 몇 없는 팀플 생활 중에 가장 어이없던 일이었다..
-> 가장 흔한 빌런 유형이죠. 이렇게 잠수 타버리면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믄 <하이킥 레이싱 썰>
혹시 캠퍼스에서 저런 레이스를 보신 적이 있다면 손을 들어주세요.영상 교양이었어. 교수님께서 혼자해도 괜찮다 하셨는데 갑자기 과제 제출 2주 전, "개인으로 한 사람은 감점이 있을테니.." 이를 들은 나는 교수님께 가서 말씀드렸고, 정말 아무나 짝을 지어주셨어.그렇게 나는 일본어과 친구를 만나게 되었어. 어라? 근데 이 친구가 갑자기 반수를 하겠다고 반포기 느낌으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더라. 아니나 다를까 진짜 팀플마저 포기하고 수업에 안 나오기 시작했어. 점점 화가 난 나는 영상 시나리오 계획하는 날에도 안나오자 BOOM-~~~✨ 해버렸어.
결국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일본어과의 어떤 천사친구의 도움을 받아, 공강날이었지만 학교로 찾아가서 그 친구 수업 끝날때까지 기다렸어. 그래도 같은 과 친구들 있는 전공은 열심히 듣나봐. 나를 발견하자마자 레이싱이 시작되었어. 내가 ‘체력그지’라 대화는 실패했지 뭐. 그치만 결국 계속 집요하게 찾아가서 참여하도록 만들었어.
"일본어과는 '믄'을 기억할겁니다"
-> 이렇게 집요해야 잠수부도 참여하게 만드는군요..제 친구지만 대단합니다. 하지만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네요.
휴지 <빌런: 모델링은 너가 할게. 발표도 너가 할래?>
네? 제가요?세 명이 한 팀, 두 명이 모든 과제를 끝냈어. 남은 건 피피티 정리와 발표. 남은 한 명이 이 두 개를 본인이 하겠다고 말했어. 우리도 그게 맞는 것 같아 오케이 했지. 하지만 발표 전 날 분명 같은 과, 같은 반인데 본인이 내일 오전에 제출해야 할 과제가 4개라고, 혹시 발표를 해줄 수 있냐고 나한테 물어보더라. 이게 말이 돼? 나도 제출 과제가 4개야.. 당연히 본인이 맡겠다고 했으면 이 발표도 미리 시간 분배를 같이 해야 했던 거 아닌가? 말이 안된다.. 아 갑자기 또 화나네..-> 이 유형은 '잠수'와는 또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서프라이즈'유형이라고 해야할까요? 마지막 문장에서 모든 게 설명되는 것 같네요..
Q3: 빌런들은 왜 그럴까? 왜 항상 이런 빌런들이 생길까?
쥬: 학교에 안 나올 거니까 딱히 이 팀플을 열심히 해서 성적을 잘 받아야되는 이유도 없었을 거니까.. 성적이 중요한 다른 사람들이 당연히 알아서 커버해줄 거라고,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 그리고 아무래도 사람마다 입장이 달라서 그런 것도 있을 듯. 누군가는 성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정말 성적을 잘 받아야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면 당연히 성적이 중요한 사람이 열심히 하게 되는 구조가 되는거지.
믄: 그러게..일단 책임감이 없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도 있긴 해. 조장이나 팀원들이 역할분담, 계획 세우기를 하지 않아. 이건 좀 슬픈 케이스긴 한데, 진짜 열심히 해도 수행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결국 빌런이 되는 것 같긴 해.
휴지: 그러게 왜 그랬을까.. 떠본 거 아닐까? 이것까지 된다고? 이런 느낌으로..본인들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
-> '입장이 달라서'라는 게 많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성적에 진심은 아니니까요.
Q4: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해? 아니면 구조적(과제방식, 학교 시스템) 문제일까?
쥬: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고, 평가방식도 문제가 있지>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시스템의 문제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해. 똑같은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데 어떤 조는 평화롭고 어떤 조는 불화가 생기는 건 사람의 문제일 수 있지만 팀플의 가장 큰 문제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의해 내가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해. 그럼 개별로 성적을 평가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아무래도 팀플을 진행하는 모든 과정을 교수님이 지켜볼 수는 없으니까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을 거 같아.
믄: <사회에서 배우는 사회성과, 학교에서 배우는 사회성은 그 의미가 달라>
위에서 답변한 게 개인의 문제고, 시스템적으로는 교수님들이 개인별로 평가하려고 하지 않아서도 문제같아. 물론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협동이란 것을 배워야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지만, 등록금을 내고 사회성을 배우는것과 월급을 받아가며 사회성을 배우는 데엔 기여도의 차이가 매우 심한듯…사회에서는 내가 1인분을 안하면 큰일나지만, 학교에서는 큰일나봤자잖아..
휴지: <이건 개인의 문제 같아>
개인의 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사실 팀플은 사회에 나가서도 항상 겪어야 하는 건데,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는 거 보면 개인의 문제같아.
Q5: 팀플을 앞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쥬: <확실히 의견을 말해야 한다>
의견을 말해도 듣지 않는 게 문제가 되겠지만요. 팀플 시작할 때 역할 나누는 건 확실히 하는 게 좋아. 그래야 내가 책임지기로 한 부분만 책임질 수 있어. 대충 정하면 나중에 그냥 모든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어.
그리고 팀원들이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부탁하는 게 좋아. 그래야 서로 편해.
꼭 중간 점검 틈틈이 하시길. 마지막에만 확인하고 서로 수정사항만 끊임없이 요구 하다보면 발표 전에 갈아 엎어야 될 수도 있어. 조심해.
믄: <눈눈이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우선, 피할 수 있으면 피해.
문제 생기면 민망해하지 말고 교수님께 말씀드릴 준비를 언제나 해야한단다. ‘괜히 유치하게 뭘 말해 그런걸’라고 생각하다가 망하는 건 바로 당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는 “마음 약해지지 마.” 특히 빌런들은 횡설수설 변명을 해. 우리는 뭐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나? 우리 모두 귀한 사람들이니 ‘변명하지 말고 너가 맡은 일을 하렴’이라고 말을 해. 할 수 있어. 화이팅!
아 그리고, 가급적이면 카톡이나 구글독스 같은 것 이용하고 증거가 될만한 걸 만들어. 그래야 나중에 발뺌 못한다.
휴지: <'좋아요~'남발하지 말고 의견을 내라>
이런 표정과 함께 저런 포즈는 안된다는 겁니다. 너무 ‘아 좋아요~’ 이런 거 말고 본인의 의견을 내야한다고 생각해. 별로더라도 또 어떻게 디벨롭될지 모르니!
번외로, 몇가지 질문도 더 해보았습니다.
Q: 팀플이 좋은 추억으로 남은 적도 있어?
쥬: <마음 맞는 친구 있으면 팀플 happy 하겠지!>
과 특성 상 실험 수업이 있는데, 어려운 팀플일수록 팀원들끼리 돈독해지는 건 있는 것 같아. 정말 운만 좋다면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귈 수도 있어. 실제로 나는 팀플로 멋진 친구를 사귀었단다.
그리고 한 번은 실험 수업에서 나보다 두 학번 위인 선배랑 같은 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조언도 얻을 수 있었어. 대학원 관련해서 질문할 거 있으면 언제든지 하라고 내 인스타도 가져가셨다. ㅎㅎ
먼저 다가가서 '조언 좀 주세요~헬프미~'이런 거 잘 못해서 이런 조언 받을 기회 이때 팀플 아니였으면 못 얻었을 것 같아.
-> 이게 정말 팀플 희망편이죠. 제가 기대하는 것이 이런 겁니다.
Q: 너가 팀플 빌런이었던 적은 없어? (잘 생각해봐 ㅎㅎ)
휴지: <나도 누군가에게 똑같은 빌런 행동을 했었다>
사실 나도 시간 분배를 못하고 제작해야 하는 팀플 두 개를 동시에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그냥 ‘무능한 아이’처럼 왔다 갔다만 한 적이 있어..
->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팀플빌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던져보고 싶었던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우리는 왜 팀플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단순히 '빌런이 있으니까' 라는 하소연에서 그치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얻게 된 결론을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대학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성적 및 팀플에 대한 입장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모두가 나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팀플에 임하지 않는 현실을 겪다보면 나 역시도 너무 적극적인 태도는 지양하게 되는거죠. 열심히 하다가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경험은 팀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굳힙니다. 이렇게 불신과 회피가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팀플 기피'라는 현상이 생긴다고 봅니다.
의외로 이런 결론도 가능할 것 같네요.
- 팀플 빌런도 같은 과 동기들과의 과제는 열심히 한다.
(이것도 팀플 빌런을 만드는 구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팀플 빌런은 대개 교양에서 많이 발생하죠. 즉, 다른 과, 처음보는, 앞으로 보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수업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교양수업은 전공수업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고, 급할 경우 가장 먼저 내려놓는 수업이 될 가능성이 있기에 팀플 빌런은 교양에서 더욱 자라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대학에는 생각보다 더 다양한 사람이 많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죠. 생각보다 더 다양하더군요.)
- 의도치 않게 나도 빌런이 될 수 있다. 빌런의 유형은 다양하다. '잠수부'만 빌런이 아닐 수 있다.
(열심히 하지만 빌런이 될 수도 있다는 슬픈 사실입니다.)
- 어떤 식으로든 말을 해야 해결할 수 있다.
('믄'이 한 말 기억하시죠? '말 안하면 손해보는 건 당신!')
-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일종의 체념이라고 할 수 있죠. 분노 다음은 체념이란 말도 있습니다. 아시죠?)
- 빌런은 필요악이 되기도 한다.
(빌런 덕분에 우리는 협상의 기술을 배우고, 인간관계 체력을 기르게 되죠. 어쩌면 이 필요악은 대학생 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빌런 썰'은 유행이 되고, 때로는 묘한 연대감을 만들어 주죠.)
저의 답은 이 글 속에 조금은 묻어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결론에 도달하셨나요?
문제의 원인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실체를 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덜 지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의 질문을 생각해볼까요?
팀플 회피? 그냥 HAPPY 할 수는 없을까?
아무래도 그냥 HAPPY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착하게 산 여러분들이 운 좋게 마음 맞는 팀원을 만나 어벤져스가 되어 기분 좋게 수업을 마무리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만..
그게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시고,오늘 제가 말한 방법들을 떠올려보시고,오늘 제가 말한 썰들로 위안을 얻어보시고..
회피만은 하지 맙시다!
언젠가 여러분 친구가 '팀플 빌런 썰'을 풀어달라 할 때 말할 준비를 한다고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ㅎㅎ)
모든 대학생들을, 아 사실은 팀플을 앞둔 대학생들을 더욱 더 응원합니다! 화이팅!
(나도 화이팅..! )
저 이제 진짜 즐기고 있습니다~ 허세 아닙니다~(ㅠㅠ)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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